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264] 끊이지 않는 후궁 스캔들
옛 가옥에서 안채와 사랑채 나누듯이 임금이 살았던 곳도 안팎을 구분했다. 뜰이나 마당을 가리키는 글자가 들어가는 곳이 안쪽이다. 임금이 거주하는 곳의 뜰이나 마당은 정(廷), 일반 집채의 그곳은 정(庭)이다. ‘엄(广)’이 있고 없음의 차이다.
그래서 제왕이 사는 곳의 마당은 궁정(宮廷), 일반 민가의 그곳은 가정(家庭)이다. 권위주의 시대 높고 낮음의 존비(尊卑) 관념을 드러내는 조어다. 그 궁정은 내밀한 곳이다. 임금의 기거(起居)가 이뤄지는 곳이기 때문이다.
외조내정(外朝內廷)이라고 해서 궁궐 전체 중 공무를 집행하는 밖이 ‘외조’, 권력자의 살림이 이뤄지는 안이 ‘내정’이다. 그 내정에서도 권력자의 여인들인 후비(后妃)와 비빈(妃嬪) 등이 사는 곳이 또한 안쪽이다. 궁위(宮闈)나 궁액(宮掖)으로도 적지만, 우리에게 잘 알려진 단어는 후궁(後宮)이다. 궁궐 맨 안쪽에 있어 외부인들이 발 들여놓기 아주 어려운 곳이다. 구중심처(九重深處)라고도 적는 궁궐의 가장 깊숙한 곳이다.
일반적으로 ‘후궁’은 장소를 가리키지만, 그 안에 사는 숱한 여인들을 지칭할 때도 있다. 정실인 ‘후비’를 비롯해 숱한 처첩(妻妾)을 다 포함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그들을 모시는 더 많은 수의 궁녀(宮女)까지 다 포함한다.
권력의 엄격한 위계(位階) 의식에 젖으면 사랑채와 안채를 두고 숱한 여인까지 거느려야 제맛일까. 부패 스캔들이 터져 조사가 벌어지면 중국에서는 꼭 ‘후궁’의 문제가 도진다. 이번에는 중국 최대 부동산 업체였다 파산한 헝다(恒大)의 사례다.
본부 건물 42층에 비밀 클럽을 차려 놓고 대규모 ‘기쁨조’를 거느렸다는 소문이다. 이곳 ‘단골’은 다수의 중국 권력자들이란다. 제왕적 권력 앞에 복종하며 그를 또 흉내 내는 못난 문화적 습성이 늘 그렇게 일을 만드는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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