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갈곳 없는 학대피해아동… 쉼터서 3개월 머문 뒤 보육원으로

손준영 기자 2023. 10. 13.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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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후 16개월 된 입양아가 양부모의 학대로 숨진 '정인이 사건'이 13일 3년을 맞았지만 학대 피해 아동을 위한 보호 대책이 여전히 미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원래 가정으로 복귀하기 어려운 피해 아동들을 장기적으로 맡을 시설이 부족하다 보니 아동양육시설(보육원)에 입소한 아동 10명 중 3명은 학대 피해 아동인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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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보육원 입소 28%가 피해아동
자치구엔 아동보호전담요원 1명뿐
트라우마 치료 못받고 사실상 방치
“지자체-보육원 등 협력체계 시급”
생후 16개월 된 입양아가 양부모의 학대로 숨진 ‘정인이 사건’이 13일 3년을 맞았지만 학대 피해 아동을 위한 보호 대책이 여전히 미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원래 가정으로 복귀하기 어려운 피해 아동들을 장기적으로 맡을 시설이 부족하다 보니 아동양육시설(보육원)에 입소한 아동 10명 중 3명은 학대 피해 아동인 것으로 나타났다.

● 보육원으로 내몰리는 학대 피해 아동

12일 국회 정무위원회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서울시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8∼2022년 5년 동안 서울시내 보육원에 입소한 아동 934명 중 261명(27.9%)이 학대 피해 아동인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3년간으로 보면 보육원 입소 아동 중 학대 피해 아동 비율은 33.9%로 높아진다.

학대 피해 아동이 치유 및 회복 전문기관이 아니라 보육원으로 내몰리는 것은 피해 아동이 갈 곳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학대를 당한 아동은 피해아동쉼터나 일시보호시설 중 한 곳에 머물게 된다. 문제는 최대 3개월까지만 머물 수 있다는 것이다. 특수한 사유가 있을 경우에만 3개월 연장이 가능하다. 보호 기간이 종료된 후 부모의 양육 능력 부족 등으로 가정 복귀가 어려운 아동은 대부분 보육원에 맡겨진다.

보육원의 경우 학대의 상흔을 치유할 프로그램이 거의 없다 보니 피해 아동 중 일부는 트라우마 때문에 자해를 하기도 한다.

2021년 초등학교 6학년이었던 A 양은 의붓아버지로부터 학대를 당한 후 서울 관악구의 한 보육원에서 3년째 지내고 있다. 트라우마성 자해로 경찰과 소방이 수차례 출동했고 병원에 2, 3개월 입원하기도 했다. 이 보육원의 원장은 “보육원 밖에서 자해한 아이들을 데리러 한밤중에도 파출소와 응급실에 갈 때가 많다”며 “아이를 대체 어떻게 관리하는 거냐는 말도 듣지만 보육원 사정상 제대로 된 도움을 주지 못해 답답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 자치구 전문 인력은 1명뿐

이 보육원은 전체 아동 60명 중 3분의 1가량이 학대 피해 아동이다. 하지만 전문 상담사가 아닌 일반 상담사가 1명만 근무한다. 여기에 관악구 전체 보육원을 담당하는 아동보호전담요원도 1명뿐이다. 전담요원은 피해 아동뿐 아니라 전체 보육원 입소 아동을 상대로 3개월에 한 차례씩 상담을 하는데 이걸로 학대 피해 후유증을 치유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트라우마가 심한 경우 정신건강의학과 상담 및 치료를 위해 주기적으로 외부 병원을 방문해야 하는데 별도로 책정된 예산이 없다 보니 사비나 후원금을 쪼개 쓰는 보육원도 적지 않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올 초부터 신청한 보육원에 한해 심리 정서 치료비를 회당 10만 원씩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돌봄 체계를 전면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노혜련 숭실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가능하면 가정의 양육 능력을 회복해 아동을 가정으로 복귀시키는 게 궁극적 목표가 돼야 한다”며 “그런데 지금은 아동보호전문기관과 지자체 아동보호전담요원, 경찰과 보육원 등으로 담당이 나눠져 있다 보니 관련 기능을 제대로 못 하고 있다. 협업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아동보호전문기관 수와 인력을 계속 확충해 1인당 담당하는 피해 아동 수를 계속 줄여 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손준영 기자 han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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