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 밀어낸 출산율 쇼크와 저출산 희망벨[광화문]
접두어 'K'는 한류로 대표되는 '가장 한국적이면서 세계적인 것'의 상징이 되면서 '케이팝(K-POP)'을 필두로 자부심이 담긴 조어들을 끊임없이 생산해내고 있다. 하지만 인구 정책 만큼은 초저출산 추세가 갈수록 심각해지면서 'K'를 붙이는게 민망해졌다. 실제로 '0.78명'이란 충격적인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하는 평균 출생아 수·2022년 기준)이 공개된 후 우리나라는 전 세계의 근심거리로 전락했다.
일찌감치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한국은 가장 빠른 인구 붕괴를 겪고 있다"며 "한국의 출산율이 변하지 않는다면 3세대 안에 인구는 현재의 6% 밑으로 떨어져 대부분 60대 이상이 차지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2006년에 열린 유엔(UN) 인구포럼에서 "인구소멸로 지구상에서 사라지는 최초의 국가"로 한국을 지목해 유명세를 탄 세계적인 인구학자 데이비드 콜먼(David Coleman) 영국 옥스퍼드대 명예교수도 올해 여든을 앞두고 방한해 "방문할 때마다 매번 한국의 출산율이 낮아지고 있단 사실이 놀랍다"며 "2750년 지구상에 한국인이 존재하지 않을 것이란 예측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최근엔 한 방송사 다큐멘터리에 출연한 조앤 윌리엄스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법대 명예교수가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을 확인하자마자 나온 반응은 단숨에 화제가 됐다. 그는 양손으로 머리를 부여잡으면 "완전히 망했네요. 이 정도로 낮은 수치의 출산율은 들어본 적도 없어요. 엄청나네요"라고 놀라워했다. 구독자가 2100만명에 달하는 유튜브 채널 '쿠르츠게작트(Kurzgesagt)'도 '한국은 왜 망해가나(Why Korea is Dying Out)'란 제목의 영상을 통해 기록적인 저출산 현상을 태극기가 녹아 흘러내리는 극단적인 섬네일로 표현해 섬뜩함을 자아냈다.
급기야는 지난 9일(현지시간) 여성 경제학자 단독으로 첫 노벨상을 받으면서 관심이 집중된 클로디아 골딘 미국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의 기자회견장에서도 한국의 저출산 문제가 등장했다. 성별 소득과 고용률 격차의 원인을 규명해온 골딘 교수는 지난해 1분기 기준으로 '0.86명'인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을 정확하게 언급하면서, 남성 중심의 기성세대 인식은 물론 직장과 기업문화가 바뀌지 않으면 인구 문제 해법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진단을 내놨다. 특히 세계 최고 수준의 육아 휴직제도를 갖췄지만 제대로 시행되지 않고 있는 일본을 예로 들었다.
직장갑질119와 아름다운재단이 임산부의 날(10월10일)에 맞춰 여론조사 전문기관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도 이를 뒷받침한다. 직장인 10명 중 4명은 법적으로 보장된 권리인 '출산휴가'를 제대로 쓰지 못했고, '육아휴직'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없는 분위기라고 답했다.
머니투데이가 올해 '아이(童)를 낳고 기르기 위한 특단의 발상(Think)'을 찾아보고, '아이(童)를 우선으로 생각(Think)하는 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추진 중인 저출산 희망벨 '띵동(Think童)'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지난달 12일 마련한 포럼에서 쏟아진 전문가들의 제언들은 같은 맥락에서 곱씹어 볼만하다. 범정부 인구정책기획단의 공동단장을 맡고 있는 김병환 기획재정부 1차관은 "인구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기업의 역할이 매우 중요해졌다"고 강조했고, 김영미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은 "기업의 동참을 통한 사내문화 개선 노력이 필수적"이라고 호소했다. 이인실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장도 "한강의 기적처럼 지금부터 생각을 바꾸고 정부와 기업이 함께 한다면 저출산도 극복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국가가 목표 출산율을 숫자로 결정해놓고 출산을 독려하는 방식은 바람직하지 않단 유엔인구기금의 비판은 그래서 뼈아프다. 무엇보다도 '아이를 낳는 일이 축복이 되는 사회'를 만드는게 먼저다.
최석환 정책사회부장 neokism@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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