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종말 어떻게 막을 것인가…굴다리서 펼친 예술가들 유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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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종말을 감지한 AI와 예술을 통한 저항.
영화 상영 후 관객을 만난 구파수 륜호이 감독은 "예전에 아이가 다니는 학교 선생님이 굴다리에서 리코더 연주를 해준 적 있는데, 그때 불어오는 바람과 소리가 인상 깊었다"며 "여기에서 색다른, 혹은 이상한 존재를 만나면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상상에서 시작된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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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영화의 오늘-비전’ 초청작
- 색다른 전개·영상에 관객 열광
인류 종말을 감지한 AI와 예술을 통한 저항. 구파수 륜호이(예명) 감독의 첫 장편 ‘소리굴다리’는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BIFF)에서 뛰어난 작품성과 독창성을 보여준 최신 한국독립영화를 소개하는 섹션 ‘한국영화의 오늘-비전’에 초청됐다. 지난 11일 부산 해운대구 CGV센텀시티에서 열린 GV에서 영화 팬들은 “충격적이고, 신선한 영화”라며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작품은 2046년 일명 ‘구원’이라는 이름의 AI가 데이터를 바탕으로 인류의 종말을 추론하자, 예술가들이 인류를 구하기 위해 소리가 공명하는 굴다리를 찾아 다니며 퍼포먼스를 벌인다는 내용을 담았다. 영화 상영 후 관객을 만난 구파수 륜호이 감독은 “예전에 아이가 다니는 학교 선생님이 굴다리에서 리코더 연주를 해준 적 있는데, 그때 불어오는 바람과 소리가 인상 깊었다”며 “여기에서 색다른, 혹은 이상한 존재를 만나면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상상에서 시작된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예술 퍼포먼스가 종말을 막는 수단으로 등장한 것에 대해 그는 “기계는 자신을 위해 놀지 않는데, 인류의 문명이 파국을 맞는다면 거기에 맞서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게 ‘유희’라고 생각했다”며 “물질문명과 정신문명의 우열을 가리는 가치판단은 하지 않았고, 파편적으로 흩어져 있는 세상의 이미지·사운드·텍스트를 거칠게 모아보려고 노력했다”고 덧붙였다.
관객들은 영화 초반 굴다리에서 배우들이 연주할 때 쥐 공룡 축구선수 등 이질적인 그래픽 이미지가 연속으로 다가오는 장면을 흥미롭게 여겼다. 그는 “SF적인 핍진성이 자본에 의해 결정되는 경우가 많은데, 그에 대한 반발심으로 일부러 싸고 질 낮은 이미지를 사용했다”며 “리듬감을 주는 동시에 우리가 사는 세계에는 이런 이미지들이 섞여 인간의 관념을 만든다는 점도 염두에 뒀다”고 말했다.
이날 무대에 함께 오른 홍샤인(아나킨 프로젝트 멤버) 배우는 “갈수록 사람들이 15초 이상의 영상에 집중하지 못하는 등 점점 짧고 빠르게 내달리는데 그 끝에는 결국 공허만 남을 것”이라며 “제가 생각하는 인간의 나아갈 방향은 그래서 ‘한없이 느려지는 것’”이라고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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