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들, 알짜 금융기관 유치 ‘김칫국 마시기’
대구시가 최근 일간지에 ‘기업은행! 대구에서 만나요’라고 적힌 광고물을 게재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인 산업은행의 부산 이전 추진을 계기로 대구시가 또 다른 국책 은행인 기업은행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것입니다. 대구시 전체 기업의 99%를 중소기업이 차지하고 있어 기업은행의 설립 목적과 가장 부합하다는 이유를 들고 있습니다.
대구시뿐만이 아닙니다. 2차 공공기관 이전을 둘러싸고 지방자치단체 간에 알짜 금융기관들을 유치하겠다며 불꽃 튀는 경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김진태 강원도지사는 한국은행의 춘천 이전을 대표 공약으로 내세웠고, 전남은 전국 최대 농산물 생산지라는 특성을 앞세워 농협중앙회 이전을 요구하고 나섰습니다.
여야를 가리지 않는 이런 지자체들의 경쟁은 당연한 일일지도 모릅니다. 금융공기업들이 지방으로 이전하게 된다면 세수를 확보할 수 있고, 채용 부문에서 이점을 누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어느 정도의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도 기대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전 대상으로 거론되는 공공기관들 내부에서는 “지자체들이 김칫국부터 마시고 있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옵니다. 현 단계에서 금융공기업 지방 이전이 현실성이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일단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의 공공기관 2차 이전 대상지가 아직 선정되지 않았습니다. 국토부는 올 6월 말로 예정되어 있던 2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 기본계획 발표를 무기한 연기했습니다. 지역 간 경쟁이 너무 치열해 과열될 수 있다는 이유였죠.
관련 법 개정도 필요합니다. 현행법은 산업은행과 기업은행, 한국은행 등의 본점을 서울에 두도록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방 이전 대상 1호인 산업은행의 경우 아직 법 개정조차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산업은행 사례에서 보듯 내부 직원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는 것도 변수입니다. 산업은행에서는 2030 젊은 직원들을 중심으로 사표를 내고 회사를 나오는 직원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지방 이전에 따른 인재 이탈로 금융공기업의 경쟁력 약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많습니다.
금융공기업 직원들은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이 실제로 강원도로 이전될 것이라고 보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한목소리로 얘기합니다. 인구가 줄어가는 지방 경제를 살려야 한다는 명분에는 공감하지만, 공기업에 쏟는 지자체들의 이런 열정과 노력을 민간 기업 유치에 쓴다면 더욱 좋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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