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이란에 ‘조심하라’ 했다”… 확전 우려에 개입말라 경고

카이로=김기윤 특파원 2023. 10. 13.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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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이란에 '조심하라'고 분명히 전달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1일(현지 시간)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으로 벌어진 중동전쟁 개전 후 처음으로 직접 이란을 지목하며 개입을 경고했다.

미국은 그동안 하마스 공격의 배후 의혹이 있는 이란에 대해 '현 상황을 이용하려는 적대 세력'이라고 에둘러 표현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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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전쟁]
석유자금 재동결 등 경제제재 시사
또다른 항모전대 파견 등 압박
이란, 팔 지지 이슬람권 연대 주장…사우디 빈살만 왕세자와 통화도
바이든, 백악관서 유대인 지도자들과 간담회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가운데)이 11일(현지 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연 유대인 지도자 간담회에서 “홀로코스트 이후 유대인에 대한 가장 치명적인 공격이 벌어지고 있다. 테러리스트들이 어린이들을 참수하는 사진을 보게 될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 발언으로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민간인 학살 의혹이 증폭되자 백악관은 “이스라엘 정부의 주장과 언론 보도를 근거로 언급한 것일 뿐 해당 사진을 본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워싱턴=AP 뉴시스
“우리는 이란에 ‘조심하라’고 분명히 전달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1일(현지 시간)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으로 벌어진 중동전쟁 개전 후 처음으로 직접 이란을 지목하며 개입을 경고했다. 현재 이란을 맹주로 하는 이슬람 ‘시아파 벨트’ 내 국가들이 이스라엘 공격에 가세하는 상황에서 이란의 지원 가능성을 막으려는 것이다. 일단 이란의 에브라힘 라이시 대통령은 중동의 ‘앙숙’ 사우디아라비아의 실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에게 국교 정상화 이후 처음으로 전화를 자청해 전쟁 종식의 필요성에 대해 논의했다.

● 이란 지목해 ‘개입 말라’ 경고한 美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유대인 지도자들과의 간담회에서 “우리는 미 항공모함 전대를 동지중해로 이동시켰고 더 많은 전투기를 파견할 예정이다. 이란에 ‘조심하라’고 분명히 전달했다”고 밝혔다. 미국은 그동안 하마스 공격의 배후 의혹이 있는 이란에 대해 ‘현 상황을 이용하려는 적대 세력’이라고 에둘러 표현해 왔다.

본격적인 중동전쟁으로 번질지의 길목에서 미국은 확전 진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12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만나 “우리가 여기 왔다. 우린 어디 가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외신은 이란과 레바논 무장단체 헤즈볼라 등에 대한 억지 메시지를 전하는 것이 급파된 블링컨 장관의 최대 임무라고 전했다.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도 11일 “더 많은 피를 흘리게 하려는 모든 국가, 조직, 개인에게 단 한마디만 하겠다. 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이란이 직접 참전하지 않더라도 무기 제공 등 무장단체를 지원할 경우 이번 전쟁에 큰 변수가 될 수 있다. 이에 미국은 이란에 대한 경제적 제재도 검토 중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가 이란 원유 수출대금 60억 달러의 재동결 법안 추진 의지를 밝히자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무엇도 테이블 위에서 치우지 않았다”고 말했다. FT는 미국이 ‘제2전선’을 막는 선제 대응에 나선 것이라고 전했다.

● 사우디-이란, 국교 정상화 후 첫 통화

이란의 배후 의혹에 대해선 미국 내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뉴욕타임스(NYT)는 11일 소식통을 인용해 “이란 핵심 지도자들이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에 놀랐음을 보여주는 여러 정보를 수집했다”고 보도했다. 이란이 이번 공격을 승인하는 등 개입했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것이다.

반면 이스라엘 고위 당국자는 CNN에 “공격 시점을 알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으나 이란은 하마스의 공격을 사전 인지하고 ‘그린라이트’를 줬다”고 말했다. 레바논에 있는 하마스 고위 관계자들은 외신 인터뷰에서 “하마스가 동맹국에 공격 시점은 알리지 않았다”면서도 “헤즈볼라, 이란, (저항의) 축과 공격 전후 최고위급 수준에서 협력했다”고 밝혔다.

이란은 중동 패권국 지위를 놓고 견제하던 사우디와도 접촉해 ‘이슬람권 연대’로 뜻을 모으며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라이시 대통령은 이날 소셜미디어를 통해 “(무함마드 왕세자와) 전쟁 종식의 필요성과 이슬람 통합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중국의 중재로 7년여 만에 양국 관계가 정상화된 이후 처음 나눈 통화다.

하마스보다 전력이 강한 레바논의 무장단체 헤즈볼라도 본격적으로 나서지는 않고 있다. 하지만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 수준이 ‘레드라인’을 넘어서면 참전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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