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낮춘 민주당 “우리당 승리 아닌 국민의 심판, 도취 금물”

안규영 기자 2023. 10. 13.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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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서구청장 보선 이후]
보수층 결집 역풍 우려 표정 관리
이재명, 이르면 16일 당무 복귀… 친명계 체제 공고화 작업 돌입
비명계 “승리 도취땐 쇠몽둥이 올것”
“총리 해임-법무장관 파면” 대여 공세
진교훈 신임 강서구청장이 12일 서울 강서구청에 출근해 민원실 직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강서구청 제공
더불어민주당은 12일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압승 결과에 대해 “민주당의 승리가 아닌 국민의 심판”이라고 규정하며 몸을 낮췄다. 보궐선거 승리에 지나치게 도취한 모습을 보이다가 내년 총선에서 역풍을 맞을 가능성을 우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면서도 “국민적 심판 여론이 반영된 선거 결과”라는 점을 강조하며 윤석열 정부를 향해 ‘내각 전면 쇄신’을 요구하는 등 대여 압박은 강화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부·여당과의 주도권 싸움에 돌입한 모습이다. 이재명 대표는 이르면 16일 국회에 복귀해 지도부 재정비를 시작으로 당권 강화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 친명-비명 각각 “승리에 도취 말자”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오른쪽)가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주재한 국정감사 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홍 원내대표는 “국민은 오만과 독선, 무능과 무책임으로 일관한 국정 운영에 대한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며 “총리의 해임, 법무부 장관의 파면, 부적격 인사에 대한 철회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민주당 지도부는 내년 총선까지 승기를 이어가려면 보수 지지층 결집 등 역풍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계산 아래 일단 표정 관리에 돌입했다. 홍익표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당 회의에서 “이번 선거 결과는 민주당에 대한 신뢰라기보다는 좀 제대로 하라는 기회를 주신 것으로 생각한다”며 “국민이 주신 기회를 겸허하게 받들겠다”고 했다. 그는 이날 의원들에게 보낸 메시지에서도 “이번 선거 승리에 안주하지 않고 의원님들과 함께 당의 혁신과 통합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썼다. 이 대표도 전날 승리 확정 직후 “민주당의 승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정치의 각성과 민생 회복을 명하는 국민의 매서운 회초리”라고 했다. 친명(친이재명)계 좌장인 정성호 의원도 전날 페이스북에 “(선거 결과는) 민주당이 잘해서가 아니라 무능 무책임 무대책인 정부·여당의 폭정에 대한 경고”라며 “들떠서 승리했다고 하는 자축은 절대 금물”이라고 썼다.

퇴원 후 자택에서 휴식 중인 이 대표는 이르면 다음 주 월요일 최고위원회의를 통해 당무에 복귀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 측은 이른바 ‘체포동의안 가결파’ 등에 대한 징계와 관련해 지도부가 직접 칼을 뽑기보다는, 당내 절차에 맡겨 최대한 잡음을 줄이겠다는 계획이다. 박주민 원내수석부대표는 SBS 라디오에서 “(가결표를 던진 의원 5명은) 시스템과 절차가 있기 때문에 윤리심판원에 회부될 것”이라며 “해당 행위에 대해 어떻게 할 것인지를 이 대표가 당무에 복귀하면 지도부와 논의해서 가닥을 잡을 것”이라고 했다.

이 대표의 당무 복귀를 앞두고 친명계도 체제 공고화 작업에 돌입했다. 홍 원내대표는 KBS 라디오에서 “선거 결과가 좋아 이 대표 체제는 조금 더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 여지가 생겼다”고 했다. 한 비수도권 친명계 의원은 “이변이 없는 한 이 대표 체제로 내년 총선을 치르게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비명(비이재명)계는 친명계 지도부를 향해 “승리에 도취돼선 안 된다”고 경고하며 견제에 나섰다. 조응천 의원은 이날 CBS 라디오에서 “(승리에) 도취해 ‘이재명 체제로 이겼으니 내년 총선도 압승’이라고 생각하면 쇠몽둥이가 날아올 것”이라며 “민주당이 잘해서 이긴 게 아니다. (이 대표) 구속영장 기각 (결과를) 받은 것 외에 직전까지 잘한 게 뭐가 있나”라고 했다.

● “한동훈 사퇴해야” 대여 공세는 강화

민주당은 내부적으로는 ‘겸손’과 ‘자성’을 강조하면서도 이번 선거를 계기로 윤석열 정부에 대한 ‘심판론’을 본격적으로 부각해 총선까지 바람을 이어가겠다는 전략이다. 홍 원내대표는 당 회의에서 “국민은 오만과 독선, 무능과 무책임으로 일관한 국정 운영에 대한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한 것”이라며 “(한덕수) 총리의 해임, (한동훈) 법무부 장관 파면, 부적격 인사에 대한 철회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했다. 홍 원내대표는 이날 KBS 라디오에서도 “(대통령이) ‘앞으로 국정 기조를 바꾸겠다’는 내용의 입장문 정도는 발표하는 게 필요하지 않을까”라며 “어떠한 형태든 야당과의 대화를 복원할 필요도 있다”고 촉구했다. 박 원내수석부대표는 “한 장관은 국정감사에서 인사 검증 실패의 책임이 없다는 태도였다”며 사퇴를 촉구했다.

안규영 기자 kyu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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