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박영주 이건산업 회장, 떠나기 전 사후 5년치 음악회 후원했다
“고인께서는 돌아가시기 전에 향후 5년 치 음악회를 미리 계획하고 준비하셨어요.”
지난 3월 세상을 떠난 고(故) 박영주(1941~2023) 이건산업 회장은 한국메세나협의회 회장, 예술의전당 이사장을 지냈을 만큼 남다른 예술 사랑으로 유명했다. 지난 1990년부터 매년 열려서 올해 34회를 맞은 이건 음악회는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기업 후원 클래식 음악회. 12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이건 관계자는 “고인께서 지난해 11월 직장암 투병 중에도 이건 음악회에 참석한 뒤 ‘앞으로도 더도 덜도 말고 지금처럼 계속 열어달라’는 말씀과 함께 향후 5년간 연주자 명단까지 손수 챙겼다”고 전했다. 매년 10억원 가까이 예산이 들지만 전 좌석 무료 공연으로 열리는 점도 특징이다.
고인 사후 처음 열리는 올해 이건 음악회에는 450여 년 역사의 베를린 슈타츠카펠레(오페라극장 오케스트라)의 악장·수석 단원들로 구성된 현악 4중주단이 초대받았다. 이 4중주단은 13~22일 서울·광주·대구·부산·인천 등 5개 도시에서 6차례 연주회를 갖는다. 이날 간담회에서 이들은 한국 대학생 김다연(21)씨가 편곡한 아리랑을 현악 4중주로 들려줬다. 제1바이올리니스트인 볼프람 브란들은 “한국인들에게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 민요인 아리랑을 연주하게 되어서 영광”이라고 말했다. 이건 음악회는 지난 2012년부터 편곡 공모전을 통해서 선발된 아리랑을 관객들에게 마지막 앙코르로 들려주고 있다.
내년에는 캐나다 고음악 전문 단체인 타펠무지크 바로크 오케스트라, 후년에는 독일 피아니스트 알렉산더 크리헬이 이건 음악회에서 연주할 예정이다. 이건 관계자는 “고인의 뜻에 따라 앞으로는 한국 젊은 영재 연주자들의 출연도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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