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취임 3년 ①브랜딩 ②전동화 ③고급화로 '톱3'… 중국 도전 과제로

김형준 2023. 10. 13.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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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현대차그룹 회장 취임 3주년
전문가들 "성공적" 평가 속 과제도 제시
5월 이탈리아 레이크 코모에서 열린 '현대 리유니온'행사에서 포니 쿠페 복원 차량에 탑승한 정의선(오른쪽) 현대차그룹 회장과 이탈리아 디자이너 조르제토 주지아로. 현대차·기아 제공

'현대자동차 시초'로 여겨지는 포니는 올해 새로 태어났다. 5월 이탈리아 레이크 코모에서 열린 '현대 리유니온' 행사에서 50년 전 현대차 최초 독자 모델로 만들어졌지만 기술력 한계에 부딪혀 양산하지 못했던 '포니 쿠페'의 후손 격인 'N 비전 74'가 공개됐고, 6월 현대모터스튜디오 서울에서는 현대차 초기 베스트셀러인 '포니'의 역사를 되짚는 '포니의 시간' 전시회도 열렸다. 이 행사에서는 밴드 그룹 '잔나비'가 현대차와 함께 제작한 음원 'pony(포니)'까지 공개됐다.

레이크 코모부터 현대모터스튜디오까지 포니가 있는 곳엔 언제나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자리를 지켰다. 현대차의 과거를 되돌아보며 미래를 향한 비전과 방향성을 제시하는 과정에 대한 의지가 컸기 때문이다. 그룹 차원의 완성차 판매량이 글로벌 '톱3'에 이름을 올리는 등 회사가 급성장한 만큼 과거로부터 변하지 않는 브랜드 가치를 살피는 작업이 미래 모빌리티 분야 리더로 자리 잡기 위한 과제로 꼽은 셈이다.


취임 3년 차에 글로벌 '톱3'…영업익 20조 시대 예고

정의선 취임 3년, 날개 단 현대차·기아

14일로 취임 3년을 맞는 정 회장은 회사 정체성 확립을 위한 브랜딩 작업을 함께 하면서 전동화· 고급화를 통해 괄목할 만한 매출 성장을 일궈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2020년 정 회장 취임 이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이동 제약은 물론 반도체 수급난, 보호무역주의 등 불안정한 대외 환경에도 불구하고 그룹의 양적·질적 성장을 함께 이뤄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실제 현대차와 기아는 지난해 글로벌 시장에서 684만5,000대를 팔아 도요타, 폭스바겐에 이어 판매 대수 3위에 이름을 올렸다. 올해도 상반기에만 366만 대 정도 판매하며 세계 3위 자리를 지켜냈다.

무엇보다 수익 극대화에 성공한 점은 가장 큰 업적이다. 문학훈 오산대 미래전기자동차과 교수는 "빠른 전동화 전환과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의 흥행이 최대 성공 요인"이라고 꼽았다. 실제 현대차와 기아는 지난해에만 17조529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 정 회장이 그룹 수장이 된 첫해인 2020년(4조4,612억 원) 영업이익의 네 배에 육박하는 기록을 썼다.

고부가가치 차종 판매량이 높은 점이 실적 대박의 핵심 요인으로 꼽혔다. 제네시스와 스포츠유틸리티차(SUV) 판매 비중은 2021년 52.4%에서 56.8%로 높아졌는데 이를 통해 매출은 8조4,210억 원, 영업이익은 3조730억 원이 늘어난 것으로 분석됐다. 전기차도 지난해에만 20만 대 이상 판매하면서 현대차 아이오닉 시리즈와 기아 EV6 등을 글로벌 시장에 안착시켰다는 평가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는 현대차와 기아의 올해 합산 영업이익이 26조7,383억 원으로 보고 있다. 취임 4년이 채 되지 않아 영업이익 20조 클럽에 가입할 수 있다는 얘기다.

미래 모빌리티 기술 확보를 위한 공격적 투자도 돋보인다. 2020년 설립한 슈퍼널을 통해 2028년 미국에서 도심항공모빌리티(UAM) 서비스 개시를 목표로 달리고 있고, 2021년엔 정 회장 사재 2,490억 원을 포함한 1조 원을 투입, 로봇기업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인수해 로봇 사업 확대 발판까지 마련해놨다.


"신흥 시장 개척과 중국 점유율 확대 과제"

12일 경기 여주시 마임비전빌리지에서 열린 '기아 EV 데이' 행사에서 취재진이 전시된 전기차(왼쪽부터 EV3 콘셉트, EV5, EV4 콘셉트)를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전문가들은 대부분 정 회장 취임 이후 성과들에 높은 점수를 매기면서도 새로운 시장 개척과 중국 시장 점유율 확대를 큰 과제로 꼽았다. 중국 기업의 한국 시장 도전, 현대차그룹의 중국 시장 도전 모두 현재로서 어려운 숙제라는 평가다.

문 교수는 "중국 전기차 기업들의 기술력이 크게 좋아졌고 가격 경쟁력도 높아 중국 시장 진입이 과거보다 훨씬 어려워졌다"면서 "판매 가격을 크게 낮추지 못하면 국내 시장에 들어오기 시작하는 중국산 전기차의 도전이 생각보다 거셀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공학부 교수도 "현재 1.7% 수준까지 떨어진 중국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리는 게 미래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 중요하다"며 "인도와 동남아시아 등 신흥 시장 개척을 위한 전략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그룹 차원의 준비도 차근차근 진행 중이다. 12일 기아는 경기 여주시에서 '2023 기아 EV 데이'를 열어 중국에서 먼저 공개됐던 전기 SUV EV5를 공개했다. 소형 모델인 EV3, 준중형 모델 EV4 콘셉트 모델까지 선보이면서 가격 경쟁력 강화 의지를 내비쳤다.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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