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방문한 미셸 위 “여자골프 더 발전하려면 TV 중계 시간 늘려야”(인터뷰)
올해 7월 완전한 은퇴 후 박세리 초청으로 한국 방문
여자골프·여성 스포츠 발전 위한 프로젝트에 큰 관심
“LPGA 투어 중계 시간 늘려야 상금도 더 커진다”
“세부 기록 및 통계에도 더 투자해야 경기 풍성해져”
하와이에서 태어난 재미교포인 미셸 위(34)는 10대 시절부터 세계적인 스타였다. 2003년 미국퍼블릭링크스 챔피언십에서 우승하는 등 화려한 아마추어 시절을 보냈고, 2005년 나이키, 소니 등과 대형 후원 계약을 맺고 프로로 전향했다. 183cm의 큰 키에서 뿜어져 나오는 비거리로 ‘원조 장타 퀸’이었던 미셸 위는 미국, 한국, 일본의 남자 투어에 출전해 ‘성 대결’을 벌이는 등 화제를 몰고 다녔다. 얼마나 화제가 됐는지 2005년 일본프로골프(JGTO) 카시오오픈에 초청받아 나섰을 때는 그로 인한 경제효과가 최대 20억엔(약 180억원)에 달할 전망이라는 보도까지 나왔었다.
미셸 위는 2014년 US 여자오픈 제패를 포함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5차례 우승했다. 2019년 미국프로농구(NBA) 전설적인 스타 제리 웨스트의 아들 조니 웨스트와 결혼했고 이듬해 첫딸 매케나 카말레이 유나를 출산했다. 이후 자연스레 투어 생활에서 멀어진 미셸 위는 지난 7월 US 여자오픈 출전을 끝으로 완전한 은퇴를 선언했다.
미셸 위는 최근 한국 여자골프의 선구자 박세리가 주최한 자선 이벤트 대회 ‘Maum 박세리 월드매치’ 참가차 부산에 방문했다. 현역 시절 몸에 달라붙는 짧은 스커트를 주로 입었던 것과 달리 헐렁한 조거 팬츠와 편안한 맨투맨 티셔츠를 착용하고 경기에 나선 미셸 위의 얼굴은 한결 편안해 보였다. 인터뷰를 적극적으로 한국말로 하려는 모습 또한 인상적이었다. 미셸 위는 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조금 부족하지만 엄마, 아빠와는 한국말로 대화하기 때문에 인터뷰도 한국말로 할 수 있다”고 의욕을 보였다. 코로나19로 한국에 오지 못하다가 박세리의 초청을 받고 4년 만에 한국에 방문했다는 미셸 위는 “사실 지난 4월에 친구들과 서울로 여행을 왔었다. 이번 대회가 끝나면 부산 투어를 한 뒤 미국으로 돌아간다. 부산 여행을 할 생각에 신난다”고 말하며 활짝 웃었다.
미셸 위는 은퇴 후에도 바쁘게 지내고 있다. 올해부터 LPGA 투어 미즈호 아메리카스 오픈 호스트로 활동하면서 투어와 주니어 골프 성장을 도모하고 있고, 이전에는 미국골프협회(USGA)와 함께 ‘위민 워스 워칭(Women Worth Watching)’ 캠페인을 전개했다. 직접 디자인한 후디를 이용해 ‘후디포골프’ 캠페인도 벌였다. ‘여성들에게 더 나은 세상을 위한 발걸음을 만드는 것’이 주된 목적이다.
미셸 위는 여자골프가 더 발전하기 위해서는 TV 노출 시간을 늘리고, 선수들의 세부 기록을 제공해야 한다고 의견을 밝혔다. 미셸 위는 “LPGA 투어 커미셔너와도 계속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부분이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처럼 LPGA 투어 경기 중계 시간이 늘어나 대중들에 더 홍보돼야 상금이 올라간다. 그래야 PGA 투어와 상금 격차를 줄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보통 투어는 TV 중계권료 계약을 통해 성장한다. 몇년 전만 해도 미국에서는 여자 대회 생중계보다 남자 대회 녹화 중계를 할 때가 더 많을 정도로 여자 선수들의 설 자리가 부족했다. 올해 LPGA 투어가 총상금 규모 1억 달러(약 1341억원)를 돌파하는 등 질적, 양적 성장을 이뤘지만 PGA 투어 상금 규모에 비하면 5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또 하나 보완해야 할 점은 선수들의 데이터다. 미셸 위는 “여자 골프는 선수들의 세부 기록에 약하고 정보가 많지 않다. 데이터가 많아야 TV 중계 내용도 더 풍부해지고 선수들의 스토리텔링도 가능하다. PGA 투어는 이 부분이 정말 잘 돼 있는데 LPGA 투어는 그렇지 않은 점이 아쉽다”고 말했다. PGA 투어는 선수들의 클럽, 거리, 상황별 기록을 아주 세세하게 제공한다. 그러나 LPGA 투어는 다소 단조롭다. 단순 거리와 정확도 정도만 제공되기 때문이다.
미셸 위는 “LPGA 투어에도 멋있는 선수가 많다. 이 선수들을 TV에서 더 보여줘야 하고 기사도 많이 써줘야 한다. 기록에 대해 투자할 스폰서도 찾아야 한다. 어렵지만 여자골프 발전을 위해 해야 할 일”이라고 설명했다.
미셸 위는 “투어 생활을 할 때는 대회 출전하기 바쁘다 보니 다른 생각을 할 겨를이 없었다. 은퇴 후 시간적인 여유가 생겨서 진짜 내가 하고 싶은 것 일을 찾게 됐다. 이런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오는 행복도 컸다”며 이같은 활동하는 이유에 대해 밝혔다.
엄마로 제2의 인생을 사는 것도 ‘완전 행복한 일’이라고 말했다. 미셸 위는 “선수로 활동할 때는 우승할 때 행복을 느꼈다. 그건 아무나 느낄 수 없는 것이다. 육아는 매일 우승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힘들지만 그것도 좋다”고 말하며 웃었다. 그러면서 “물론 투어 생활이 그리울 때도 있다. 그렇지만 ‘박세리 월드매치’에서 함께 한 세리 언니, 안니카 소렌스탐, 카리 웹 등 은퇴한 언니, 선배님들이 다 행복해 보였고 그게 나의 미래라고 생각하니 또 마음이 편하다”고 말했다.
인터뷰를 마무리하던 중 미셸 위는 새로운 소식도 전했다. “타이거 우즈와 로리 매킬로이가 만든 가상현실 골프리그 TGL의 로스앤젤레스 팀 오너가 됐다. 미국여자축구 아이콘 앨릭스 모건과 함께 활동한다. 여성 스포츠를 성장시키는 또 하나의 일이 될 것 같다. 많이 응원해달라”고 밝혔다.
주미희 (joomh@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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