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희귀의약품 인센티브 '미약'…해외로 발길 돌리는 제약사
대웅·종근당·한미 등 미국서 희귀의약품 지정 획득
"국내도 개발 활성화 위해 인센티브 확대해야"
미국, 유럽, 일본 등 글로벌 흐름에 비해 국내는 희귀질환 정책 도입이 늦어지면서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국내보다 인센티브 혜택이 많은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국내 희귀질환 시장 확대 및 활성화를 위해 인센티브 제도가 확대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미국, 지난 20년간 희귀의약품 지정건수 급증
한국바이오협회 바이오경제연구센터는 최근 '국내외 희귀질환 정책 및 규제동향'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확인된 희귀질환 종류는 5000~8000종에 이르며 인구의 6~7%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경우 3000만명 이상의 환자(미국인 10명 중 약 1명)가 7000개 이상의 희귀질환을 앓고 있다. 희귀의약품법(Orphan Drug Act)이 통과된 이후 많은 제약회사들이 희귀질환 치료제를 개발했으며 특히 지난 20년 동안 희귀의약품 지정 건수가 급격히 증가했다.
미국에서는 희귀의약품이 FDA시판 승인을 받으면 개발자들이 7년간 독점 시판권을 얻을 수 있다. 허가 시점에 희귀지정 대상 재신청이나 적격성을 확인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유병률이 당초 추정치를 초과하더라도 시장독점성이 적용된다. 7년의 시장독점 기간동안 다른 회사는 승인된 동일한 용도 또는 적응증에 대해 동일한 활성성분을 가진 제품을 판매할 수 없다.
유럽, 희귀의약품 개발 장려법 제정 후 승인건수 급증
EU는 희귀질환을 1만명 중 5명 이하의 사람들에게 생명을 위협하거나 만성적이고 심각하게 쇠약하게 하는 상태로 정의하고 있다. 유럽에서만 6000개의 희귀질환으로 약 3000만명의 사람들이 영향을 받고 있다.
이에 약물개발의 실패 위험을 보완하고 소규모 인구를 고려해 희귀의약품의 연구, 개발 및 시장 출시를 장려하는 법안(EU Orphan Regulation)을 지난 2000년 마련했다. 법안이 도입된 이후 희귀의약품의 승인 건수가 급격히 증가했다. 2001년부터 2019년까지 170개의 희귀의약품이 시판 허가를 받았다. 규제가 도입되기 전에는 8건의 마케팅 허가만 부여됐지만, 2000년부터 2018년 사이 희귀의약품 지정은 매년 15%씩 증가헤 2019년 말 2233건에 달했다. 희귀의약품 규정이 채택된 이후 23개 회원국은 희귀질환에 대한 국가계획을 수립하기 시작했다.
EU에서는 승인된 희귀의약품에 10년 동안 시장 독점권을 부여해 유사 제품과의 경쟁으로부터 보호하고 있다. 희귀 독점권은 경쟁사가 독점기간 동안 유사한 적응증을 가진 유사 의약품의 판매를 방지하는 것이다. 따라서 모든 회사는 시판허가 신청 시 제안된 적응증에 대해 허가된 희귀의약품이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미국과 달리 EU에서는 허가 시점에 희귀지정 확인이 필요하다. 희귀의약품에 대한 시판허가 신청을 제출할 때 희귀지정 유지에 대한 보고서가 포함돼 있어야 하며, 지정을 유지하고 10년간의 시장 독점으로부터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해당 의약품이 여전히 허가 시 희귀지정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예를 들어 해당 질환의 유병률이 전체 인구 1만명 당 5명 이상으로 증가했거나 초기 지정 이후 치료법이 도입돼 더 이상 만성적으로 쇠약해지거나 생명을 위협하지 않는 경우 희귀질환 지정이 유지되지 않는다. 또 초기 지정은 기존 승인 제품보다 상당한 이점을 얻을 수 있는 잠재력을 기반으로평가된다.
여기에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지난 4월 EU제약법을 개혁하는 제안을 발표했는데 주요 변경사항으로는 미충족 의료 수요를 해결하는 희귀 의약품의 연구개발에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시장 예측 가능성과 인센티브의 공정한 분배를 보장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일본도 연구개발비 20% 세액공제
일본에서는 해당 의약품이나 의료기기를 사용할 수 있는 환자 수가 5만명 미만이어야 희귀지정 대상이 된다. 대상질환은 지정된 난치성 질환 중 하나이어야 하며 적절한 대체약물·의료기기 또는 치료법이 없거나 기존 제품 대비 높은 효능이나 안전성을 기대할 수 있어야 한다.
일본은 지정된 희귀의약품 및 의료기기에 대해서 연구개발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보조금 지급 △연구개발비의 20% 세액공제 △우선상담 제도 제공 △우선심사 검토(심사기간 12개월에서 9개월 단축) △재심사 기간 기존 8년에서 10년 연장 △가격결정(일정기간 동안 가격인하 면제) 등의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
국내도 R&D 인센티브 도입 필요
우리나라는 희귀질환을 유병인구가 2만명 이하이거나 진단이 어려워 유병인구를 알 수 없는 질환으로 정의하고 있다. 희귀질환관리법에 따라 지정된 희귀질환은 2018년 926개에서 2022년 1165개로 증가했다.
국내는 희귀의약품 3상 임상결과를 제출한다는 조건 하에 2상을 마친 상태에서 허가해주는 '조건부 허가'와 다른 의약품 허가신청에 우선해 심사하는 '우선심사' 대상지정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희귀의약품으로 지정이 되면 판매허가일로부터 4년의 시장독점권과 품목허가 유효기간 10년을 부여받는다.
협회는 국내외 정부가 다양한 이니셔티브와 프로그램을 통해 희귀의약품 개발을 지원하고 있지만 글로벌 국가 대비 국내의 희귀질환 정책은 비교적 늦게 도입되면서 인센티브제도가 미약한 수준이라 지적했다.
일례로 미국과 유럽은 희귀의약품을 개발하면 연구개발(R&D)에 들어간 비용의 50%에 대해 세금 감면 혜택과 임상개발 보조제을 제공하는 반면, 우리나라는 세제 혜택이 없다. 또 미국, EU, 일본에서는 희귀의약품의 경우 우선심사 및 가속허가 심사 대상으로 지정하고 수수료를 감면해주는 등 인센티브를 준다.
아울러 허가 신청과정에서 미국과 EU는 신청비용이 전액 면제되고 일본은 30%가 면제돼 희귀질환 치료제 개발 부담을 덜어주지만 국내는 이같은 혜택이 없다.
이에 국내 제약사들은 희귀의약품 지원 혜택이 많은 미국 시장을 우선 공략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대웅제약 베르시포신(특발성폐섬유증), 종근당 CKD-510(샤르코마리투스), 한미약품 LAPS Triple agonist(비알코올성지방간염) 등이 미국 희귀의약품 지정 획득에 성공했다.
협회는 "정부가 아직 미흡하지만 희귀의약품 정책 지원 및 개선 노력으로 국내 바이오제약 기업들도 희귀의약품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면서도 "실제 환자 및 의료진의 애로사항을 듣고 공감대를 형성해 국내 희귀질환 시장이 확대되길 기대한다"고 했다.
권미란 (rani19@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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