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생각] 장애를 ‘체험’하고 있는 SF 작가입니다

이승준 2023. 10. 13.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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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장애인들이 장애인을 바라보는 시선은 여전히 납작하다.

'동정의 대상', '지하철 시위', '우영우' 등 단편적인 이미지로 장애인을 정의하는 오류에 빠질 때가 많다.

자유롭지 않은 손가락으로 한 번에 한 자모씩 힘겹게 키보드를 눌러 글을 쓰는 그는 비주류의 정체성을 가진 '장애인+에스에프 소설가'로서 자신의 사명을 꾹꾹 눌러 입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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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가장 보통의 인간

SF 작가 최의택의 낯설고 익숙한 장애 체험기

최의택 지음 l 교양인 l 1만6800원

비장애인들이 장애인을 바라보는 시선은 여전히 납작하다. ‘동정의 대상’, ‘지하철 시위’, ‘우영우’ 등 단편적인 이미지로 장애인을 정의하는 오류에 빠질 때가 많다. 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 일상을 일구는 ‘사람’이라는 당연한 사실을 잊는다.

두권의 장편소설(‘슈뢰딩거의 아이들’, ‘0과 1의 계절’)과 한권의 소설집(‘비인간’)을 낸 에스에프(SF) 작가인 저자의 에세이는 “장애를 ‘경험’하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다. 누군가의 아들이면서, 장애를 가지고 있고, 소설을 쓰는 사람으로서 일상에서 겪는 경험과 고민을 솔직하고 단단하게 글로 풀어낸다.

근육병(선천성 근이영양증)으로 한 번도 걸어본 적이 없고, 고등학교를 그만두고 주로 집에서 지낸 그에게 글쓰기는 세상과의 유일한 소통방식이다. 작가로서 자신을 정의해온 그는 에스에프 문학상을 받고 이름을 알린 뒤 ‘장애명이 뭐냐’며 쏟아지는 질문에 “깊은 나락으로 떨어지는 기분”에 빠진다. 장애를 부정하지 않지만, 장애가 자신의 모든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장애를 정면으로 응시하고 받아들이며 삶의 주도권을 찾는 탐험에 나선다. 소설가 지망생 시절 문장이 어색하다는 지적에 힙합을 흥얼거리며 자연스러운 문장을 써보려는 저자의 모습에 그 탐험은 개인의 이야기가 아니라 꿈을 좇는 우리들의 이야기라는 생각이 든다.

자유롭지 않은 손가락으로 한 번에 한 자모씩 힘겹게 키보드를 눌러 글을 쓰는 그는 비주류의 정체성을 가진 ‘장애인+에스에프 소설가’로서 자신의 사명을 꾹꾹 눌러 입력한다. “길 자체가 완전히 부서져 모두가 돌이킬 수 없는 퇴행의 늪에 빠지지 않으려면 소리쳐 알려야 한다. 누가? 길에서 밀려난 이들이.”

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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