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서의 글로벌 아이] 감옥에서 지옥으로, 가자지구는 어떻게 될 건가
하마스, 이란혁명수비대로부터 훈련받아
네타냐후, 모든 하마스대원은'죽은 목숨'
초읽기 들어간 이스라엘 가자지구 진입
국제사회, 양측 자제시키고 출구전략을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기습 공격으로 시작된 하마스와 이스라엘의 무력 충돌이 전면전으로 치닫고 있다. 잠잠했던 '중동의 화약고'에 다시 불이 붙은 모양새다. 전쟁터가 된 가자지구는 감옥에서 지옥으로 변했다. 그러는 사이 무고한 생명들이 도심 한복판 길거리에서 죽어가고 있다.
◇가장 대담했던 공격
지난 7일(현지시간)은 유대인의 안식일인 토요일이었다. 새벽이 밝자 하늘에서 수많은 로켓이 이스라엘 땅에 쏟아져 내렸다. 하마스의 전례 없는 공격이었다. 철통 같다는 방공망 '아이언 돔'은 뚫렸다.
아이언 돔은 단거리 및 중거리 미사일을 요격하도록 설계돼 있다. 이스라엘은 2021년 기준 전국에 10개의 포대를 배치했다. 각 포대에는 20발의 요격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는 3∼4대의 발사대가 설치돼 있다. 하마스의 '초보적'인 미사일이 수백 달러인 반면 이스라엘의 요격 미사일은 발사할 때마다 약 5만 달러의 비용이 든다고 한다.
하마스는 단기간에 5000발을 발사하여 이스라엘이 자랑하는 방공시스템을 무력화하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아이언 돔만 뚫린 게 아니었다. 로켓 공격이 이스라엘의 주의를 분산시키는 사이 가자지구를 둘러싸고 있는 거대한 장벽에 대한 공격이 시작됐다. 분리벽은 어떤 곳은 콘크리트 벽이고, 어떤 곳은 철조망 펜스다. 이스라엘 군은 분리벽 감시를 위해 수많은 카메라와 센서를 달았다. 그러나 분리벽은 뚫렸다. 경비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곳에선 불도저가 분리벽을 무너뜨렸다.
1000명 이상의 무장대원들은 분리벽을 넘어 이스라엘 지역사회에 진입했다. 상당수가 오토바이, 트럭을 타고 침투했고, 일부는 패러글라이더와 보트를 사용했다. 육·해·공 삼면에서 침투가 이뤄진 셈이다. 뼈대만 있는 바이크 뒤에 대형 팬(fan)을 단 조악한 글라이더이지만 낮게 날음으로써 레이다 탐지에 걸리지 않았다.
이같은 침투는 로켓 공격보다 더 충격적이었다. 이들은 마을과 키부츠(집단농장) 등을 습격해 군인과 민간인을 대거 납치했다. 여기에는 외국인도 상당수 포함됐다.
◇테러를 넘어 전쟁으로
하마스의 동시다발적 기습 공격은 이스라엘을 뒤흔들었다. 이렇게까지 많은 이스라엘 사람들이 살해당한 일은 건국 이후 한 번도 없었다. 이번 공격을 위해 하마스는 최소 1년 전부터 치밀하게 준비했다. 일부 조직원들은 레바논에 있는 훈련캠프 등에서 이란 혁명수비대 및 헤즈볼라의 기술고문들로부터 군사 전술을 전수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은 피의 보복을 선언했다. 우선 가자지구 고립에 고삐를 죄고 있다. 하마스에 끌려간 인질들이 풀려날 때까지 가자지구에 물, 전기, 연료를 끊겠다고 밝혔다. 이스라엘 에너지 장관인 이스라엘 카츠는 하마스와 교전 엿새째인 지난 12일 성명을 내고 "가자지구에 인도적 지원이나 생필품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같은 방침을 알렸다. 그는 "인질들이 집으로 돌아올 때까지 전기도 켜지지 않고, 물도 나오지 않으며, 연료 트럭도 들어가지 못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반면 하마스는 이스라엘의 공습이 끝나야 인질 교환을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앞서 하마스는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의 민간인을 사전 경고 없이 공격할 때마다 인질 1명씩 살해하겠다고 위협했다. 하마스의 주장에 따르면 현재 100명 이상이 인질로 잡혀있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개의치않고 연일 무차별 공습을 퍼붓고 있다. 인간이 만든 최악의 무기라는 백린탄을 투하한 정황도 나왔다. 정치권은 계속해서 호전적인 발언을 내뱉고 있다. 일부 야권과 전시 연정 구성에 합의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하마스 대원은 모두 죽은 목숨"이라며 "(하마스를) 부숴 없애버리겠다"고 말했다.
