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기부제 시행 8개월 만에 모금액 265억원…도시민 대상 홍보 치열
자체 온라인 쇼핑몰 적극 활용
다양한 농특산물 답례품 선봬
제주, 만감류·돼지로 인기몰이
전국 1위 예천, 출향인사 ‘큰힘’
순번 추첨·유명인 기부 추진
세제 혜택 앞세워 직장인 공략
지방과 농촌 발전의 마중물이 될 고향사랑기부제(고향기부제)를 시행한 지 8개월 만에 모금액이 265억원, 기부자는 19만명을 넘어섰다. 특히 기초지방자치단체 가운데 경북 예천·의성, 전북 순창·무주 같은 군 단위 지자체가 약진하면서 관심을 끌고 있다. 기발한 생각으로 참여자 혜택을 늘리거나, 3만원대 농축산물 답례품을 집중적으로 개발하면서 의미 있는 결과를 얻어냈다는 평가다. 반면 기부 누리집인 ‘고향사랑e음’이 사용하기 불편하다는 점, 홍보 방식에 지나치게 제약이 많다는 점, 세액공제액이 다소 낮다는 점 등은 개선해야 할 사항으로 꼽힌다.
◆지자체 농특산물 온라인몰 개편… 3만원대 다양한 답례품 선보여=거주지 외 지자체에 기부한 사람에게 세액공제 혜택과 기부금의 30%에 이르는 값어치의 답례품을 주는 고향기부제 참여 분위기가 갈수록 확산하고 있다. 송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제주갑)이 최근 각 지자체에서 받은 고향기부제 현황 자료에 따르면 8월말 기준 모금액은 265억원, 기부자는 19만명을 웃도는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재정자립도가 낮은 군 단위 지자체가 기부금을 많이 쌓은 것이 고무적이다. 세부 자료를 제출한 지자체 가운데 경북 예천이 6억3000만원으로 가장 많았고, 제주도(5억6000만원), 전북 순창(3억9000만원), 경북 의성(3억4000만원), 전북 무주(3억1000만원)가 그 뒤를 이었다. 제주도 내 제주시와 서귀포시는 지방자치단체가 아닌 행정시로 분류돼 고향기부금을 받을 수 없다.
예천군이 전국 1위의 모금 실적을 올린 것은 김학동 군수를 비롯한 공무원들이 대대적인 홍보에 나서고 있는 데다 호우피해 주민을 도우려는 출향인들의 남다른 애향심 덕분이다.
또한 자체 온라인 농특산물 쇼핑몰인 ‘예천장터’를 적극 활용한 것도 한몫했다. 답례품으로 쇼핑몰 쿠폰을 주고 여기서 농특산물을 사게 한 것이다. 군은 사전 작업으로 예천장터 누리집 첫 화면을 이용자 편의를 고려해 대폭 개편하는 공을 들였다. 젊은층의 마음을 사로잡고자 내놓은 예천 삼강나루 캠핑장 할인쿠폰도 눈길을 끈다.
고향기부제가 자연재해를 입은 지역을 도울 수단으로 활용된 점도 주목할 만하다. 7월초 집중호우로 막대한 피해가 발생한 예천은 8월에만 1억3000만원의 기부금이 모였다.
이자연 군 재무과 팀장은 “집중호우 피해가 극심할 때 고향사랑기부금으로 아픔을 함께한 분들이 많았다”면서 “향우회 같은 출향 인사들이 이어달리기식으로 모금에 동참한 것이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무주군은 기부자가 세액공제를 오롯이 받을 수 있는 금액인 10만원에 주목했다. 기부자 대다수가 3만원 정도의 답례품을 선택할 것으로 보고 그에 맞는 농특산물을 집중적으로 발굴했다. 사과와 옥수수, 수제 도라지정과, 돼지고기와 한우 떡갈비, 천마 가공품, 머루와인, 친환경고사리가 대표적이다.
◆쌀·축산물·과일 등 대표 농특산물 인기 견인=고향기부제 모금액이 많은 지자체의 공통점 중에 하나가 ‘지역을 상기할 만한 농특산물’이 있다는 것이다.
