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자부 위탁 업무 협회 직원, 뇌물죄 적용 공무원"…무죄→유죄

[광주=뉴시스] 신대희 기자 = 항소심 법원이 산업통상자원부의 위탁 업무에 종사했던 특정 산업 협회 직원을 형법상 뇌물죄가 적용되는 의제 공무원으로 판단, 해당 직원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광주지법 제2형사부(항소부·재판장 김영아 부장판사)는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특정 산업 협회 직원 A(55)씨의 항소심에서 원심을 깨고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벌금 8000만 원·추징금 7900만 원을 선고했다고 13일 밝혔다.

재판부는 뇌물공여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건설업자 B(47)·C(56)씨에 대해서도 원심을 깨고 각각 벌금 2000만 원을 선고했다.

또 뇌물수수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벌금 5200만 원·추징금 2600만 원을 선고받은 특정 산업 협회 직원 D(51)씨의 항소를 기각하고, 뇌물공여 혐의로 1심에서 벌금 1200만 원·2000만 원을 선고받은 또다른 건설업자 E(52)·F(64)씨의 원심을 깨고 각각 벌금 1500만 원을 선고했다.

A·D씨(의제 공무원)는 2013년 6월부터 2018년 2월까지 공동 피고인 B·C·E·F씨 등 업자 17명의 편의를 봐주고 각각 54차례·28차례에 걸쳐 7900만 원·2600만 원의 뇌물을 받아 챙긴 혐의로 기소됐다.

A·D씨는 통상 1~3개월 걸리는 기술자의 사업체 등록 처리를 곧바로 해준 뒤 입찰 자격 기준을 맞춰주는 대가로 뇌물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1심은 A씨가 업무 분장상 공무원으로 의제되는 협회 임직원으로 볼 증거가 없고, 직제상 위탁 업무와 관련한 금품을 받았다고 보기 어렵다며 A씨와 그에게 뇌물을 준 B·C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검사는 엔지니어링산업법에 따라 A씨가 산업통상자원부의 위탁을 받은 업무를 맡았기 때문에 뇌물수수죄를 적용해야 하고, A씨에게 뇌물을 공여한 이들도 유죄로 판단해야 한다고 항소했다.

2심 재판부는 검사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산업통상자원부장관의 사실조회 회신서 등을 토대로 위탁 업무 처리자의 권한과 범위를 폭넓게 판단했다.

재판부는 "A씨는 산업 실태·임금 조사를 한 결과를 산업통상자원부에 보고했고, 기술자 신고사항 유지관리 사항 취급자로 보고된 바 있다. A씨가 (범행 당시) 직제를 떠나 산업통상자원부 위탁 업무 중 일부에 종사했다"고 봤다.

이어 "A씨는 위탁 업무 처리자로서 기술자 사업체 등록, 기술자 조회, 경력증 출력 등 건설업자들의 업무상 편의를 봐주고 직무상 뇌물을 수수한 것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또 "A씨에게 뇌물을 준 B·C씨도 공여죄가 인정된다. 피고인들이 사회적 신뢰를 훼손한 점, 뇌물 공여·수수 기간과 처별 전력 등을 두루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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