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빌딩형 학교’ 등 초등 분교 생긴다

최훈진 기자 2023. 10. 1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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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덕강일3지구에 내년 착공 추진
학령인구 증감 탄력 대응 조치
서울시교육청이 도입을 추진하는 분교 중 ‘주교(주거+학교) 복합 학교’ 조감도. 학교 땅에 분교 건물과 주거용 아파트가 함께 들어선다. 서울시교육청 제공
서울시교육청이 서울 강동구 강일동 등에 초등학교 분교 설립을 추진한다. 학령 인구의 가파른 감소가 교육 환경 악화로 이어지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새로 지어질 학교 중에는 기존 학교와 달리 빌딩 안에 학교가 들어서거나, 학교 용지를 주거시설과 학교가 공유하는 새로운 형태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12일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도시형 캠퍼스(분교) 설립 및 운영계획을 발표했다. 시교육청은 저출산과 학생 급감 여파로 문 닫을 위기에 처한 학교는 분교로 바꾸고, 대단지 아파트 건설로 신속한 학교 신설이 필요한 곳에는 상가나 오피스텔을 매입해 학교로 탈바꿈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현재 학교를 설립하려면 초교 기준 학급 수 36개 이상, 학생 수 600∼1000명 등의 조건을 중족해야 한다. 이 기준을 맞추지 못하면 신설이 어려운데, 이러한 법적 장애물을 타개할 방안으로 ‘분교’를 꺼내든 것이다. 분교는 이 같은 요건을 충족하지 않아도 된다. 시교육청이 현재 서울시, 국토교통부 등과 협의하고 있는 서울 강동구 강일동(고덕강일3지구) 분교 설립이 계획대로 진행될 경우 내년 10월 첫 서울형 분교 공사가 시작된 후 2027년 완공된다.

폐교 위기 운동장에 아파트 짓고 분교 세운다… 학생 감소 대응

서울에 초등 분교 생긴다
학령인구 감소속 일부지역은 과밀… 분교 개편-신설로 학생수 탄력대응
첫 분교, 인근 강솔초 2캠퍼스 형태… 주교 복합학교, 구도심 등 들어설듯

“초등학교와 공공주택이 한 건물에 모여 있는 영국, 프랑스 등처럼 우리는 기존의 학교 용지 안에 공공아파트를 유치하는 ‘주교(住校) 복합학교’를 세우려고 합니다.”

서울시교육청은 10일 도시형 캠퍼스(분교) 설립 및 운영계획을 발표하며 분교의 2가지 유형을 제시했다. 기존 학교를 분교로 바꾸는 ‘개편형’과 아예 새로 짓는 ‘신설형’이다. 학교 부지에 아파트를 유치하는 ‘주교 복합학교’와 ‘빌딩형 학교’ 등으로 볼 수 있다.

● 강동에 강솔초 제2 캠퍼스 신설

학생 과밀 지역의 상가나 사무용 건물을 사들인 ‘매입형 학교’. 6층짜리 사무용 건물을 리모델링한 미국의 한 초교 모습이다. 서울시교육청 제공
신설형 분교 설립이 가장 유력한 지역은 서울 강동구 강일동이다. 시교육청에 따르면 지역 주민에게 설문한 결과 응답자의 98%가 찬성했다. 현재 학교 시설 건축비 마련을 위해 서울시, 국토부와 협의를 진행 중이다. 이 지역은 서울주택공사(SH)가 개발해 3790채의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선 곳이다. SH가 학교 용지도 확보했지만 학생 수가 모자라 학교 신설이 무산됐는데, 학교를 더 지어 달라는 민원은 쏟아졌다. 이 지역에 들어서는 분교는 근처에 있는 강솔초의 제2 캠퍼스 형태다. 강솔초 교장과 행정실장이 분교를 맡아 운영하고, 교감 1명이 분교에 추가로 배치된다.

