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파수·궤도 잡아먹는 ‘유령 위성 100만대’… “군집위성 규제 마련 시급”

송복규 기자 2023. 10. 1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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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연구진, 위성 주파수·궤도 규제 제안
올해 11월 ‘WRC 2023′에서 논의될 듯
“우주 산업계 관행에 ‘유령 위성’ 많아져”
“잘못된 정보가 문제 해결 어렵게 만들어”
미국의 지구관측정보 기업 블랙스카이가 운영하는 소형 군집위성 상상도./블랙스카이

통신과 정찰, 지구관측 등 광범위한 분야에 사용되는 인공위성이 점점 많아지면서 지구 궤도의 무분별한 점유가 문제가 되고 있다. 군집위성이 개발 추세로 자리 잡은 만큼, 위성 주파수 쟁탈전을 예방하기 위한 선제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는 제안도 나왔다.

마이클 바이어스(Michael Byers)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 정치학과 교수 연구팀은 지구 궤도의 인공위성에 할당하는 주파수를 무분별하게 배분하는 것을 규제해야 한다는 내용의 논문을 13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 게재했다.

연구팀이 제안한 내용은 올해 11월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열리는 세계전파통신회의(WRC)에서 논의될 예정이다. WRC는 유엔 산하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이 주최하는 전파통신 분야 최고 의결 회의로, 전 세계 193개국이 4년마다 전파통신 서비스 도입과 위성 궤도, 주파수 분배 등의 사항을 결정한다.

민간이 우주 개발을 주도하는 ‘뉴스페이스’가 본격화되면서 각국 정부뿐 아니라 기업들도 적극적으로 위성을 발사하고 있다. 한국천문연구원에 따르면 지구 궤도를 돌고 있는 인공위성은 7178기다. 특히 미국 스페이스X의 통신위성 스타링크(Starlink)와 영국 원웹(OneWeb) 등 군집위성을 올리는 기업들이 많아져 향후 위성 수는 폭발적으로 증가할 예정이다. 한국에선 한화시스템이 국방과학연구소(ADD)와 군집으로 운용하는 합성개구레이더(SAR) 위성을 개발 중이다.

지구 상공에 떠 있는 스페이스X의 스타링크(Starlink) 위성을 지구 위에 표시한 이미지./한국천문연구원

문제는 위성 발사 수요가 늘어나면서 주파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통상적으로 기업이 위성을 발사할 땐 자국 정부에 승인을 받은 뒤, 각국 정부가 ITU로부터 무선 주파수를 승인받는다. 이 과정을 흔히 ‘ITU에 위성을 파일링(Filing)’한다고 표현하는데, 현재는 추후 주파수를 또 승인받는 번거로움을 줄이기 위해 실제보다 훨씬 많은 수의 군집위성을 파일링하는 게 관습적으로 용인되고 있다. 이 때문에 실제로 지구 궤도에는 없는데 파일링에만 등재된 이른바 ‘유령 위성(Paper Satellite)’이 급격히 늘고 있다.

연구팀은 “ITU에 제출된 무선 주파수 자료는 보고되는 수만 개보다 훨씬 많은 위성 숫자의 극적인 증가가 가능하다는 것을 시사한다”며 “2017년부터 2022년까지 총 300개의 위성 군집이 기록됐는데, 이는 100만 개 이상의 인공위성을 나타낸다. 이는 현재 운영하는 위성의 115배 이상”이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인공위성이 100만 개 이상이 발사될 리 없다면 서도, 현재 통용되는 관행이 계속될 경우 유한한 자원인 지구 궤도가 낭비되고 투자자 유치나 주파수 권리를 판매하는 목적으로 악용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잘못된 정보를 국제사회에 공유하는 것은 향후 위성으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방해한다고 강조했다.

연구팀은 “위성에서 반사되는 빛은 천문학 연구를 방해하고, 전파 천문학은 위성 전자 소음으로 관측이 제한될 것”이라며 “스페이스X와 원웹, 텔레샛 등 기업들이 대형 파일링을 제출하는 상황에서 과대 제출은 잠재적인 재앙과 문제를 파악하는 우리의 능력을 떨어트린다”고 분석했다.

이런 문제가 생기는 건 각국이 ITU에 제출한 파일링을 이행하지 않더라도 아무런 규제가 없기 때문이다. 앞서 ITU가 1997년 파일링 초과 신청을 억제하기 위해 수수료를 부과하는 내용의 제도를 마련하긴 했지만, 회원국들이 수수료 관련 규제 방침을 거부했다.

연구팀은 올해 WRC에서 더욱 효과적인 규제가 채택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구체적으로는 정확한 데이터 확보를 위해 국가들이 주요 위성 고장을 보고하고, 위성 사이 간섭을 일으킬 수 있는 전력 밀도(EPFD) 한계를 제한한다. 또 궤도에 있는 위성 수를 정하고, 상환되는 대형 파일링에 대해 높은 수수료를 부과하는 방법도 제안했다.

연구팀은 “통제되지 않은 위성 확산은 모든 우주 사용자와 인류의 이익을 위협한다”며 “ITU는 주파수에 대한 권한과 인류에게 속하는 유한한 우주 자원을 관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특히 대형 군집위성 운영자가 추측성으로 파일링을 제출하는 가능성과 편리함을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참고 자료

Science, DOI: https://doi.org/10.1126/science.adi4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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