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국무 “팔 수반 만나고 사우디로”…하마스 고립시킨다

이란 가세 못하게 견제

[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무력 충돌이 진행 중인 가운데, 미국은 하마스와 그 배후로 지목받는 이란을 고립시키기 위한 대중동 외교전을 본격화 한다.

이스라엘을 방문 중인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12일(현지시간) 텔아비브에서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나는 요르단에 가서 압둘라 국왕을 만나고,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을 만날 것”이라고 밝혔다.

서안 지구를 통치하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아바스 수반은 가자지구를 장악한 하마스에 비해 상대적으로 온건한 노선과 행보를 견지해왔다.

블링컨 장관이 아바스 수반과 만나는 것은 이스라엘을 향해 잔인한 기습 공격을 감행한 하마스를 보통의 팔레스타인 주민 및 기타 정파와 분리 대응함으로써 고립시킨다는 기조를 보여주는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블링컨 장관은 요르단 방문 후 카타르,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이집트 등을 순방하며 각국 지도자들을 만날 것이라고 밝혔다.

블링컨 장관은 “이 모든 활동을 통해 각국이 분쟁의 확산을 막는 데 힘을 보태고, 인질들이 즉각적이고 무조건 석방되도록 각국이 가진 하마스에 대한 지렛대를 사용하길 계속 촉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블링컨 장관은 이어 “또한 우리가 어떻게 하면 더 평화롭고, 더 번영하며, 더 안전하고, 더 통합된 지역(중동)에 대한 긍정적인 비전을 지속해 실현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논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결국 블링컨 장관의 중동 국가 연쇄 방문은 ‘맹방’인 이스라엘을 대신해 이스라엘의 대(對)하마스 반격의 정당성을 강변하고, 하마스와 그 배후에 자리한 이란을 고립 및 견제하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블링컨 장관은 또 최근 인도적 목적 등에 사용한다는 전제로 동결 해제를 결정한 이란의 석유 수출 대금에 대해 엄격한 감독을 하고 있다면서 재동결할 권리도 보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블링컨 장관은 이날 이스라엘 요인들을 만난 자리에서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공격하며 저지른 만행을 보여주는 사진과 동영상들을 봤다고 소개하고, 하마스의 반인도성을 재차 규탄했다.

그는 “총탄이 박혀 벌집처럼 된 아기와 유아, 참수된 군인들, 산 채로 불에 타 죽은 젊은이들… 그것은 상상의 범위를 넘어서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블링컨 장관은 “우리(이스라엘과 미국)가 가능한 한 국제법, 인도주의법, 전쟁법을 존중하고 준수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어떤 식으로든 민간인들이 군사 작전의 목표로 이용되어서는 안 된다”며 “그들은 이스라엘의 작전 목표가 아니다”고 말했다.

또한 블링컨 장관은 이스라엘의 지상전 개시가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는 가자지구 내 거주민들의 인도적 필요를 해결하는 방안과 주민들이 현지에서 대피할 안전한 통로 확보 가능성도 이스라엘 측과 논의했다고 전했다.

why37@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