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관 체제가 낫다"…여가부 '플랜B' 그리는 용산 [통실톡톡]

사표 낸 장관, 낙마한 후보자…"차라리 공석으로 가잔 말 많아"
난망한 후임자 물색도 고민…총선 승리→ 법 개정 방안 선회?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 하고 있다. 2023.10.5/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 = "차라리 공석(空席)으로 가자는 말이 더 많다."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12일 논란 끝에 자진 사퇴하면서 여가부가 '수장 공백' 위기에 봉착했다. 김현숙 여가부 장관의 유임이 사실상 어려운 만큼, 대통령실 내부에선 '차관 권한대행 체제'로 부처 폐지 절차를 밟는 방안이 거론되는 분위기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13일 뉴스1과의 통화에서 "새 장관 후보자를 지명하기보단 차라리 (장관직을) 공석으로 가자는 말이 더 많다"며 "차관 대행 체제로 부처 폐지에 대한 강력한 시그널을 주면서 내년 총선을 치르고, 정부조직법을 개정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이 '차관 체제'를 검토하는 이유는 복합적이다. 일단 김현숙 장관은 새만금 잼버리 파행 책임으로 유임이 어렵다는 관측이 많다. 다른 대통령실 관계자도 "김현숙 장관의 사표를 수리하고, 장관이 없는 채로 (부처가) 갈 수도 있다"고 했다.

우여곡절 끝에 적임자를 찾더라도 당사자가 고사할 가능성도 높다. '부처 폐지'라는 사명으로 장관직을 맡을 인물이 많지 않은 데다, 이른바 '먼지 털이식 인사청문회'에 대한 공포 심리가 퍼져 있어 장관직을 선뜻 맡지 않으려 한다는 것이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대법원장 후보자 인준 부결 여파로 차기 헌법재판소장 인선까지 난항을 겪을 수 있다면서 "후임자를 선정한들 자신들(야당) 입맛에 맞지 않으면 압도적 다수 의석을 앞세워 부결시키는 폭거가 다시 안 나오리라는 보장을 누가 할 수 있나"라고 했다.

여가부 국정감사를 3주 앞두고 인선 절차를 원점부터 다시 밟는 것도 부담이다. 이에 대통령실에서는 여가부 장관직을 비워둔 채 내년 총선을 치르고, 정부조직법을 개정해 부처를 폐지하는 '플랜 B'가 힘을 받는 분위기다.

사실 차관 체제 운영은 이전부터 검토됐던 방안 중 하나였다고 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여가부 장관을 공석으로 두자는 의견은 기존에도 있었다"며 "관료제 특성상 폐지할 부처라도 그립을 잡을 수장을 비우는 것이 맞냐는 딜레마가 있었던 것"이라고 했다.

김행 후보자의 낙마를 계기로 '여가부 차관 체제' 가능성이 재부상했다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장관을 임명하지 않음으로써 부처 폐지에 대한 의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면서, 총선을 승리로 이끈 후 법 개정을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dongchoi89@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