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활용 옷 입기 싫었던 가비, 천 년의 나무상자 비밀 발견하는데…

조봉권 기자 2023. 10. 13.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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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 '재활용 공주'는 멋진 완결미, 밀도 있는 완성도를 보여준다.

허명남 동화작가가 한국 고유 문화 코드의 하나인 도깨비를 오래 공부해 온 이력을 떠올려 보면, '가비'라는 여자아이 이름이 혹시 '도깨비'를 표현한 말인 '은비깨비'에서 온 깨비, '돗가비'의 가비 등과 연관돼 있지 않을지 짐작해 보게 된다.

주오는 '패션왕', 가비는 '재활용 공주'.

가비는 나무상자의 비밀에 점점 다가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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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활용 공주 - 허명남 동화/최호정 그림/가문비어린이/1만2000원

- 허명남 동화작가의 새로운 작품
- 전통문화 코드 자연스럽게 농축

동화 ‘재활용 공주’는 멋진 완결미, 밀도 있는 완성도를 보여준다. 어른 독자에겐 분량이 약간 짧게 느껴지겠지만, 어린이 독자의 눈높이에 마침맞겠다.

최호정 그림 작가가 허명남 동화 ‘재활용 공주’에 그린 그림. 가비가 신비한 나무상자를 살피고 있다. 가문비어린이 제공


‘벽돌 책’도 별로 두려워하지 않게 된, 책 읽기에 어느 정도 근육이 돋은 어른 독자는 이렇게 생각할 수 있다. ‘어린이를 위한 짧은 그림 동화? 거기에 뭔가 담아본다고 한들, 얼마나 담을까? 이야기가 짧으니까, 그에 따른 한계도 있지 않겠어?’ ‘재활용 공주’는 다른 많은 동화와 그림책과 그래픽노블과 마찬가지로, 이런 선입견을 쨍그랑 깬다. 작가가 이야기를 완결하기 위해 기울였을 정성과 공력을 느낄 수 있다.

‘재활용 공주’가 담은 이야기는 단순하고 선명해서 힘이 있다. 초등학생 가비는 시골에 산다. 허명남 동화작가가 한국 고유 문화 코드의 하나인 도깨비를 오래 공부해 온 이력을 떠올려 보면, ‘가비’라는 여자아이 이름이 혹시 ‘도깨비’를 표현한 말인 ‘은비깨비’에서 온 깨비, ‘돗가비’의 가비 등과 연관돼 있지 않을지 짐작해 보게 된다. 하지만 아닐 수도 있다.

가비의 동생, 규현이는 꾀돌이다. 가비와 규현의 엄마는 과수원을 일구며 살아간다. 멋지고 건장했던 아빠는 몇 년 전 물난리가 가비 가족이 사는 농촌 마을을 덮쳤을 때 그만 크게 다쳐 병원에서 치료받으며 산다. 성실한 농부이자 현명한 어른인 엄마는 특기가 하나 있다. 재활용이다. 엄마는 쓸모를 다한 천이나 종이 같은 재료로 가비를 위한 옷도 뚝딱 짓는다. 가비는 엄마의 그런 특기가 불만스럽다. 새 옷을 입고 싶은데, 엄마가 자꾸 재활용 옷을 만들어 주니 만족스러울 리가 없다.

이런 기본 틀에서 이야기가 자라난다. 가비와 같은 반인 남자아이 주오는 ‘패션왕’이다. 가비는 주오와 함께 ‘강 사랑 동요대회’에 나가게 된다. 여기서 가비에게 어려움이 생긴다. 주오는 ‘패션왕’, 가비는 ‘재활용 공주’. 가비는 주눅 든다.

이 장면에서 판타지가 등장하는데, 주인공은 나무상자이다. “당산나무로 오백 년, 나무상자로 오백 년”을 산 나무상자는 신기한 조화를 부린다. 그러나 그 능력은 무한정하지는 않고, 조건이 있다. 가비는 나무상자의 비밀에 점점 다가간다.


어느 여름, 마을에 ‘물폭탄’이 떨어지고 강물이 넘쳐 과수원 논밭 농장 축사가 위기에 처한다. 가비는 선택해야 한다. 게다가 혼자 일을 해낼 수 있는 일도 아니다. 규현이와 주오의 도움이 필요하다. 이 어려운 일을 해내더라도, 마을 사람들이 가비·규현·주오가 힘을 합쳐 마을을 구했음을 알기도 어렵다. 아이들의 선택은 무엇일까. 우리나라 전통 문화 코드도 자연스럽게 농축된 동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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