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국 가는 항공편도 결항”… 단기체류 한국인들 오도 가도 못해
한국 대사관 “항공기 준비 중”
업무나 여행, 성지순례 등을 위해 이스라엘을 단기 방문했다가 하늘길이 막혀 발이 묶인 국민들이 13일(현지 시각) 불안을 호소하고 있다. 직항편이 결항됐을 뿐만 아니라, 제3국으로 향하는 항공편도 상당수 결항돼 오도 가도 못 하는 상황이 된 탓이다.
지난주 ‘한 달 살이’ 여행을 위해 이스라엘을 찾은 김모(33)씨는 “현지 한국인 관광객 상당수가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 이후 귀국하려 하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그리스·이탈리아·사이프러스 등 인근 유럽 국가는 물론이고 에티오피아·두바이 같은 아프리카, 중동 국가로 향하는 항공편을 구하는 것도 하늘의 별 따기”라고 했다.
특히 지난 11일 하마스가 수도 텔아비브에서 약 24㎞ 떨어진 벤구리온 공항 인근에 미사일을 발사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뒤, 동요가 컸다고 한다. 업무차 이스라엘을 찾은 신모(45)씨는 “이탈리아, 스페인, 두바이 항공권을 예매했지만 계속 줄줄이 결항 통보를 받고 있다”고 했다. 박모(30)씨는 “어머니가 성지순례차 이스라엘을 방문했다가 발이 묶여 나오지 못하고 있다”며 “무사히 돌아오시기를 기도하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들이 모여 있는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에서는 실시간으로 갱신되는 출국 항공권 정보가 공유되기도 했다.
피란을 떠나려는 장기 체류 교민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이스라엘 북부 갈릴리 지역에 거주하는 김주은(38)씨는 “하루에도 수차례 민항기를 예약하고 있지만, 계속 일정이 변경되거나 결항 통보를 받고 있어서 제3국으로의 출국조차 쉽지 않다”고 했다. 김씨는 “9세·6세 아이들이 있고, 이스라엘 국적 남편은 과거 2000년 ‘2차 인티파다’ 전쟁 당시 트라우마로 전역한 적이 있어 크게 불안해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외교부는 여행객과 교민의 귀국을 위해 전세기 투입을 검토 중이다. 주이스라엘 한국 대사관은 긴급 공지를 올리고 “이스라엘을 방문 중인 여행자분들과 출국을 원하시는 재외국민의 신속한 귀국을 돕기 위해 우리 정부는 13일 밤 출발 일정으로 우리 항공기를 준비 중”이라고 했다.
대한항공은 현지의 심각한 상황을 고려해 13일 인천·두바이 노선을 일시적으로 증설하기로 했다. 두바이로 탈출한 관광객과 교민을 실어 나르겠다는 취지다. 다만 항공사 차원의 텔아비브행 비행 재개 계획은 아직 없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전쟁 중인 이스라엘 영공에서 항공기를 운항하는 것이 부담스러운 건 사실”이라며 “현지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안전하다고 판단되면 기존 노선 운항을 재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대한항공은 지난 9일 이후 인천·텔아비브 노선 항공권을 판매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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