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정의 “10년 내 AI혁명 주도”
우버·위워크 등 스타트업에 투자해 ‘실리콘밸리의 큰손’으로 통했던 일본 소프트뱅크그룹 손정의 회장이 “10년 안에 인공지능(AI) 혁명을 주도하겠다”며 AI 투자에 매진하고 있다. 테크 업계를 주도하는 투자자에서 AI 사업가로 변신한 것이다.
11일 IT 전문 매체 디인포메이션에 따르면 소프트뱅크와 손 회장은 회사가 운영하는 투자 펀드 ‘비전 펀드’와 별개로, 비밀리에 ‘프로젝트R’이라는 사업을 시작했다. 1400억달러(약 188조원) 규모 펀드를 운용하던 손 회장이 투자 활동보다 회사 전반의 AI 사업에 깊숙이 관여하면서 AI 관련 회사를 사모으고 있는 것이다.
프로젝트R의 핵심은 AI를 기반으로 한 기기·서비스·자율주행과 로봇 개발 회사를 설립하거나 인수하는 것이다. 최근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소프트뱅크는 10억달러를 투자해, 오픈AI와 함께 합작회사(조인트벤처)를 세우는 것을 협의 중이다. 목표는 ‘AI계의 아이폰’을 만드는 것이다. 스마트폰·PC와 별개로 챗GPT와 같은 초거대 AI가 구동되는 전문 전자기기 개발을 추진하는 데 애플 디자인 총괄이었던 조너선 아이브가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올해 초 약 5000억원을 투자해 대형 창고용 로봇 회사(버크셔그레이)를 인수했고, 창고 자동화 스타트업(그린박스 시스템)·자율주행 트럭 스타트업(스택AV) 등에 수천억원 규모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과거 소프트뱅크의 투자 목표는 비전펀드가 테크기업·스타트업에 투자해 수익을 낸 뒤 펀드 출자자(LP) 기업·기관에 차익을 돌려주는 것이었다. 하지만 최근 소프트뱅크는 회사가 스타트업 경영권을 가져와 소프트뱅크의 장기적인 AI 사업 발판을 마련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과거 손 회장은 일주일에도 수차례 비전펀드 관련 투자 결정에 참여했지만, 현재는 비전펀드 관련 의사결정에 거의 관여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손 회장의 변신에는 비전펀드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소프트뱅크는 상반기 6개월 동안 40조원이 넘는 펀드 손실을 기록했다. 우버·위워크·바이트댄스(틱톡)·쿠팡 등에 투자했던 비전펀드는 스타트업 호황기에 큰 성공을 거뒀지만, 경기 침체가 오면서 엄청난 손실을 입었다. 작년 8월 손 회장은 주주총회에 일본 에도 막부 시대를 연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이에야스의 우거지상’을 걸고 “반성한다”고 했다. 패전 후 도망친 이에야스가 자신의 초라한 몰골을 그림으로 남겨 오랜 기간 반면교사로 삼았던 것처럼, 자신도 절치부심하겠다는 의미다.
손 회장은 올해 상반기부터 “역전공세의 시기가 왔다”고 선언하고, AI 중심 사업 재편을 선언했다. 지난 4일 그룹 행사에 나선 손 회장은 “좋건 싫건 AI 혁명은 올 것이고, AI를 거부하면 어항 속 금붕어 신세가 될 것”이라며 “10년 안에 AI는 인류보다 10배는 똑똑해질 것이며, 소프트뱅크를 세계에서 AI를 가장 많이 활용하는 기업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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