[비즈톡톡] ‘올해도 출석’... 국감 단골 페르노리카 외국인 대표 소환史

유진우 기자 2023. 10. 1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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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할 땐 알아듣는 척하고 불리할 땐 못 알아듣는 척하는 외국인 행세하시면 안 됩니다.”

임이자 당시 자유한국당 의원, 2018년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

2018년 10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자유한국당 임이자 의원이 증인석에 자리한 장 투불 당시 페르노리카코리아 대표에게 호통을 치면서 한 말입니다.

페르노리카코리아는 세계적인 종합주류기업 페르노리카의 한국 법인입니다. 널리 알려진 발렌타인과 시바스리갈, 로얄살루트 같은 고급 주류를 우리나라에 수입해 팝니다.

당시 환노위는 주류업체 페르노리카코리아 임원 A씨가 부하 직원들에게 상습적으로 욕설과 성차별 발언, 성희롱을 일삼았다는 의혹을 검증하기 위해 프랑스 국적 투불 대표를 국감 증인으로 채택했습니다.

투불 대표 본인 역시 노동조합을 인정하지 않는 적대적 발언을 일삼았다는 의혹을 받았습니다.

국정감사장에 출석한 투불 대표를 대상으로 한 증인 신문은 영어 순차 통역 방식으로 이뤄졌습니다. 외국계 기업 대표는 국정감사 증인대에 종종 오르곤 합니다. 그러나 통역까지 필요한 외국 국적 대표가 증인대에 서는 경우는 예나 지금이나 흔치 않습니다.

회의록을 보면 위원장이었던 김학용 의원 역시 “참 흔치 않은 일인데요”라고 말합니다.

이 자리에서 임이자 의원은 “‘노조는 방해되는 존재’라고 한 적이 있느냐”고 물으며 투불 대표가 한 것으로 알려진 발언 진위를 따졌습니다. 그러나 투불 대표는 감사 내내 “정확하게 기억이 안 난다”는 애매모호한 답변으로 일관합니다.

임 의원이 “‘예스’나 ‘노’로 대답해 달라”며 질의를 이어갔지만, 투불 대표는 즉답을 피한 채 “부적절하게 발언했다고 느끼신다면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는 말로 대신했습니다.

투불 대표는 3년 후 2021년 안경덕 고용노동부 장관 인사청문회에서 다시 한번 증인대에 오릅니다. 외국계 기업 외국인 대표가 이런 불명예스러운 자리에 두 차례 거듭 오른 사례는 식음료 업계에 전례가 없습니다. 어지간히 심각한 사안이 아니면 거대기업 관계자들도 3년 새 두 차례나 증인대에 서는 경우는 드뭅니다.

이 자리에서도 투불 대표는 3년 전과 똑같은 사유로 혼쭐이 납니다. 역시 ‘부당노동행위’가 문제가 됐습니다.

고용노동부 서울지방고용노동청은 2018년 국정감사 직후 나흘에 걸쳐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했습니다. 그 결과 투불 대표가 노조를 지배·개입하고 노조 와해를 위한 부당노동행위를 저질렀다는 혐의를 확인했습니다. 투불 대표는 기소의견으로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송치됐지만,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았습니다. 그는 이 청문회를 끝난 이후 더 큰 시장 책임자로 영전해 한국을 떠났습니다.

그래픽=정서희

투불 대표에 이어 한국 시장 수장으로 온 프란츠 호튼 페르노리카코리아 대표가 오는 17일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할 예정입니다.

출석 사유는 각종 부당노동행위와 불법행위입니다. 2018년, 2021년 부당노동행위에 불법행위 혐의까지 늘었습니다. 페르노리카코리아 외국인 대표 자격으로 벌써 세번째 출석입니다. 전임, 후임 할 것 없이 똑같은 이유로 국정감사에 불려오는 경우는 국내 기업들 사이에서는 보기 드문 이례적 모습입니다.

2018년 첫 출석 당시 한국 위스키 시장은 쇠퇴기였습니다. 페르노리카코리아 주력 상품도 유흥업소나 칵테일바 같은 TOT(Traditional on Trade) 채널에서 높은 마진을 붙여 파는 제품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러나 이후 5년 사이 한국 위스키 시장은 폭발적으로 성장했습니다. 규모 뿐만 아니라, 소비자 수준까지 높아졌습니다. 페르노리카코리아 역시 이 점을 잘 알고 있습니다. 최근 페르노리카는 지난해 국내 로얄살루트 판매량이 한 해 사이 57%나 증가했다고 밝혔습니다.

자연히 페르노리카코리아 매출과 영업이익도 눈에 띄게 좋아졌습니다. 지난 회계연도(22년 7월~23년 6월) 매출은 1853억원을 기록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9% 늘었습니다. 영업이익 역시 514억원으로 이전 해보다 30.1% 증가했습니다.

한때 ‘페르노리카 본사가 한국시장서 발을 뺄 것’이라는 철수설이 돌았지만, 매년 실적이 좋아지자 이런 관측도 쑥 들어갔습니다.

“세계가 한국에서 어떤 트렌드가 생겨나는지 주목합니다.

문화산업 전반에서 한국처럼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나라를 찾기 어렵습니다.”

프란츠 호튼 페르노리카코리아 대표

시장이 커진 만큼 보는 눈도 늘었습니다. 이전처럼 ‘유리할 땐 알아듣는 척 불리할 땐 못 알아듣는 척’하기에는 페르노리카코리아를 주목하는 소비자가 너무 많습니다.

올해 초 유럽 소비자들은 페르노리카가 비윤리적 경영을 했다며 불매운동을 호되게 펼쳤습니다. 국제 사회가 전쟁을 일으킨 러시아에 제재를 가하는 가운데, 페르노리카가 러시아로 일부 상품 수출을 재개한 탓입니다. 국내에서도 이미 일부 젊은 소비자 중심으로 페르노리카에 ‘제 2의 까르푸’라는 날카로운 잣대를 들이대기 시작했습니다. 페르노리카처럼 프랑스계 기업이었던 까르푸는 반(反)헌법적, 반근로자 행위를 일삼다 결국 2006년 초라하게 한국을 떠났습니다.

호튼 대표는 전임 투불 대표보다 페르노리카에서 일한 경력이 10년 가까이 더 많습니다. 그는 페르노리카 프랑스 본사에서 영업과 마케팅 전 부문 총괄 책임자 자리를 두루 거친 현장 전문가입니다. 페르노리카코리아가 오래 자리 잡으려면 투불 대표 때보다 깊이 있는 대답이 필요합니다. 호튼 대표의 착실하고 성의있는 답변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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