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종교] 홍익인간의 정신

경기일보 2023. 10. 13.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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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여 스님 보리선원

10월3일은 우리 민족에게 처음 하늘이 열린 개천절이다. 개천절이라는 이름은 1909년 대종교를 창시한 나철 선생이 정했다. 음력 10월3일을 단군이 나라를 세운 개천절로 삼아 매년 기념행사를 지내다가 1919년 상하이 임시정부가 수립되면서 국경일로 제정됐다. 이후 1949년 음력에서 양력으로 바뀌게 됐다.

단군신화에 의하면 이 땅에 최초로 단군왕검이 오셔서 홍익인간(弘益人間)의 정신을 선포했다고 한다.

홍익인간은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하라’는 가르침인데 불교의 ‘자리이타(自利利他)’의 가르침과 유사하다.

우리는 서로 연결돼 공생하는 연기적 존재다. ‘자타불이(自他不二) ’, 나와 네가 둘이 아닌 존재인 것이다. 고정된 나의 몸과 마음, 느낌에 집착하고 당장 눈앞의 작은 이익에 집착하기 때문에 세상을 넓게 바라볼 수 없다.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하고 세상을 이롭게 하기 위해서는 자기 이익, 집착, 욕심을 내려놓아야 한다. 남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이해하고 배려하는 작은 실천이 필요하다.

개별적으로 존재하는 나는 없다. 혼자서만 잘 먹고 잘 살고 행복할 수 있는 길은 없다. 우리는 알게 모르게 다 연결돼 있으며 서로서로 영향을 주고받고 있다.

지금의 내가 이렇게 존재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도움을 알게 모르게 받았는지 모른다. 수많은 사람들의 도움을 감사한 마음 없이 당연하게 생각하고 받아온 것은 아닌지 한 번 돌아보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번 돈은 우리 자신만을 위해 쓰여서는 안 되고 우리의 이웃을 위해 값지게 쓰여야 한다. 물질에만 집착한다면 물질의 지배를 당하면서 살게 되는 것이다. 자신의 이기적 욕망에 치우쳐 주위를 돌아보지 않는 사람은 어떻게 될까?

부처님의 경전 ‘숫타니파타’에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엄청난 부와 황금이 있고 먹을 것이 많은 사람이 다만 혼자서 누리고 먹는다면, 이것은 파멸의 문이다.” 주위를 돌아보면 금방 알 수 있다. 지금 당장 눈앞의 이익 때문에 일을 그르치고 후회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 분에 넘치는 이익을 혼자 취하려고 하다가 낭패를 보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부자로 잘 살기 위해서는 나 혼자만 잘 사는 것이 아니라 주변의 이웃과 사회를 돌아보고 함께 나누면서 살아야 한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을 베풀고 나누다 보면 더 큰 기쁨과 행복으로 돌아온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모든 생명은 나와 더불어 다르지 않다는 마음으로 아끼고 사랑하고 존중하는 것이 홍익인간의 정신을 실천하는 일이다. 남을 아끼고 생각하는 마음이 마침내 나를 진정 아끼고 사랑하는 것이다.

더불어 함께 잘 살도록 노력하는 일이 결국 나 자신을 이롭게 하고 잘 살게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 지금 어느 곳에 있든 있는 그 자리에서 주변 사람들에게 작은 친절을 베풀고, 조금이라도 이해하고 배려한다면 도리어 그 선행 덕분에 나의 일이 잘 풀리게 되는 것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홍익인간의 정신을 가슴속에 새기면서 우리가 이 땅에서 공존하면서 드넓은 하늘같이 텅 비고 넓은 마음으로 모든 것을 따뜻하게 품고, 더불어 함께 잘 사는 사회를 만들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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