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청도설] 문득, 가을

강필희 기자 2023. 10. 13.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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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가을입니다/긴 꼬리연이/공중에 연필그림을 그립니다/아름다워서 고맙습니다/우리의 복입니다/가을엔 이별도 눈부십니다/연인들의 절통한 가슴앓이도/지금 세상에선 수려한 작품입니다/다시 만나라는 나의 축원도/이 가을엔/진심이 한도에 닿는 듯 합니다/그간에 여러 번/가을이 왔었는데/또 가을이 수북하게 왔습니다/이래도 되는지요/빛 부시어 과분한 거 아닌지요/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나의 복입니다'.

벚나무는 봄꽃 뿐 아니라 가을 단풍도 아름다운 수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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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가을입니다/긴 꼬리연이/공중에 연필그림을 그립니다/아름다워서 고맙습니다/우리의 복입니다/가을엔 이별도 눈부십니다/연인들의 절통한 가슴앓이도/지금 세상에선 수려한 작품입니다/다시 만나라는 나의 축원도/이 가을엔/진심이 한도에 닿는 듯 합니다/그간에 여러 번/가을이 왔었는데/또 가을이 수북하게 왔습니다/이래도 되는지요/빛 부시어 과분한 거 아닌지요/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나의 복입니다’. 지난 10일 96세를 일기로 영면에 든 김남조 시인의 ‘다시 가을’이다.


우리나라에서 단풍이 가장 먼저 드는 곳은 강원도 설악산이다. 올해는 추석 연휴였던 지난 9월 30일 중청대피소 인근에서 첫 단풍이 관찰됐다. 한반도 맨 아래 제주도 한라산은 지난 10일 어리목 오목교 근처에서 발그스레한 기운이 포착됐다. 첫 단풍 시기만 비교하면 설악산과 한라산이 11일 격차인 셈이다. 두 산은 직선으로 550㎞ 거리다. 단풍이 11일 만에 550㎞를 내려온 건 시속 2㎞로 남하했다는 뜻이다. 사람이 애완견을 데리고 천천히 산책하는 속도다. 봄꽃 북상(시속 0.8㎞)보다 훨씬 빠르다.

벚나무는 봄꽃 뿐 아니라 가을 단풍도 아름다운 수종이다. 예쁜 단풍의 기후 조건은 낮은 기온과 건조한 대기다. 하지만 올해 날씨는 정반대여서인지 잎이 빨갛게 물들기도 전에 떨어져 버린 모습을 곳곳에서 발견한다. 실제 6~8월 부산 울산 경남의 평균기온은 25.1도로, 1973년 기상 관측 이래 4번째로 더웠다. 폭염일수(13.5일)와 열대야일수(10.5일)도 많았다. 강수량은 1186.6㎜로, 평년(774.5㎜)보다 무려 400㎜ 이상 비가 더 내렸다. 가을 문턱인 9월까지 기온은 역대 최고를 찍었고, 비는 잦았다. 가로수도 사람만큼 궂은 날씨에 시달렸던 것이다.

오리향 십리향 백리향 천리향 만리향은 꽃의 향기가 이르는 거리에 따라 붙여진 나무 이름이다. 하지만 백리향을 제외하면 나머지는 정식 명칭이 아니다. 오리향은 배롱나무, 십리향은 난초, 천리향은 서향의 별칭이다. 향이 만리나 퍼진다는 만리향의 공식명은 금목서다. 좁쌀 크기의 주황색 꽃잎이 몽글몽글 뭉친 형태로 맺히는데, 완전히 피었을 때보다 피기 시작할 무렵 향기가 훨씬 진하다. 국제신문과 이웃하는 연제구 거제동 부산교대 캠퍼스엔 바야흐로 지금 금목서 향 천지다. 끝나지 않을 것 같던 한여름의 고통이 어느 새 서늘하고 달콤한 바람결에 실려 날아갔다. 그렇게 어김없이 계절은 변하고 변한다. 다시, 문득, 가을이다.

강필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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