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가 작아지고 싸집니다

김아사 기자 2023. 10. 13.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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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 EV3·4·5 동시 공개… 글로벌 車업체들도 ‘중소형 전쟁’

기아는 12일 ‘EV데이’ 행사를 열고 준중형 전기차인 EV5와 소형 전기차인 EV3, EV4의 콘셉트카를 공개했다. 이들은 모두 기존 전기차보다 크기가 작고 상대적으로 가격도 싸다. 정부 보조금을 감안하면 2000만~4000만원에 구매할 수 있을 전망이다. 송호성 기아 사장은 “비싼 가격이 전기차 대중화를 막고 있다”며 “내년부터 가격을 낮춘 전기차를 내놓을 것”이라고 밝혔다.

기아뿐만 아니다. 최근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앞다퉈 중소형 전기차에 뛰어들고 있다. 전기차 전환이라는 큰 흐름은 계속되겠지만 최근 성장세는 주춤한 상황이다. 비싼 차량 가격과 매년 줄어드는 정부의 보조금 등이 소비자에게 전기차 구매를 주저하게 만들었다. 그러자 완성차 업체들이 가격을 확 낮춘 중소형을 통해 ‘전기차 대중화’의 돌파구를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전기차 도입 초기에도 소형 전기차는 있었다. 하지만 1회 충전하면 주행거리가 200㎞도 안 돼 실용성이 낮아 소비자로부터 외면받았다. 최근 출시되거나 개발 중인 중소형 전기차는 가격이 저렴할 뿐만 아니라 성능 역시 대형 전기차 못지않게 개선됐다. 최근엔 배터리 효율을 향상시키는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적용하면서 한 번 충전으로 주행거리가 300~400㎞를 넘는다.

그래픽=백형선

◇국내 업체들 잇따라 중소형 전기차 출시

최근 국내 전기차 시장에선 소비자들이 작고 저렴한 전기차 선호 현상이 뚜렷하다. 기아가 지난달 내놓은 2000만원대 전기차 레이 EV는 한 달 만에 사전 판매 계약 6000대가 이뤄졌다. 이 차량의 올해 판매 목표치인 4000대를 뛰어넘었다. 테슬라의 중형 전기차 모델Y는 판매가 주춤하자 상대적으로 가격이 싼 중국산 LFP(리튬·인산철) 배터리로 바꾸고 가격을 2000만원 낮췄다. 그러자 9월 판매량이 8월보다 10배 늘어나며 국내 수입차 시장 판매 1위에 올랐다.

반면 가격이 상대적으로 비싼 전기차는 판매 부진을 겪고 있다. 기아가 야심 차게 출시한 대형 SUV인 EV9은 신차임에도 8월 408대, 9월 1163대 판매에 그쳤다. 목표치의 10%에도 미치지 못했다. 기본 모델이 7000만원대인 가격이 판매 부진의 한 원인이란 분석이다. 현대차의 전기차 아이오닉5, 아이오닉6도 올 들어 판매가 월 1000대를 밑돌고 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동급 차량이라도 전기차가 내연기관차보다 비싸기 때문에, 전기차를 고를 때는 체급을 낮춰 차를 고르는 경향이 생겨난 것”이라고 했다.

기아가 이날 중소형 전기차 3종을 한꺼번에 공개한 것도 이런 상황을 감안한 것이다. 특히 EV5의 경우 중국 판매용으로 기획했지만 최근 저가 중소형 전기차 판매 호조를 감안해 국내 도입으로 전략을 바꿨다. 현대차도 내년부터 GGM(광주글로벌모터스)을 통해 경차인 캐스퍼의 전기차를 생산할 예정이다. KG모빌리티는 3000만원대로 구매가 가능한 SUV ‘토레스EVX’ 판매에 돌입했다.

◇해외도 싸고 작은 전기차 바람

해외도 비슷한 상황이다. 전기차 전환이 늦다는 지적을 받는 일본에서 요즘 가장 인기 있는 전기차는 닛산의 경차 ‘사쿠라’다. 2022년 6월 출시됐는데 약 1년 만에 5만대 넘게 판매했다. 지난해 일본에서 팔린 전기차 판매량의 약 40%가 이 차였을 정도로 인기다. 255만엔(약 2290만원)에서 시작하는 가격이 강점이다.

미국에서도 GM(제너럴모터스)이 올 1~9월 소형 전기차 쉐보레 볼트를 4만9000대 판매했다. 이 차는 구매 보조금 7500달러(약 1004만원)를 받으면 2500만원 안팎에 구매 가능하다. GM은 소형차라 마진이 크지 않은 이 차를 올 연말 단종할 계획이었는데 소비자들이 가격에 민감하게 반응하자 생산을 계속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으로 시장에 쏟아져 나올 차들도 가격을 낮춘 중소형 전기차가 대세다. 테슬라는 2만달러대 전기차 ‘모델2′를 개발 중이고, 폴크스바겐도 지난 3월 비슷한 가격대의 소형 SUV ID.2를 내놓겠다고 발표했다. GM은 볼트에 이어 3만달러대인 중형 SUV ‘이쿼녹스 EV’를 올 연말 출시할 예정이다. 중국 BYD도 중국에서 지난 4월 7만3900위안(약 1360만원)에서 시작하는 소형 해치백 전기차 ‘시걸’을 판매 중인데, 매달 2만대 이상이 팔리면서 인기를 끌자 유럽 등에 수출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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