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영어단어 'BURN' 상표권 보호 대상…식별력 있다"

'번피트니스' 헬스클럽 업주, 상표법위반 혐의 기소
1·2심 "사용 가능"…대법 "'요부' 해당, 상표권 침해"

대법원 전경 ⓒ 뉴스1

(서울=뉴스1) 이세현 기자 = '불에 태우다, 화끈거리다'는 뜻의 영어단어 'BURN'이 강한 인상을 줘 식별력을 가지므로 상표권 보호 대상이 된다는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상표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창원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3일 밝혔다.

A씨는 2020년 2월부터 2021년 8월까지 '번피트니스'라는 이름의 헬스클럽을 운영하면서 업소와 홈페이지 등에 'BURN'을 그림화한 표장(사용상표1)과 'BURN FITNESS' 표기(사용상표2) 등이 적힌 상표를 사용했다.

그런데 2020년 1월 B씨가 'BURN FITNESS'라는 상표를 이미 등록한 사실이 드러나 A씨는 상표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은 'BURN' 표장은 등록상표인 'BURN FITNESS'와 유사하지 않다는 이유로, 'BURN FITNESS'는 상호를 영문으로 표시한 것일 뿐이라는 이유로 A씨의 상표법 위반 혐의를 모두 무죄로 판단했다.

2심도 "BURN이라는 단어에는 '심한 운동으로 인해 화끈거리는 느낌'을 표현하는 의미가 포함돼 있다"며 "등록상표만으로 이 단어를 일절 사용할 수 없다고 해석할 수 없다"며 무죄 판단을 유지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다르게 판단했다.

대법원은 "수요자에게 상표에 관한 인상을 심어주거나 기억·연상을 하게 해 상품의 출처표시 기능을 수행하는 '요부'가 있으면 그 요부로 상표의 유사 여부를 대비·판단하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요부인지 여부는 그 부분이 저명한지, 강한 인상을 주는지, 전체 상표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지 등의 요소를 따져봐야 한다"고 부연했다.

대법원은 "BURN과 FITNESS가 띄어쓰기로 구분돼 있다"면서 "FITNESS에는 식별력이 없지만 BURN은 상대적으로 강한 인상을 주고 전체 상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낮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BURN은 '운동을 통해 체지방 또는 칼로리, 스트레스 등을 태우다'는 의미를 암시한다고 볼 수 있어도 상품 거래상 누구에게나 필요한 표시는 아니므로 특정인에게 독점시키는 것이 적당하지 않은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대법원은 "A씨가 사용한 BURN 표장은 B씨의 등록상표와 외관이 유사하고 모두 '번'으로 호칭돼 관념이 동일하므로 일반 수요자나 거래자에게 상품에 출처를 오인·혼동하게 할 염려가 있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A씨가 사용상표1을 사용한 행위가 등록상표권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본 원심 판단은 잘못"이라면서 사건을 2심 법원으로 돌려보냈다.

sh@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