제주도는 지역을 대표하는 만감류와 흑돼지 등을 전면에 내세워 고향기부제를 홍보해왔다. 이런 노력에 힘입어 농축산물이 답례품으로 많은 선택을 받았다. 제주연구원이 분석한 답례품 주문실적(6월말 기준)을 보면 총 2463건 가운데 감귤이 782건(31.7%), 돼지고기가 537건(21.8%)으로 1·2위를 차지했다.
변진숙 도 고향사랑팀장은 “지역특산품 위주로 주문이 집중되는 경향을 보인다”면서 “기부자가 가장 신뢰할 만한 품목을 선택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고추장의 고장 순창군은 장류를 앞세워 참여를 이끌었다. 순창고추장은 물론 된장·청국장·간장을 답례품으로 꾸렸다. 군 관계자는 “순창 하면 장류를 떠올리고 기부에 나선 타지역 사람들이 꽤 많다”면서 “이들이 자연스럽게 순창의 다른 농특산물에도 관심을 기울이도록 참두릅장아찌, 수제 한과, 강정, 밤 등으로 다양하게 답례품을 구성했다”고 귀띔했다.
의성군에선 주문 즉시 바로 찧어 배달하는 ‘의성진쌀’이 인기다. 의성군쌀조합공동사업법인(의장 송강수·다인농협 조합장)이 생산하는 ‘의성진쌀’은 올 설 명절 대통령 선물세트에 포함돼 유명세를 치렀다.
김동림 군 재무과 팀장은 “답례품으로 밥맛 좋기로 소문난 ‘의성진쌀’이 인기를 끈다”면서 “가을에 본격적으로 출하하는 달콤한 ‘의성사과’를 답례품에 추가해 홍보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말했다.
◆‘연말정산’에 관심 있을 도시 직장인 마음 사로잡는다=지자체간 홍보 경쟁도 한층 치열해지고 있다. 특히 12월에 막판 승부수를 띄우려는 움직임이 감지된다. 연말정산 때 세제 혜택을 보려는 직장인들이 계산기를 두드려보고 마지막 달에 고향기부제에 동참할 가능성이 높아서다. 10만원을 기부하면 연말정산 때 금액 모두를 세액공제 받고, 3만원 상당의 답례품은 덤으로 받게 되니 도시 직장인의 유인 동기는 충분하다.
무주군은 기부한 순번에 따라 추첨해 당첨 기부자에게 의미 있는 선물을 얹어주는 방식으로 관심을 끌어모은다. 가령 100호·200호같이 100단위나 무주 덕유산 높이(1614m)나 천연기념물(322호)인 반딧불이를 연상하게 하는 순번의 기부자에게 더 많은 선물을 안겨준다.
황인홍 군수는 “제도의 지속성과 안정화·활성화 측면에서도 시행 첫해가 정말 중요하다”며 “무주만이 가진 독창적이고 매력적인 자원이 무엇인지 파악해 참여자가 스스로 기부할 마음이 우러나도록 설득하는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주는 유명인의 기부로 동참 분위기를 형성하는 전략을 구사한다. 배우 이영애·박상원씨를 비롯해 박지성·이대호·강민호씨 같은 국가대표 출신 운동선수가 제주 기부에 동참했다. 4일에는 방송인 박수홍씨를 제주 홍보대사로 위촉하면서 앞으로 적극적인 모금활동을 벌인다는 계획이다.
연초에는 지역축제와 연계해 관광객에게 제도를 널리 알렸다. 3월 새별오름(애월읍)에서 개최된 ‘제주들불축제’와 7월 사려니숲길(조천읍)에서 열린 ‘에코힐링 체험행사’를 비롯해 주요 행사마다 방문객에게 제도의 취지·혜택을 설명했다.
도는 앞으로 수도권에 거주하는 30∼50대 직장인을 집중 홍보 대상으로 삼을 계획이다. 변 팀장은 “연말 직장인을 중심으로 기부자가 궁금할 것”이라면서 “11월말 서울 청계광장에서 농협을 포함한 주요 기관·단체와 대규모 고향기부제 행사를 기획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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