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작은 주유소’ 덕에 영농철 시간 아껴요”

김윤호 2023. 10. 1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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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찾은 강원 철원 김화농협(조합장 장춘집) 농산물산지유통센터(APC) 바로 옆.

줄지어 있는 600ℓ 용량의 기름통 30여개에 일일이 주유기를 부착하던 장춘집 조합장이 이마에 맺힌 구슬땀을 훔쳤다.

김화농협이 '농협주유소를 이용하겠다'고 약정한 조합원을 대상으로 기름통에 주유기를 달아 올여름부터 집집이 보급하기 시작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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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화농협, 주유기 부착한 기름통 보급
대형 농기계 주유에 어려움 겪자 제작
일주일 한번씩 마을 돌며 기름 채워줘
신청 줄이어…연내 200여농가 공급
강원 철원 김화농협 장춘집 조합장(오른쪽)과 이성만 상무가 기름통에 부착한 주유기를 점검하고 있다.

최근 찾은 강원 철원 김화농협(조합장 장춘집) 농산물산지유통센터(APC) 바로 옆. 줄지어 있는 600ℓ 용량의 기름통 30여개에 일일이 주유기를 부착하던 장춘집 조합장이 이마에 맺힌 구슬땀을 훔쳤다. 김화농협이 ‘농협주유소를 이용하겠다’고 약정한 조합원을 대상으로 기름통에 주유기를 달아 올여름부터 집집이 보급하기 시작한 것.

셀프주유소에서 하듯 주유건 손잡이를 당기면 주유건 내부의 노즐이 열리면서 기름통에 있는 기름이 농기계 연료탱크로 주입된다. 이때 220V 전원 콘센트에 연결해 얻은 동력이 모터를 돌려 기름통에 든 기름을 끌어올린다. 기름통 내 기름 잔량은 제품에 수직으로 부착된 투명호스 안을 오르내리는 작은 고무 눈금으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남다른 손재주를 가진 장 조합장은 기름통과 주유기를 따로 구매해 이를 직접 결합했다. 기술을 익힌 일부 직원들도 작업에 손을 보탰다. 이 덕에 공장에서 기름통과 주유기를 결합해 파는 수백만원대 완제품과 비교해 훨씬 저렴한 58만원으로 판매가를 책정할 수 있었다. 이 중 농협 보조금이 33만원인 점을 고려하면 실제 농가 자부담은 25만원으로 뚝 떨어진다.

지역주민 한병국씨(60·김화읍 도창리)는 “바쁜 영농철이면 주유소를 오가는 시간도 부족한데 농협이 우리 집에 소위 ‘작은 주유소’를 하나 차려준다고 해 바로 신청했다”며 “이제는 제때 기름통만 채워주면 원하는 시간에 필요한 만큼 편리하게 주유할 수 있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김화농협이 이런 사업을 추진하게 된 건 주민들의 불편을 읽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문을 연 농협주유소 진입로가 다소 협소한 탓에 트랙터 같은 큰 농기계를 가져와 주유하는 데 애로가 있었던 것. ‘복지는 사소한 데서 시작한다’고 여겨온 장 조합장은 이를 외면하지 않고 즉각적으로 기름통 보급 사업에 뛰어들었다. 대형 주유차가 일주일에 한번꼴로 마을을 돌면서 집마다 빈 기름통을 채워주기만 하면 조합원들은 스스로 쉽게 기름을 넣을 수 있다.

김화농협은 제품을 연내 200여농가에 차례로 보급한다는 계획에 따라 현재 110여대를 들였다. 향후 5년 안에 2000여명의 전체 조합원에게 공급하는 게 최종 목표다. 특히 김화농협이 담당하는 지역은 토마토·파프리카 같은 시설원예농가가 밀집해 있어 난방유 사용이 전국에서도 손꼽힐 정도로 많은 곳이라 제품 신청이 줄을 잇는다. 현장을 참관한 농협경제지주 에너지사업부 관계자도 “다른 지역에도 도입할 만한 좋은 설비”라고 평가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김화농협은 내년에 준공 예정인 종합청사에서 증명사진이나 가족사진을 무료로 촬영해주는 등 복지서비스를 확대할 계획이다. 현재 인근에 마땅한 사진관이 없어 조합원이 사진을 찍으려면 차로 철원 읍내까지 이동해야 한다.

장 조합장은 “농가의 삶을 더욱 편리하게 해주고 경영비를 절감하는 데 도움을 줄 방법을 밤낮 연구한다”며 “앞으로도 조합원·주민의 일상생활을 세심히 살펴서 가려운 곳을 긁어주고 불편한 점은 해결해주는 복지농협으로 거듭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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