신설형 분교는 강일동 외에도 재건축, 재개발이 활발해 과밀학급이 많은 지역을 중심으로 설립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3년간 서울 내 자치구별 학령인구 상위 3곳인 송파 강남 강서구 등이다. 신설형 분교 모델에는 아파트 개발 사업자가 기부한 단지 내 용지에 학교가 들어서는 형태가 있다. 대단지 인근 상가나 오피스텔을 매입하거나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공공시설을 활용하는 ‘빌딩형 학교’도 가능하다.

● 구도심 학교 분교로 개편

기존에 있는 학교를 바꾸는 개편형 분교는 인구 유출로 인해 소규모 학교가 많은 구도심에 만들어질 가능성이 크다. 자치구별 학령인구 하위권인 종로 금천 용산 중구 등이다. 서대문구 창서초처럼 상업지구에 있는 학교도 분교로 개편될 가능성이 크다.

개편형 분교 모델로는 폐교 위기의 넓은 학교 용지를 쪼개 한쪽에는 분교를 짓고 남은 땅에 공공아파트를 유치하는 ‘주교 복합학교’가 있다. 해당 분교 학부모가 이 아파트에 일정 가구 이상 입주하는 조건이다. 인구 공동화로 인해 또다시 학령인구 감소로 폐교 위기에 처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분교는 최소 12학급, 최대 24학급으로 운영된다. 학생 수는 학급당 15∼25명이다. 학년별로 최소 2개 학급이 구성되며, 경우에 따라 특정 학년만 편성할 수도 있다. 운동장을 확보하기 어려운 빌딩형 학교는 본교 운동장을 함께 활용한다. 급식은 본교 조리장에서 조리한 급식을 배달로 제공받는다. 기존 학교가 분교로 바뀌면 본교의 학교장과 행정실장이 분교 운영을 함께 맡는다. 분교 학생이 본교로 옮기거나, 반대로 본교 학생이 분교로 옮기는 것도 가능하다.

근처에 학교가 여러 곳인 경우 가장 인접한 학교로 본교를 정하되, 분교의 학교운영위원회 심의를 거쳐야 한다. 학교운영위원회와 학생회, 학부모회 등은 모두 본교와 통합되고 교육과정도 같다. 시교육청은 올해 12월까지 관련 법령과 제도 개선을 추진하고, 분교 설립 대상지를 사전예고할 계획이다. 어느 학교가 분교로 바뀌고, 분교가 신설되는 지역은 어디인지 구체적인 안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 한쪽은 학생 감소, 다른 쪽은 과밀… “이중고 해소”

시교육청에 따르면 서울 지역 초중고교생 수는 2012년 116만1632명에서 지난해 80만6340명으로 10년 새 31% 감소했다. 2030년에는 57만2390명으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전교생 240명 이하인 소규모 초교는 지난해 119곳으로 늘었다. 신입생이 20명 이하인 초교도 7곳이나 된다. 소규모 학교가 늘면 재정 비효율, 교원 업무 가중 등의 문제가 생긴다. 그렇다고 무조건 학교를 통폐합하면 일부 학생은 통학 거리가 너무 길어진다.

반면 학생 수가 1500명이 넘는 과대 초교도 17곳으로 적지 않다. 학생 수가 28명 이상인 과밀학급이 있는 초교도 40곳이다. 서울 강남구는 초교의 과밀학급 비율이 37.7%, 서초구는 35.9%다. 재건축, 재개발 후 인구가 몰린 지역에 제때 학교가 세워지지 않은 결과다.

시교육청이 지역별 학생 수 급감과 급증이라는 이중고를 해결하기 위해 고심하다가 올해 2월부터 연구에 착수해 분교 설립이라는 복안을 내놓은 것이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과거와 똑같은 교육으로는 학령인구 감소에 대응할 수가 없다”며 “교육 수요자 요구에 맞춰 유연하게 학교를 설립하는 한편 소규모 학교를 지속적으로 유지, 발전시킬 기회를 만들어 질 높은 공교육 실현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최훈진 기자 choigiz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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