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공이 큰 경기에 도움될 것” 17승 에이스가 가을 냄새를 맡았다, 2년 전 PS 미라클 재현되나
[OSEN=잠실, 이후광 기자] 17승 에이스가 가을 필승조의 향기를 풍기고 있다. 마리오가 버섯을 먹으면 슈퍼마리오가 되듯이 이영하(26·두산)가 가을 냄새를 맡으면 필승 카드가 된다. 이는 2년 전 두산의 미라클 여정에서 확인된 검증된 정보다.
이영하는 지난 12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NC와의 시즌 마지막 맞대결(16차전)에 구원 등판해 3이닝 2피안타 무사사구 3탈삼진 무실점 호투로 시즌 5승(3패)째를 올렸다. 팀의 4위 추격 불씨를 살린 값진 투구였다.
이영하는 2-1로 근소하게 앞선 3회 2사 1루서 선발 장원준에게 바통을 넘겨받았다. 그리고 초구에 박건우를 중견수 뜬공으로 잡고 이닝을 마무리 지었다.
6-1로 앞선 4회에는 삼진쇼를 선보였다. 선두 제이슨 마틴을 8구 끝 루킹 삼진으로 돌려보낸 뒤 박한결을 3구 헛스윙 삼진, 오영수를 6구 끝 다시 루킹 삼진으로 잡는 위력투를 뽐냈다.
9-1로 크게 리드한 5회는 위기였다. 2사 후 박주찬을 2루수 강승호의 포구 실책, 손아섭을 우전안타로 내보내며 1, 3루 상황에 처한 것. 그러나 실점은 없었다. 박민우 상대 2B-1S 불리한 카운트에 몰렸지만 직구를 이용해 좌익수 파울플라이를 유도했다.
이영하는 여전히 9-1로 앞선 6회에도 마운드에 올랐다. 선두 박건우와 마틴을 연달아 내야땅볼 처리했고, 박한결에게 좌전안타를 맞은 뒤 이병헌과 교체됐다. 투구수는 49개. 이병헌이 후속 오영수를 루킹 삼진 처리하며 승계주자 1명이 지워졌다.
이영하는 경기 후 “오늘은 마음에 들었다. 던질 때 생각이 많았는데 그냥 (양)의지 형 미트만 뚫어져라 보면서 던졌더니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라며 “아무래도 마인드와 멘탈이 컸다. 어떻게든 이겨야하는 경기였다. 경기 전부터 이긴다는 생각을 했는데 그런 부분이 마운드에서 많이 도움이 됐다”라고 승리 소감을 전했다.
이날 3이닝 투구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투구수 49개 또한 마찬가지였다. 이영하는 “장원준 형이 예전에 선발하실 때 초반 살짝 위기가 있다가 중후반에 잘 던지는 투수라서 오늘 4이닝을 던지시면 내가 1~2이닝으로 다리 놓아주는 역할을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일찍 올라갔다. 다행히 형이 내려올 시점에 팀이 이기고 있었고 내가 올라간 뒤 타선이 점수를 많이 내줘서 편하게 던졌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5회 끝나고 힘이 많이 부쳤는데 코치님이 쉬게 해줄 테니까 조금만 더 던지자고 했다. 그래도 6회는 많이 힘들었다. 다리가 떨려서 못 던지겠더라”라고 웃으며 “마지막에 욕심 부려서 안타를 맞아 아쉬웠다. 더 던지면 좋았을 것이다. 어깨는 괜찮았는데 몸이 힘들었다”라고 뒷이야기를 덧붙였다.
이영하의 올 시즌 성적은 35경기 5승 3패 4홀드 평균자책점 5.68. 학교폭력 재판에 휘말리며 스프링캠프를 소화화지 못했지만 무죄 판결과 함께 6월 1군에 복귀했고, 불펜진에서 롱릴리프, 추격조, 필승조 등 보직을 가리지 않는 전천후 활약을 해왔다. 재판 중에서도 착실히 개인훈련을 진행한 덕분에 즉시 두산 불펜진에 합류할 수 있었다.
이영하는 “올해 내가 생각했던 목표가 이뤄진 게 많아서 좋게 생각한다. 공에 대한 움직임, 구속을 특히 신경 썼는데 잘 됐다. 원하는 대로 폼이 올라왔다”라며 “안 좋은 것들은 내가 준비를 처음부터 같이 못했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다. 내년에 더 잘할 거라는 기대감이 있다”라고 다사다난했던 한 시즌을 되돌아봤다.
그러면서 “지금의 시기는 나에게 내년 시즌 준비 단계라고 생각한다. 마운드에 올라가면 당연히 열심히 던지겠지만 내년 시즌에 지금보다 발전하려면 어떻게 해야할지 생각을 많이 한다”라고 덧붙였다.
이영하는 지난 2019년 17승 에이스 도약과 함께 통합우승을 경험했지만 이후 3년 동안 선발과 불펜을 오가는 힘든 시간을 보냈다. 그런 가운데 자신의 적성을 찾은 시기도 있었다. 2021년 포스트시즌에서 홍건희와 함께 가을 필승조를 맡아 와일드카드 시리즈부터 한국시리즈까지 올라가는 미라클 여정을 이끌었다.
이영하는 “아무래도 나는 여기저기서 많이 던져봐서 어디에서든 다 던질 수 있다. 내 장점이다”라며 “만약에 가을야구에 가면 더 집중해서 던질 것이다. 내가 갖고 있는 공이 남들보다 좋으니까 자신감을 갖고 있다. 무기로 잘 쓰면 큰 경기 팀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4위 NC를 0.5경기 차이로 추격 중인 두산의 막바지 순위싸움 전망도 밝게 내다봤다. 두산 특유의 가을 DNA를 신뢰하는 모습이었다. 이영하는 “우리 멤버들이 그 동안 많은 순위싸움을 해봤다. 1, 2위 싸움은 물론이고, 2, 3위도 다퉈봤다. 그런 경험이 우리에게 좋게 작용하지 않을까 싶다”라고 해피 엔딩을 꿈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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