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숙·유시민에 이어...이번에도 ‘경기동부’에 산소통 달아주나

정우상 정치부장 2023. 10. 13.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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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뷰] 2012년 한명숙, 유시민 덕에
자연사 모면했던 친북 세력
이들의 내년 총선 의석 확보
李대표 야권 연대에 달려
퇴원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9일 오후 서울 강서구 발산역에서 진교훈 강서구청장 후보 유세에 참석하며 박찬대 의원과 포옹하고 있다./뉴시스

노무현 정부 때였던 2006년, 주사파에 두 개의 결정적 사건이 벌어진다. 하나는 북한의 1차 핵실험이고 또 하나는 ‘일심회’ 간첩단 사건이다. 그때까지 주사파들은 주한 미군 철수를 주장하면서 ‘반전 평화 운동’으로 포장했다. 이들은 주한 미군이 한때 한국에 배치했던 전술핵을 문제 삼아 ‘반전반핵 양키고홈’을 외쳤다. 그런데 절대 그럴 리 없다던 북이 핵실험을 하자 ‘반전반핵’이라는 구호를 사용할 수 없게 됐다. 반핵이 반북이 되는 자기모순에 빠진 주사파는 내부적으로 크게 동요했다.

‘일심회’ 사건은 주사파들의 의회 전략에 제동을 걸었다. 주사파는 2001년 ‘군자산의 약속’을 결의한 이후 민주노동당 같은 합법 정당을 통해 의회에 진출하기로 했다. 그러나 국정원의 일심회 수사를 통해 주사파들이 민노당 내부 상황을 북한에 보고한 사실이 드러났다. 주사파가 장악한 민노당에서 노회찬 같은 이들은 탈당했고 2008년 총선에서 잔류 민노당은 5석을 얻는 데 그치며 존폐 기로에 서게 된다.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며 주사파와 민노당 내의 경기 동부는 거의 자연사할 뻔했다. 2008년 광우병 시위, 2009년 노무현 대통령 사망 등 몇 가지 반전의 계기가 있었지만, 자신의 힘으로는 의석을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산소호흡기를 달아준 인사가 유시민과 한명숙이다. 유시민은 2012년 총선을 몇 달 앞두고 당시 무명의 이정희와 함께 통합진보당을 만들고 공동 대표에 오른다.

한명숙은 총선 한 달 전 통진당에 야권 연대라는 선물을 덥석 안겨줬다. 원칙은 양측의 경선을 통한 야권 후보 단일화였지만 일부 지역에서는 민주당이 아예 후보를 내지 않는 방식으로 통진당 후보들을 야권 단일 후보로 만들어줬다. 한명숙은 이를 위해 통진당이 요구했던 한미 FTA 반대, 제주 강정마을 공사 중단 합의문까지 서명해줬다. 한미 FTA와 강정마을은 노무현 정부 때 추진했던 일이고 한명숙은 그 정부 총리였다. 그런데 통진당을 위해 노무현까지 부정해버렸다.

야권 연대는 결국 민주당에 독이었다. 당시 여당이던 새누리당은 약세 예상을 깨고 단독 과반을 확보했지만, 민주당은 127석에 그쳤다. 종북 논란이 있던 통진당과의 야권 연대가 중도층의 외면을 불러왔다. 반면 고사 위기에 놓였던 통진당은 2004년 민노당보다 많은 13석을 얻었고 그 13명 중 1명이 이석기였다. 민주당이 던져준 산소통으로 명줄을 이어간 통진당이었지만 부정 경선과 내란 음모 사건을 통해 2014년 강제 해산됐다. 총선 2년 만이었다. 한명숙과 유시민처럼 통진당에 산소통을 달아준 야권 인사들은 아직 공개 반성문을 쓴 적이 없다.

통진당은 해산됐지만 잔류 세력은 민주노총과 건설과 택배노조를 중심으로 재기를 노렸고 지난 4월에는 전북 전주을 재선거에서 진보당이라는 이름으로 당선자까지 냈다. 역시 이때도 도우미는 민주당이었다. 호남에서 민주당이 후보를 안 내면서 길을 터준 것이다. 진보당은 이번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1.38% 득표에 그쳤다. 민주당 도움이 없으면 내년 총선에서 의석 확보가 불가능하다.

총선이 다가오면 다시 야권에선 후보 단일화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올 것이다. 백낙청, 함세웅 같은 이들은 원탁회의니 뭐니 하면서 민주당에 정의당, 진보당과의 단일화를 요구할 것이고 경기 동부는 이를 활용할 게 뻔하다. 경기동부가 장악한 민노총과의 연대는 상수다. 이재명 대표 주변에는 과거 경기 동부와 인연이 있었거나 이적 단체였던 한총련 핵심 간부 출신들이 적지 않다. 한명숙, 유시민에 이어 경기 동부에 산소통을 달아줄 다음 인물이 이 대표가 될 것인지, 총선의 중요 포인트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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