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의 시장, 전통주 붐은 온다] 원재료 품질 높인 일본술 프리미엄 전략…35개국에 수출 ‘축배’

박준하 2023. 10. 1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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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주의 미래에 대한 고민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일본도 마찬가지다.

"오래전엔 저가형 술을 팔았죠. 그러다보니 점점 다른 양조장에 치여 매출이 떨어졌어요. 이대론 안되겠다 싶어서 모든 제품을 프리미엄화하고, 포화 상태인 내수시장 대신 해외시장을 노리기로 했습니다. 가령 일본에선 이미 유명한 '닷사이' 사케랑 경쟁할 수 없지만, 해외에선 기존의 유명세에 좌우되지 않고 객관적으로 평가받을 수 있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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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의 시장, 전통주 붐은 온다] (12) 일본술, 해외시장을 열다
105년 된 ‘아카시타이’ 양조장
사케 소비 줄고 내수 포화 고심
저가술 접고 고급화 내세워 홍보
라벨 영문 표기로 이해 쉽게 도와
리큐어·진 등 주류 90% 수출길
부진 극복…새로운 도약 ‘결실’
효고현 아카시시 아카시타이 양조장의 기미오 요네자와 대표가 사케·리큐어·진 등 주요 품목을 소개하고 있다.

전통주의 미래에 대한 고민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일본도 마찬가지다. 물론 우리보다 전통주 소비량 자체는 많지만 매년 줄고 있는데다 특히 젊은 세대가 사케를 외면하고 있어서다. 이를 해결하고자 양조장에선 수출로 눈을 돌리거나 새로운 주종·형태의 술에 관심을 갖는 등 다양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부진을 극복하고 새롭게 도약하는 양조장인 효고현 아카시시의 ‘아카시타이’는 그 해답을 보여준다. 현장을 방문, 이들의 노력을 취재했다.

기미오 요네자와 대표가 운영하는 아카시타이는 1918년부터 양조 알코올을, 1960년부터는 사케를 팔기 시작한 105년 된 양조장이다. 막상 아카시타이에 가면 외국에서 영감을 받아 꾸몄다는 현대적인 방문자 센터 모습에 한번 놀라고, 두번째론 사케 양조장에 위스키 증류기가 있다는 점에 놀란다. 이곳에서 파는 주종만도 사케를 포함해 리큐어·진·위스키까지 모두 네종이다. 세번째 놀라운 점은 만든 술 90%를 수출한다는 것이다. 처음엔 아주 전통적인 사케 양조장으로 시작했다가 매출부진으로 전략을 바꾼 것이다.

“오래전엔 저가형 술을 팔았죠. 그러다보니 점점 다른 양조장에 치여 매출이 떨어졌어요. 이대론 안되겠다 싶어서 모든 제품을 프리미엄화하고, 포화 상태인 내수시장 대신 해외시장을 노리기로 했습니다. 가령 일본에선 이미 유명한 ‘닷사이’ 사케랑 경쟁할 수 없지만, 해외에선 기존의 유명세에 좌우되지 않고 객관적으로 평가받을 수 있기 때문이죠.”

아카시타이는 위스키 증류소인 ‘가이쿄’의 문을 열었다. ③ 외국에서 영감을 받아 꾸민 방문자 센터 모습.

2005년, 기미오 대표는 영국 런던에서 열린 식품박람회에서 일본술 부스를 내고 열띤 홍보를 했다. 사케는 반나절 만에 준비한 물량이 동날 정도로 인기가 좋았다. 그 뒤로 사케가 잘 팔렸을까? 정답은 “마시고 끝났다”다.

“부스에서 술이 잘 나가니 제가 큰 착각을 했더라고요. 공짜로 주는 외국술이니 반나절 만에 동이 난 거였어요. 사케를 수입해보겠다는 바이어는 한명도 없었습니다. 그 뒤로 2년간 3분의 1은 해외에 있었지만 거래처를 단 한곳도 뚫을 수 없었습니다. 참담했어요.”

그는 오사카·고베시에서 활동하는 무역상을 찾아갔다. 무역상은 그의 눈앞에 사케 3000종류를 알리는 팸플릿을 던지며 최고급이든지, 유명하든지, 아니면 이 3000개 중에서 가장 싼 사케를 만들든지 특색을 갖추라고 조언했다. 그는 아직도 그 말을 가슴에 새긴다.

외국에서 영감을 받아 꾸민 방문자 센터 모습.

이후 기미오 대표는 포기하지 않고 저가 제품군의 원재료 품질을 높여 전부 프리미엄화하고 라벨을 바꿨다. 라벨에는 영어로도 표기해 외국인이 쉽게 읽을 수 있게끔 했다. 그의 노력 덕에 2005년 거래처 한곳도 뚫기 힘들었던 아카시타이의 현재 수출 대상국은 무려 35개국. 비행기가 아닌 컨테이너선으로 수출할 만큼 물량도 많다. 우리나라에도 이번달부터 들어온다.

사케·리큐어에 이어 다음 도전은 증류주다. 아카시타이는 2017년 영국 스코틀랜드에서 위스키 증류기를 수입해 ‘가이쿄 증류소’를 양조장 바로 옆에 냈다. 앞으론 증류주시장이 더 확대될 것이란 판단에서다. 과거 양조 알코올 판매를 했던 양조장이라 증류주에도 자신이 있었다. 런던 진을 베이스로 유자·고수·매실·산초 등 일본산 재료를 넣은 ‘동경 135도’의 출시를 시작으로 곧 숙성한 위스키도 선보일 예정이다.

“많은 경험을 통해 좋은 것을 보면 바로 배우려고 했습니다. 알아서 우리 양조장 술을 찾길 바라기보다 직접 찾아가 알리려 노력했죠. 그 결과가 이제야 드러난다고 생각합니다. 한계를 인정하고 스스로 넘어서야 더 나은 미래가 펼쳐지지요.”

아카시(일본)=박준하 기자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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