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선불충전금’ 5000억 넘어섰다
카카오페이의 선불충전금 규모가 지난 9월 말 기준 5213억원으로 처음 5000억원을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기업들이 운영하는 선불충전금 중 가장 큰 규모다. 카카오페이뿐 아니라 비바리퍼블리카(토스), 네이버파이낸셜(네이버페이), 쿠팡페이(쿠페이) 등 주요 기업들이 운영하는 선불충전금 규모 역시 일제히 늘어나고 있다. 온라인·모바일로 결제하는 간편결제 시장 성장으로 선불충전금 시장도 덩달아 커지고 있는 것이다.
선불충전금은 금융 또는 상거래 플랫폼 이용자들이 송금이나 결제 편의를 위해 플랫폼에 맡긴 예치금을 의미한다. 선불충전금은 해당 플랫폼에서 사용되는 경우가 대부분인 만큼 사실상의 미래 매출로 여겨진다. 핀테크 업계 관계자는 “선불충전금은 이용자들이 플랫폼에 머무르게 하는 ‘잠금(Lock-in) 효과’가 크다 보니 새로운 ‘충성 고객 지표’로 활용되고 있다”고 했다.
◇카카오 독주, 쿠팡에 쫓기는 네이버
카카오페이는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 효과를 톡톡히 보며 선불충전금이 올해에만 800억원 늘었다. 카카오페이 관계자는 “카카오톡으로 선물하거나 송금하는 경우가 계속 늘다보니 자연스럽게 카카오페이 잔액이 많이 쌓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올 2분기 기준 카카오페이의 월간 사용자 수는 2425만명을 기록했고, 분기 거래액은 34조2000억원으로 집계됐다.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한 토스는 3분기 기준 1117억원의 선불충전금을 쌓았다. 작년 말 대비 195억원 늘어난 규모다. 토스 내부에선 미성년 이용자 증가를 배경으로 꼽았다. 토스 관계자는 “만 7~18세 가입자 규모가 200만명에 달한다”며 “10대들은 은행 계좌를 이용하기보다 토스에 돈을 충전해 송금하거나 결제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온라인 상거래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네이버와 쿠팡은 선불충전금 시장서도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네이버페이의 9월 말 기준 선불충전금은 1088억원으로 작년 말 대비 7.8%(79억원) 늘었지만, 쿠팡페이의 선불충전금은 같은 기간 12.6% 늘어난 1061억원을 기록하며 두 업체가 비슷한 수준이 됐다. 작년 말 67억원이었던 차이가 27억원까지 줄어든 것이다. 음식 배달 플랫폼인 배달의 민족에 예치된 충전금 역시 275억원으로 최고치를 경신했다.
◇안전장치 마련으로 신뢰 높아져
플랫폼 선불충전금이 쌓이는 배경에는 이용자들을 유치하기 위해 제공하는 각종 혜택이 있다. 쿠팡은 쿠페이 결제 시 1%를 적립해주고 네이버페이는 결제 시 2~3% 적립해주는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선불충전은 은행이 아닌 기업이 고객의 돈을 맡는 데 대한 우려가 있었다. 기업이 목적과 달리 고객의 돈을 다른 사업에 쓰거나 유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난 2021년 환불 대란을 일으킨 ‘머지포인트 사태’를 계기로 관련 규제가 강화되고 있다. 선불업 감독 범위 확대와 선불충전금 별도 관리 의무화 등을 담은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은 지난 8월 말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내년 9월 시행될 예정이다.
주요 기업들은 이미 금융감독원이 내놓은 가이드라인에 따라 선불충전금을 별도 관리하고 있다. 가령 카카오페이는 선불충전금 미사용 잔액의 100% 이상을 안전 금융자산에 신탁하고 있는데, 9월 말 기준으로 잔액보다 18억원 많은 5231억원을 신한은행에 맡겼다. 쿠팡 역시 선불충전금을 우리은행에 신탁하고, 서울보증보험을 통한 지급보증보험에 가입했다. 스타벅스도 미상환 잔액보다 많은 3480억원의 지급 준비금을 마련하고 있다. 금융업계에선 이런 규제가 정착되면 온라인 시장에서 부가적인 혜택을 얻을 수 있는 선불충전금이 신용카드의 대안으로 급부상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여신금융협회가 최근 국회에 제공한 ‘지급결제 서비스 시장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카드 이용액 대비 한 자릿수에 불과한 선불충전 이용액 비율이 2025년 10%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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