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없이도 사는법]이재명 선거법 재판과 ‘지연된 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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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2일 백현동 아파트 특혜개발 사건으로 불구속 기소됐습니다. 이 대표는 작년 9월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기소된 데 이어 올해 3월 대장동 개발비리 등으로 기소됐고 이번이 세 번째입니다. 그러면서 이 대표가 최소한 매주 한 번은 법원에 출석해야 할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이 대표가 제1야당 대표이고 내년 총선이 있다는 것을 고려하면 그의 법정 출석 횟수보다 주목받는 것은 이들 사건이 언제 결론이 나올지입니다. 그런 면에서 법원 안팎에서 이례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사건이 있습니다. 가장 먼저 기소된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입니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에서 대장동 실무자인 고(故)김문기 전 성남도개공 처장을 성남시장 시절에는 몰랐다고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백현동 용적률 상향 특혜와 관련해 박근혜 정부 국토부로부터 협박을 받았다고 거짓말을 한 혐의도 적용됐습니다.
그런데 서울중앙지법 형사 34부에서 재판중인 이 사건의 결론은 기소 1년이 넘도록 나지 않고 있습니다. 결론은 커녕 지난 8월 25일 재판까지 김문기 전 처장과 관련한 심리에 머무르고 있었고 백현동 부분은 아직 들어가지도 못한 상태입니다.
이렇게 된 가장 큰 원인으로는 이 사건 재판이 ‘2주간격’으로 열리는 점이 꼽힙니다.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재판은 격주 금요일에 열립니다.
공직선거법 270조는 ‘선거법의 재판기간에 관한 강행규정’이라는 제목으로 ‘선거법 재판은 다른 재판에 우선해 신속하게 해야 하며 그 판결의 선고는 1심은 공소가 제기된 날부터 6월 이내에, 2,3심은 전심 판결 선고가 있은 날부터 각각 3월 이내에 반드시 하여야 한다’고 돼 있습니다. ‘할 수 있다’는 재량(裁量)규정이 아닌, 제목조차도 ‘강행규정’으로 돼 있고 법문도 ‘하여야 한다’는 형식입니다.
이처럼 공직선거법 재판은 최대한 서둘러 하라는 법의 취지를 고려할 때 최소한 1주일에 한 번은 재판이 잡히는 게 상식적입니다. 간단해 보이는 이 사건 또한 이 대표가 무죄를 다투고 있기 때문에 재판 증인만 50명에 달합니다. 하지만 처음부터 ‘격주에 한 번’으로 재판을 잡은 탓에 한 달에 두 번밖에 재판이 열리지 않습니다. 여기에 지난달엔 단식에 돌입한 이 대표가 재판 연기신청을 냈고 이를 재판부가 받아주면서 9월 22일 예정됐던 재판이 3주 미뤄지기도 했습니다.
법원 안팎에서는 “이대로라면 내년 총선까지도 1심 결론을 내지 못할 가능성이 상당하다”는 전망도 나옵니다. 절반에 해당하는 백현동 부분 심리가 남아 있는 데다 통상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부 재판장이 2년간 재임하는 것을 고려하면 내년 2월 재판장을 비롯해 재판부 구성이 바뀔 가능성도 높습니다. 그렇게 되면 공판절차 갱신에 최소 몇 달이 걸릴 수도 있습니다.
법조계에서는 공직선거법 사건이 다음 선거까지 결론이 나지 않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공직선거법 사건은 벌금 100만원 이상이 확정되면 당선이 무효가 됩니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에서 낙선했기 때문에 당선무효와는 무관하지만 5년간 선거권과 피선거권이 박탈되고, 이 경우 국회법상 당연퇴직 사유가 되기 때문에 의원직에서도 물러나야 합니다. 여기에 선거법에 따라 민주당은 지난 대선에서 보전받은 선거비용 434억원을 물어내야 할 수도 있습니다.
물론 재판부로서도 2주에 한번 재판을 잡은 데는 피고인인 이 대표의 요청이나 다른 재판일정 등 여러 사정이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렇게 법적 파장이 큰 사건이 다음 선거까지 1심 결론도 나지 않는다면 유권자의 선택에 큰 혼란을 주게 됩니다. 앞선 사건의 결과 여하에 따라 피선거권이 박탈될 수도 있는데 그 결과를 모른 채 또다시 선거를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는 법언이 가장 잘 들어맞는 분야가 선거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유죄이든 무죄이든 결론이 나지 않으면 그 자체로 부정의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이 사건은 현재까지 기소된 이 대표 관련 사건 중 가장 간단한 축에 속합니다. 대장동 사건의 경우 제출된 수사기록만 20만쪽이고 재판부도 “1~2년은 걸릴 것”이라고 했습니다. 앞으로도 추가 기소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2주에 한번’ 열리는 공직선거법 사건의 진행은 ‘지연된 정의’의 단면을 보여 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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