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어가는 만추엔 호암미술관…'리움미술관급' 현대미술 거장전
국내외 작가 5명 모은 첫 소장품전
전통희원 개방·루이스 부르주아 거대 '거미'도 백미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호암미술관이 '자연스럽게' 리움미술관급 존재감을 발산하고 있다.
지난 5월 '김환기 회고전'을 개막, 유료 관객 15만 명을 이끌며 성황리에 막을 내린 호암미술관은 1982년 4월 개관한 이후 최고 인기를 누리고 있다.
삼성가의 호젓한 개인 미술관 인식이 깨지고 있다. 삼성 창업주 이병철 회장 소장품(1200여 점)으로 용인에 설립한 호림미술관은 전통한옥 형태의 건물에서 주로 고미술품을 선보여왔다.
삼성문화재단(이사장 김황식)이 지난 1년 간 전시장을 리노베이션한 호암미술관은 문턱을 낮추고 관람객객을 위한 최적화된 공간을 만들었다.
특히 아름다운 전통정원 '희원(熙園'까지 함께 볼 수 있는 감동 두배의 미술관으로 문화 수준을 높이고 있다. 경기 용인시 포곡읍에 위치한 호암미술관은 호수와 정원 등 수려한 자연 경관 속에 자리하고 있다.
'김환기 회고전'을 성공적으로 마친 호암미술관은 현대미술 거장전을 이어간다.
10일 개막한 소장품 특별전 '자연/스럽게'를 2024년 1월21일까지 1,2층 전관에서 개최한다.
호암미술관 개관 이후 국내외 동시대 작가를 함께 선보이는 첫 소장품전시다. 국내외 작가 5명의 조각, 사진, 영상, 설치 등 총 6점을 선보인다. 비행기 타고 해외 미술관을 가지 않고서도 만나볼 수 있는 동시대 현대미술 유명 작가의 대형 작품들을 압축한 전시다. 자연과 함께 하는 호암미술관의 성격을 반영한 전시이기도 하다.
김성원 리움미술관 부관장은 “이번 전시는 미술관 소장품 가운데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고찰하는 현대미술 작품으로 구성된다. '자연/스럽게' 전시는 자연을 거스르지 않으며 공존의 가능성을 모색하는 다섯 작가의 각각 다른 제안”이라고 소개했다.
아이슬란드 고원의 남쪽 계곡 도마달루를 12시간에 걸쳐 찍은 서른 다섯 장의 사진 작품으로 구성된 ‘올라퍼 엘리아슨’의 '도마달루 일광 연작(북쪽)'(2006)과 아이슬란드 빙하의 풍경에서 영감을 받은 ‘로니 혼’의 유리 작품 '열 개의 액체 사건'(2010)은 태초의 세계를 연상시키는 고요한 풍경 속에서 시간에 따라 달라지는 대자연의 변모를 비추어 보여준다.
빙하에서 활화산에 이르기까지 흙, 물, 불, 바람으로 이루어진 세계를 담은 ‘김수자’의 영상 작품 '대지-물-불-공기'(2009-2010), ‘리크리트 티라바니자’의 '무제2020(정물) 연작'(2023) 등 자연과 생태계의 위기를 드러내 보이는 작품들로 인류의 변화와 각성을 촉구한다.
‘문경원’의 공원 프로젝트 '프라미스 파크 서울'(2021)은 국가간 경계와 학문간 분야를 넘나드는 다양한 노력만이 새로운 영감을 가져올 수 있음을 상기시키며, 과거와 현재, 지역과 세계를 연결함으로써 찾을 수 있는 희망을 이야기하면서 전시를 마무리한다.
특히 전시 작품 중 관객의 참여를 중요한 내용으로 하는 ‘티라바니자’의 멸종 동물 기념비 작품 '무제2020(정물) 연작'(2023)은 관객들이 직접 작품의 탁본을 뜰 수 있게 하고 멸종 위기에 있는 동물에 대한 도서를 비치한 특별 공간을 마련하여 기후 위기와 환경 변화로 인해 초래되는 우리의 어두운 현실을 돌아볼 수 있게 한다.
11월에는 ‘티라바니자’의 작품을 주제로 다음 세대인 어린이들을 위한 워크샵을 주말과 겨울방학기간에 운영한다. 어린이 교육 전문 강사와 함께 진행하는 작품체험, 게임, 창의활동 등을 통해 멸종 동물을 지켜야 할 목적과 이유를 함께 찾아보는 프로그램이다.
한편 호암미술관은 관람객들이 좀 더 편하게 전시장을 방문할 수 있도록 지난 김환기 회고전에 이어 리움미술관(서울)과 호암미술관(용인)을 순회하는 무료 셔틀버스를 전시기간 동안 매주 화~목요일, 하루 2회 왕복 운행한다.
호암미술관은 전통정원 '희원' 1만 원의 티켓을 구매해야 전시도 볼 수 있다. '희원'은 전통석조들과 정자, 오또니엘 황금조각 등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정원으로, 특히 희원 담장 밖의 호수로에 설치된 루이스부르주아의 대형 거미(마망)조각을 보는 것 만으로도 관람료가 아깝지 않다.
산과 나무 자연 풍광속에 우뚝 서 있는 거미는 보는 순간 압도 당한다. 전 세계에 유일하게 자연속에 설치된 거미 조각은높이 9m 지름 10m로 긴 다리 8개를 갖고 있다. 부르주아는 생전 “알을 품은 암컷 거미를 통해 나의 어머니가 지닌 모성을 형상화한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2006년부터 서울 이태원 리움미술관 마당에 있다가 2019년 9월 호암미술관으로 옮겨왔다. 이 거미(마망)는 총 6개의 에디션이 있는데, 스페인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 등 세계적 뮤지엄에 설치돼 있다. 작품 가격만 3000억 원대를 호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감언론 뉴시스 hyu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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