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직격탄 맞은 농업 R&D 예산 삭감

관리자 2023. 10. 13.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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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적인 것이 성과를 낸다(Persistence pays)." 얼마 전 우리나라 농업 연구개발(R&D) 분야의 전문가와 대화를 하다가 들은 문장이다.

국가 R&D 예산이 대폭 삭감된 상황에서 농업계 R&D를 담당하는 대표기관 농촌진흥청도 직격탄을 맞았다.

농진청이 개발한 기술을 사업화하는 농업실용화기술 R&D사업 예산 또한 100억원 이상 줄어 사업을 지속하기 어렵다는 소식을 들었다.

차제에 그동안 하지 못한, 농업 R&D의 특성을 반영하는 정책이 수립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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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적인 것이 성과를 낸다(Persistence pays).” 얼마 전 우리나라 농업 연구개발(R&D) 분야의 전문가와 대화를 하다가 들은 문장이다. 이 문장은 줄리안 앨스톤과 필립 파디 등 농업 R&D 정책의 국제적 권위자들이 2010년 발간한 책의 제목이기도 하다.

하지만 꾸준함만 한 게 없다는 교훈은 R&D 분야에서 잊힌 듯하다. 내년도 국가 R&D 예산은 올해 대비 13.9%(3조4000억원) 삭감됐다. 이를 두고 이야기가 분분하다. 참고로 국가 R&D 예산은 1991년 이후 33년 동안 한번도 삭감된 적이 없다고 한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때조차 줄어들지 않은 것이다. 정부는 관행적으로 이뤄지는 과제 나눠 먹기, 중복 투자, 건수 채우기 등 이른바 ‘R&D 카르텔’ 척결을 예산 삭감의 명분으로 내세웠다.

국가 R&D 예산이 대폭 삭감된 상황에서 농업계 R&D를 담당하는 대표기관 농촌진흥청도 직격탄을 맞았다. 농진청의 2024년 예산은 올해보다 13.5%가 감소했으며, 특히 R&D 예산은 무려 24.6%(1875억원)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기초 식량주권 확보, 지역농업 활성화, 탄소중립 등 일부 R&D 분야에서 증액이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연구 분야는 예산이 대폭 축소됐고 심지어 전액 삭감돼 폐지된 분야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농진청이 개발한 기술을 사업화하는 농업실용화기술 R&D사업 예산 또한 100억원 이상 줄어 사업을 지속하기 어렵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 사업을 담당하는 한국농업기술진흥원의 경우, 예산 삭감에 따른 대비책을 마련하기 위해 임직원이 백방으로 뛰고 있다는 후문이 들린다.

현행 국가 R&D에 문제점이 있고 혁신이 필요하다는 데 대다수 전문가가 동의한다. 일부 연구자들의 잘못된 행태는 지탄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예산 삭감은 현재 R&D를 성실히 수행하는 연구기관 또는 전문가의 의욕을 저해하고 정책에 반감을 갖게 하는 부작용을 만들 수 있어 우려스럽다. 단기간에 소수의 판단으로 미래의 먹거리를 책임지는 R&D 예산을 삭감하는 게 과연 최선인지 의문스럽다.

더군다나 농업 R&D는 다른 산업 R&D와 달리 특수성을 지녀 예산 삭감 시 특히 신중해야 한다. 농업 R&D의 특수성은 첫째, 장기성이다. 농업 R&D는 편익을 얻기 전 투자 기간이 길다. 둘째, 공공성이다. 농업은 국가의 핵심 기간산업으로, 국민의 생존과 건강에 직결돼 있다. 셋째, 불확실성이다. 농업은 생명을 다루는 분야로 기후변화 등에 따른 R&D의 불확실성이 크다. 이밖에 농업 R&D는 타 산업 분야와 차별화된 특성을 지녔고, 선진국은 농업의 특수성을 인정해 농업 R&D를 타 분야와 달리 관리하는 제도가 발전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국가 R&D 관리체계에서 농업 R&D의 특수성을 거의 인정하지 않고 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농업 R&D는 결실을 보기까지 인내심과 기다림이 요구된다. 대규모 금액을 일시에 투입하는 것보다 일정 자금을 지속해 투자하는 게 농업 R&D 발전에 도움이 된다. 하지만 우리 정책이 이런 핵심을 간과하고 있어 안타깝다. 아직 농업 R&D 관련 예산규모는 확정되지 않았다. 따라서 예산을 복원하기 위해 국회 또는 정부에서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 차제에 그동안 하지 못한, 농업 R&D의 특성을 반영하는 정책이 수립돼야 할 것이다.

한순간의 잘못된 선택이 몇년이 지나 부메랑이 되어 우리에게 되돌아올 수 있다. 꾸준하지 않음에 대한 대가는 언젠가, 어떠한 방법으로든 치러야 한다.

최재욱 법무법인 디라이트 파트너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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