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글날 정부 행사, 세종대왕의 도시 여주에서 개최해야
제577돌 한글날 경축식이 지난 9일 세종특별자치시에서 열렸다. 서울이나 경기 여주가 아닌, 다른 지역에서 한글날 정부 공식 행사가 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글을 창제한 세종대왕의 이름을 따 ‘세종시’라 했지만 이곳이 세종대왕과 특별한 연관이 있는 것은 아니다.
‘미래를 두드리는 한글의 힘!’을 주제로 열린 한글날 기념식에 윤석열 대통령은 참석하지 않았다. 한덕수 국무총리도 해외 순방 중이라며 불참했다. 대신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한 총리의 축사를 대독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에도 한글날 경축식에 참석하지 않았다. 한글날을 기념하는 메시지도 없었다. 지난해 국립한글박물관에서 열린 한글날 경축 행사는 야외 빗속에서 치러졌는데 동네 주민센터 행사보다 못할 정도로 초라해 비난이 거셌다. 윤석열 정부 들어 한글을 홀대한다, 한글날을 너무 가볍게 여긴다는 등의 지적이 나왔다.
한글날이면 전국 곳곳에서 다양한 기념행사가 열린다. 올해도 지방정부, 문화기관·단체 등을 중심으로 기념행사가 펼쳐졌다. ‘세종대왕과 한글의 도시’ 여주에서도 훈민정음 반포 577돌을 기념한 한글날 문화행사가 세종대왕릉 일원에서 열렸다. 행사는 여주세종문화관광재단 주최, 여주시 주관으로 7일부터 9일까지 3일간 진행됐다.
여주시의 한글날 기념행사는 크게 쪼그라들었다. 예전엔 문화재청과 경기도 등이 주관해 대통령과 국무총리, 문화재청장, 경기도지사, 국회의원 등이 대거 참석했다. 하지만 여주시 주관으로 바뀌면서 타 지자체와 크게 다를 바 없는 동네 행사로 전락했다. 올해 행사에는 이충우 여주시장과 정병관 여주시의회 의장 외에 임태희 경기도교육감, 김유열 EBS 사장 등의 내빈 정도만 참석했다.
여주시민뿐 아니라 경기도민은 정부 기념행사에서 여주시 자체 문화행사로 쪼그라든 한글날을 지켜보는 마음이 좋지 않다. 경기도지사나 도내 국회의원들마저 무관심해 안타깝다.
누가 뭐래도 세종대왕의 도시는 여주다. 우리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성군으로 불리는 세종대왕이 잠든 영릉(英陵)이 여주에 있다. 영릉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다. 여주에는 ‘세종’이란 이름이 수두룩하다. 세종대왕면이 있고, 세종대왕릉역, 세종대교, 세종대왕우체국, 세종대왕파출소, 세종국악당, 세종도서관 등등 ‘세종’을 빼고 여주를 얘기하기 어렵다.
최근 여주시는 정부와 경기도 등의 무관심으로 세종대왕과 한글의 도시라는 명성이 잊혀져 가는 듯하다. 한글날 행사는 반쪽이 됐다. 퇴색되면 안 된다. 명맥을 잇기 위해 정부의 한글날 경축행사의 여주 개최를 정례화할 필요가 있다. 서울 광화문광장과 국립한글박물관, 세종시 등을 왔다갔다 할 게 아니라 여주로 정하는 게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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