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詩 읽기] 피는 꽃도 지는 꽃도 우리를 닮았습니다

관리자 2023. 10. 13.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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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서히 꽃들이 지는 계절입니다.

하지만 가을이라고 꽃들이 지고 없지는 않습니다.

크고 화려한 꽃들이 지고 난 뒤에 잔잔히 피는 가을꽃들은 그 존재감이 약해서 그렇죠.

김윤현 시인은 지는 꽃을 바라보며 지는 꽃도 아름답게 보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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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서히 꽃들이 지는 계절입니다. 하지만 가을이라고 꽃들이 지고 없지는 않습니다. 크고 화려한 꽃들이 지고 난 뒤에 잔잔히 피는 가을꽃들은 그 존재감이 약해서 그렇죠.

대지를 한차례 휩쓸고 지나간 왕성한 기운들은 결실 쪽으로 힘을 몰아주고 있다면, 잔잔한 꽃들이 그 배경을 받쳐주고 있는 듯합니다.

지는 것이 보기 싫어 꽃을 싫어한다는 사람을 많이 봤습니다. 저는 꼭 그렇지만도 않은 것이 지는 과정까지 꽃의 아름다움에 포함된다고 여기는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지고 스러지고 닳아 없어지는 것이 인간하고 닮아서 그렇습니다.

김윤현 시인은 지는 꽃을 바라보며 지는 꽃도 아름답게 보기를 소망합니다. 그런데 사랑 하나 넣어두었는지 뒷주머니가 불룩해 있군요. 분명 아름다울 겁니다. 시인의 힘겨운 시절을 사랑이 떠밀어줄 텐데 지는 꽃들도 길을 터줄밖에요.

젊어서 지는 꽃 보는 법을 몰라서 우리는 젊어서 아름답지 못했는지도요. 피는 꽃도 아름다워할 줄 알고, 지는 꽃도 아름답게 볼 줄 알았다면 사랑 앞에서도 이별 앞에서도 우리는 더 많이 긍정하고 더 많이 찬란했을 텐데요.

그도 그럴 것이 좋아하는 것들에만 정신 팔려 있었습니다. 그렇다고 그 좋아하는 것들을 다 잡지도 못했으면서 말입니다.

계절 하나 다가오거나 계절 하나 보낼 때마다 페이지를 넘기는 기분입니다. 이 가을엔 모든 시간과 일상이라는 페이지 사이사이에 아름다움을 끼워넣기로 합니다. 그래야 또다시 페이지를 넘길 차례가 오더라도 덜 쓸쓸하고 덜 겁날 것만 같습니다.

이병률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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