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한이 온다, 아프간의 비극 잊지 말아달라”
“최근 지진으로 사망자 수천 명이 발생했습니다. 그런데도 큰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아프가니스탄이 지구촌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점이 가슴 아픕니다.”
아프간에서 인도적 식량 지원 정책을 총괄하고 있는 샤웨이 리(47) 유엔세계식량계획(WFP) 아프간 국가사무소장은 12일 본지 인터뷰에서 “아프간 주민들은 그 어느 때보다도 엄혹한 겨울철을 앞두고 있다”며 국제사회의 관심을 호소했다. 그는 2021년 8월 탈레반 집권 뒤에도 떠나지 않고 남은 극소수 외국인 중 한 명이다.
한국의 아프간 지원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서울에 온 그는 “원조 기관들이 잇따라 철수하고 금융 시스템은 마비된 상황에서, 극심한 가뭄에 이번 지진 같은 자연재해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1500만명이 극심한 식량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데, 올겨울을 나기 위한 긴급 구호 식량 예산은 9억달러 중 4억달러밖에 확보되지 못했다”며 국제사회의 자발적 지원이 절실하다고 했다. “아프간도 기후 온난화의 영향을 받고 있어 역설적으로 내년에는 농작물 작황이 일시적으로 좋아질 수 있어요. 이번 겨울 나기가 그래서 중요합니다.”
WFP는 아프간 전역의 작황을 분석해 지원 예산을 배분하고, 식량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관개 시설 개선 사업 등을 관리한다. 리 소장은 탈레반의 집권으로 여성들이 힘든 상황에 처한 것과 관련해 “같은 여성으로서 감정적으로 힘든 건 사실”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텃밭을 일구고 채소를 키우고 아이를 돌보며 굳세게 살아가는 현지 여성들을 보면서 내가 이곳에 있는 존재의 이유를 되새긴다”고 말했다.
대만 출신으로 여섯 살 때 가족과 미국으로 이민한 그는 하버드대 로스쿨을 졸업하고, 대형 로펌의 기업 재무·부동산 변호사로 일하다가 2010년 WFP에 합류해 방글라데시·라오스·남수단 등을 거쳐 아프간 근무를 자원했다. 학부(UC버클리 정치학과) 시절부터 국제 인권과 개발 원조 분야에 관심이 많아 결국 현장으로 왔다고 한다. 그는 “변호사 경험이 아무 도움이 안 될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때 터득한 분석과 협상 기술이 정말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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