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DO 우체통] 각자의 경기를 치르고 있는 당신에게 응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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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최근 아시안게임을 보면서 저는 다시 한번 선생님을 떠올렸습니다.
올림픽 금메달이 달린 경기가 있는 날이면 수업을 잠시 제쳐두고 반 친구들과 TV 중계를 보는 게 허락됐던 고등학생 시절, 양궁 여자 결승전에서 누군가 금메달의 주인공이 됐을 때 선생님은 금메달을 딴 선수가 아닌 동메달을 딴 선수를 가리키면서 "너희들은 금메달 못지않게 저 동메달의 가치가 더 빛날 수 있다는 걸 알아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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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최근 아시안게임을 보면서 저는 다시 한번 선생님을 떠올렸습니다.
올림픽 금메달이 달린 경기가 있는 날이면 수업을 잠시 제쳐두고 반 친구들과 TV 중계를 보는 게 허락됐던 고등학생 시절, 양궁 여자 결승전에서 누군가 금메달의 주인공이 됐을 때 선생님은 금메달을 딴 선수가 아닌 동메달을 딴 선수를 가리키면서 “너희들은 금메달 못지않게 저 동메달의 가치가 더 빛날 수 있다는 걸 알아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 동메달의 주인공은 바로 신궁이라고 불리던 김수녕. 이미 전설 같은 선수였지만 그 당시 김수녕 선수는 은퇴 후 두 아이를 낳은 뒤 6년간의 공백 끝에 활을 잡은 상태였고 그때 선생님은 그녀가 다시 저 자리에 다시 올라오기까지 어쩌면 금메달을 딴 선수 이상의 땀방울이 있을 거라고 말씀해 주셨어요. 이미 20년이 훌쩍 넘은 일이지만 저는 양궁 경기를 볼 때마다 선생님의 그 말이 아직도 기억납니다.
이번 아시안게임뿐만이 아니라 스포츠 경기를 볼 때마다 우습게도 저는 제가 스포츠 선수와 같다는 생각을 종종 합니다. 취재기자가 올린 기사가 데스크를 거쳐 편집부에 넘어오기까지 초조하게 기다리다가 레이아웃을 잡고 제목을 뽑는 편집기자로 살고 있는 요즘, 더욱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마감 시간에 쫓겨 머리를 싸매고 정신없이 일을 하다가 마지막 강판 버튼을 누르기까지 코트 위를 이리저리 뛰는 선수 같다고 할까요. 경기가 끝나도 선수의 몸에 남은 열기가 쉽게 식지 않듯이 ‘제목이 기사를 잘 담고 있는지’, ‘독자에게 다른 의미로 잘못 읽히진 않을지’, ‘혹시 오탈자가 있진 않을지’란 생각이 지친 몸을 이끌고 집에 돌아가는 길에도 긴 꼬리처럼 달라붙습니다.
자신의 실력을 탓하며 좌절하다가도 다음 날이면 지나간 지면을 잊고 나에게 할당된 내일 자 지면을 채우기 위해 새로운 마음으로 또 다른 경기를 맞이해야 하는 선수처럼, 저는 경기장이 아닌 제 책상에서 그렇게 매일 경기를 치릅니다. 물론 아직 메달이나 시상대의 영광은커녕 선발의 기회조차 넘볼 수 없는 시시한 선수이지만요.
이번 아시안게임 때도 신문 지면에는 수많은 금·은·동 메달 주인공들의 이름이 쏟아졌지요. 그리고 그 뒤에는 메달을 따지 못했다는 이유로 가려진 무수한 이름이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노메달’, ‘메달 실패,’ ‘메달 좌절’…. 이러한 기사 제목 뒤에 가려진 우리가 미처 알 수 없는 선수 개개인 땀방울의 무게를 생각해 봅니다. 어렸을 적 선생님이 해주신 말씀처럼 메달의 색깔이 말해주지 않는 것들에 대해 떠올려 봅니다.
어쩌면 각자 자리에서 무슨 일을 하든지 우리는 모두 자신만의 지난한 경기를 치르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늦은 오후 컴퓨터 앞에서 조용히 자판과 싸우고 있는 회사 동료들을 보면서 조용히 응원해 주고 있다는 말을 하고 싶은 오늘입니다.
노현아 now7310@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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