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생각] 위대한 작자이자 독자인 당신을 초대하오

한겨레 2023. 10. 13.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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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책방 중 하나인 '셰익스피어앤컴퍼니'의 벽면에 새겨진 문장은 아마도 전 세계 서점인들의 마음속에서 가장 자주 인용되는 문구일 것이다.

"낯선 이를 냉대하지 말라. 그들은 변장한 천사일지도 모른다." 우리 책방에서는 종종 이렇게 변주되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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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책방은요]우리 책방은요 │ 서점극장 라블레

서점극장 라블레 내부 모습.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책방 중 하나인 ‘셰익스피어앤컴퍼니’의 벽면에 새겨진 문장은 아마도 전 세계 서점인들의 마음속에서 가장 자주 인용되는 문구일 것이다. “낯선 이를 냉대하지 말라. 그들은 변장한 천사일지도 모른다.” 우리 책방에서는 종종 이렇게 변주되곤 한다. “그들은 변장한 출판인, 시인, 소설가일지도 모른다.” 여기에 슬그머니 덧붙여본다. 또는 미래의 창작자일지도 모른다고.

책방을 하겠다는 무모한 광기에 빠지고 나서, 동네책방들을 탐방하며 서가를 서성이며 계산대를 지나가는 사람들을 종일 관찰한 적이 있었다. 확실히 종이책과 동네책방의 미래는 밝지 않아 보였다. 그렇다면 그럼에도 사람들이 더 능동적으로 책을 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하며 책방들을 돌아다니는데, 어느 서점을 가든 특정 책들을 묻지도, 재지도 않고 쌓아서 사는 손님들이 눈에 들어왔다. 구매 도서 목록과 구매자들을 보면서 깨달았다. 작업하는 사람은 자기 분야와 연관된 책에 한해서는 계산하지 않고 산다는 단순한 사실을.

서점극장 라블레 내부 모습.
서점극장 라블레 내부 모습.
서점극장 라블레 내부 모습.

자기 작업을 하는데 도구와 장비에 투자하지 않는 사람은 드물다. ‘그렇다면… 우리 책방 문을 열고 들어오는 사람들이 모두 창작자가 되면 되지 않을까? 좋은 책을 소개하고 팔아서 모든 사람이 자기 삶의 위대한 작자가 되게끔 도우면 될 일이다. 책을 만드는 노고를 존중하고, 그 가치를 가장 잘 인정하면서도 책을 소유하는 데 돈과 에너지를 아끼는 창작자는 없으니까. (설령 책을 훔치는 한이 있더라도 말이다.)’ 집이 없고, 이사와 이주를 끊임없이 하더라도 마음에 끌리는 책을 만나면 습관처럼 집으로 그 책을 데려올 수밖에 없는 사람. 자신의 삶을 능동적으로 창조해가는 인간. 그런 감염자들을 퍼트리겠다는 사악한 꿍꿍이로 책방 운영을 시작했다. 그리고 책방 운영 3년차에 접어든 지금, 그 계획이 어떻게 진행 중인가에 대해서는…… 여러분의 추리와 상상에 맡긴다. 2023년의 우리는 그저 지면을 빌려 앞으로 태어날 책들을 향해, 어느 미래의 시공간에서 이 글을 보고 반갑게 웃고 있을 불멸의 작자들에게 편지를 띄울 따름이다.

서점극장 라블레 내부 모습.
서점극장 라블레 내부 모습.
서점극장 라블레 내부 모습.

사사키 아타루씨는 그의 정열적인 책 ‘잘라라, 기도하는 그 손을’에서 예언자 무함마드의 일화를 빌려 책을 읽고 만드는 일을 하는 사람들을 천사로 은유한 바 있다. “책을 읽는 일은 천사와 같은 것입니다.” 그러니 다시 이 글의 서두로 돌아가 본다면, 이렇게도 다시 변주해볼 수 있을 것이다. “책방 문을 열고 들어오는 사람을 환대하라. 그들이 곧 천사다.”

천사들이 찾아와 공간에 온기를 더하고, 책을 사고, 목소리를 들려주는 곳. 천사의 얼굴을 마주 볼 수 있는 장소가 바로 이 글을 읽는 분들의 곁에 있는 동네 책방들이다. 그리고 그 수많은 곳 중에서 서울시 마포구 염리동에 있는 세계문학 서점, ‘서점극장 라블레’에서 책이 여러분을 기다린다. 단, 마음의 준비를 하고 책방 문을 열고 들어오시기를. 우리 서점의 책들은 여러분을 위대한 작자이자 독자로 초대할 작정이니 말이다.

글·사진 서점극장 라블레

서점극장 라블레
서울시 마포구 백범로 25길 5, 1층
rabelai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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