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맛 봐야 정신 차리나’ 공사장 화재 안전불감증 여전 [현장, 그곳&]
개정안 시행전 착공… 적용 안돼
도내 방화포 등 없는 곳 많아 ‘위험’
소방청 “주기적인 점검 통해 예방”
12일 오전 10시께 수원특례시 팔달구 상가 건설현장. 공사장 안팎으론 자재 용접 등 작업이 한창이었다. 짧은 순간 불꽃이 튀어 올라 인근에 놓여진 가스통과 나무자재, 천 등에 붙을 뻔했지만 이를 막아줄 방화포는 찾아볼 수 없었다. 또 공사장 내부엔 재빠른 대피를 위한 비상조명등도 마련돼 있지 않아 화재 발생 시 신속한 대피가 어려워 보였다.
같은 날 평택과 화성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철근이 세워진 평택시 고덕면의 주택 건설현장의 경우 한쪽 벽면에만 방화포가 설치돼 있었으며 이마저도 일부분은 떨어져 너덜너덜한 상태였다. 화성시 봉담읍의 빌라 건설현장엔 방화포가 있었지만 간이소화장치 등 임시소방시설은 보이지 않았다.
건설현장에서 대형 화재 방지를 위해 건설현장 화재 기준이 강화됐지만 경기도내 일부 공사장엔 적용되지 않아 화재 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지적이다.
이날 소방청에 따르면 올해 7월1일부터 개정된 ‘건설현장의 화재안전성능기준’이 시행 중이다. 주요 내용은 기존 건설현장에 설치해야 했던 소화기구, 간이소화장치, 간이피난유도선, 비상경보장치 등 임시소방시설에 방화포, 가스누설경보기, 비상조명 등 3종이 추가됐다. 또 가연성 가스 발생 작업과 불꽃이 발생하는 작업이 동시에 이뤄지지 않도록 수시로 확인 및 점검하는 등 건설현장 소방안전관리자의 업무가 구체화됐다.
이 같은 개정안은 지난 2020년 4월 이천시 모가면 소고리의 물류센터 신축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화재를 계기로 마련됐다. 당시 용접 불티가 천장 우레탄 폼에 튀어 화재가 발생해 50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문제는 이 같은 기준이 강화된 개정안은 시행일인 7월1일 이후 건축허가를 받은 건설현장에만 한정적으로 적용된다는 것이다. 개정안 시행 이전 착공된 건설현장의 경우 소급적용이 되지 않아 화재 위험에 노출돼 있다.
최근 5년간 도내 건설현장에서 발생한 화재 건수는 총 947건이다. 이로 인해 45명이 목숨을 잃었으며 64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올해 9월까지는 116건의 화재가 발생했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건설현장엔 가연물질이 많고 용접·용단 등의 작업이 동시에 이뤄져 화재 위험이 다분하다. 대형 인명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 곳”이라며 “완공된 건물이 아니어서 충분히 소방설비에 대한 소급적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소방설비를 추가해 화재를 예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소방청 관계자는 “예산 문제 등으로 소급적용이 되지 않는 현장에 시설 설치를 강제할 수는 없다”면서 “주기적인 현장 점검으로 화재를 예방하겠다”고 전했다.
김은진 기자 kimej@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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