◇끝없이 희생당하는 민간인들
확전의 관건은 이란이 이번 공격의 배후에 있었는지의 여부다. 미국은 "이란이 직접 개입했다는 확실하고 구체적 증거는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면서 신중한 태도다. 워싱턴의 이런 입장은 전면전 우려 때문이다. 우크라이나에 이어 중동에서도 전선이 형성된다면 미국으로선 버거울 수밖에 없다.
때문에 가지지구 내로 전쟁이 한정될 가능성이 크다. 양측간 군사력에 큰 차이가 있어 일방적인 전쟁이 될 것임이 분명하다. 그렇다고 이스라엘이 쉽게 승리한다고 장담할 수는 없다.
가자지구에 대한 이스라엘의 군사적 선택은 제한되어 있다. 시가전은 이스라엘에 불리하다. 하마스는 '보이지 않는 부대'다. 가자지역 주민들은 하마스 기지가 어디에 있는지, 간부들이 어디에 살고 있는지, 전사들이 누구인지 알지 못한다. 대원들은 자신이 전투원임을 가족에게 절대 공개하지 않는다. 이스라엘이 탱크로 밀어붙이면 하마스는 게릴라전으로 대응할 것이다.
결국 이번 공격은 과거와 마찬가지로 수많은 민간인들을 죽일 것이다. 건물은 무너지고 시신들이 거리를 채울 것이다. 이미 민간인을 포함해 양측에서 사망자는 2500명을 넘어섰다. 희생당한 사람들의 운명이 비통하다.
'거대한 감옥'으로 불리는 가자지구가 이제 거대한 지옥으로 변하고 있다. 230만 가자지구 주민들의 신음이 이어지고 있다. 평화를 찾아야 하지만 답은 보이지 않는다. 오랜 기간 이어져 온 뿌리 깊은 갈등과 대립 때문이다. 어떤 사람은 "하마스가 이스라엘 사람들에게 저지른 만행을 직시하라"고 한다. 또 어떤 이는 "그동안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 무슨 짓을 했는지 알고나 있냐"고 묻는다. 피해와 가해의 이중성이다.
그렇지만 폭력의 악순환은 멈춰야 한다. 국제사회의 공조가 필요하다. 다행히도 파국을 막기위한 주요국들의 중재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지난 12일 이스라엘에 도착한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이스라엘 고위 당국자들을 만나 조율 작업을 진행중이다. 그는 전(全) 이슬람권의 반미, 반이스라엘 단일대오 구축을 유발할 수 있는 과도한 군사 행동을 자제하라고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같은 날 사우디아라비아의 실세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도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하고 이번 사태를 논의했다. 양국 관계가 정상화한 이후 처음으로 가진 공식 통화였다. 무함마드 왕세자는 이날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과도 통화했다. 이어 이란 외무장관은 레바논을 긴급 방문했다. 이스라엘과 접경한 레바논 남부는 하마스와 연대하는 헤즈볼라의 거점이다.
국제사회가 힘을 모아 출구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평화의 해법을 찾아내는 것이야말로 지금 당장 국제사회가 해야할 일이자 책무다.논설위원
Copyright © 디지털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인간美 보여준 ‘빙신 김동성’, 3일 만에 구독자 1000명 돌파…♥아내 전폭 지원
- 연애 포기女 “남친 헤어지니 33살, 나이만 먹어 괴롭다”…누리꾼 공감은 ‘글쎄’
- “여친 흉기로 찌르고 모텔 감금”…40대 중국인男 징역 1년
- "왜 경적 울려"…60대男, 쇠망치 들고 지나가는 차마다 `쾅쾅쾅`
- 고양이 간식 묻은 배달음식에 분노…“좋게 말하니 호구로 보더라”
- [임기반환점 맞은 尹] 4대 개혁 과제 속에 낮은 지지율 걸림돌
- 영끌족 `눈물의 경매`… 서울 아파트 9년만에 최고치
- 최태원, 페루 이어 일본·중국行… 글로벌 리더십 `광폭 행보`
- 통신3사, 5G·비통신으로 3분기도 호실적… AI 수익화 `박차`
- 보험사, 新회계 논란에 시작된 `눈치싸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