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손, 셰일오일 80조 투자… 레고, 플라스틱 퇴출 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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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석유 공룡' 엑손모빌이 80조 원을 들여 셰일오일 시추업체를 사들인다고 11일(현지 시간) 밝혔다.
탄소 절감을 위해 재생에너지 투자에 열을 올리던 석유업체가 화석연료 투자로 눈을 돌린 것이다.
엑손모빌은 이날 미 3대 셰일오일 시추업체 파이어니어 내추럴 리소시스를 595억 달러(약 79조7000억 원)에 인수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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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손, 셰일오일 시추업체 인수
NYT “화석연료 벗어나기 어려워”
레고 “신소재, 탄소배출 되레 늘어”
우크라이나 전쟁에 이어 이스라엘-하마스 전쟁까지 벌어지며 지정학적 위기가 고조되고 국제유가가 상승하자 ‘비싼’ 에너지 전환에서 후퇴하는 조짐이 가시화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엑손은 조 바이든 행정부의 재생에너지 전환 노력에도 미국의 에너지 정책이 화석연료에서 크게 벗어나기 어렵다고 평가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 美 석유 공룡의 화석연료 베팅
엑손모빌은 이날 미 3대 셰일오일 시추업체 파이어니어 내추럴 리소시스를 595억 달러(약 79조7000억 원)에 인수한다고 밝혔다. 이는 1999년 엑손이 모빌을 합병(810억 달러)한 이후 최대 규모 인수다. 이번 인수 계약으로 파이어니어 주주들은 파이어니어 주식 1주당 엑손 주식 2.3234주를 받게 된다. 양사는 발표문을 통해 이번 거래가 내년 상반기 중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기대감을 높였다.
파이어니어는 퇴적암층에 섞인 있는 원유 및 가스를 채굴하는 셰일오일 시추업체다. 이번 인수로 양사는 미 최대 셰일오일 생산지 중 하나인 텍사스주 퍼미안 분지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확보하게 됐다. 대런 우즈 엑손모빌 CEO는 성명에서 “두 회사의 합병으로 각각이 단독으로 할 수 있는 것 이상으로 장기적인 가치 창출을 해낼 것”이라며 “미국의 에너지 안보에도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탄소 절감 노력의 후퇴라는 환경운동가들의 비판에 우즈 CEO는 퍼미안 분지에서 사용할 물을 90% 이상 재활용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항변했다.
엑손의 화석연료 대규모 투자를 두고 최근 고유가 속에 미국이 결국 화석연료를 유지할 것으로 판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국제에너지기구(IEA)가 2030년 전에 세계 화석연료 수요가 정점에 달할 것이라고 주장하는 시점에 대담한 베팅을 했다”며 “유가와 원유 수요에 대해 장기적인 낙관론을 보여준 것”이라고 보도했다.
● 탄소 절감 딜레마 안은 정부·기업
온실가스 순배출 ‘0’을 목표로 하는 탄소중립(넷제로) 정책을 선도하던 유럽 국가나 기업들도 정책 추진에 난항을 겪거나 ‘유턴’을 시도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에너지값이 올라 섣불리 에너지 전환에 나서기 어려운 점이 크다. 자국 산업 보호나 실질적 기술 문제가 발목을 잡는 등 복잡한 딜레마에 놓여 있다.
경기 둔화에 몸살을 앓고 있는 영국은 지난달 내연기관차 판매 금지 시기를 기존 2030년에서 2035년으로 연기하겠다고 밝혔다. 수엘라 브래버먼 영국 내무장관은 “우리는 영국 국민을 파산시켜서 지구를 구하지 않을 것”이라며 가계와 산업계 부담을 덜면서 실용적으로 탄소중립에 도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17년 세계에서 처음으로 탄소중립 목표를 선언한 스웨덴은 고물가를 우선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탄소중립 정책 속도 조절 방침을 내놨다.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스웨덴 연합정부는 최근 내년 예산안을 발표하며 기후 및 환경 대책 자금을 2억5900만 크로나(약 318억 원) 삭감하고 휘발유와 경유에 대한 유류세를 감면한다고 했다.
정책 추진의 기술적 문제도 있다. 덴마크 완구업체 레고는 최근 플라스틱 퇴출 정책을 포기했다. 재활용 페트(RPET)병을 활용해 장난감 블록을 만들려면 새 공장 설비가 필요한데, 이 과정에서 탄소 배출이 더 증가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이유를 밝혔다. 레고는 플라스틱을 대체할 온갖 신소재를 실험해봤지만 답을 찾지 못해 ‘순환경제’에 초점을 맞추겠다고 했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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