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재의 매일밤 12시]저는 맨유 입단 테스트에 4번 떨어졌습니다
[마이데일리 = 최용재 기자]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최고 명가다.
알렉스 퍼거슨 감독이 은퇴한 후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아직까지 잉글랜드 프로축구 역사를 통틀어 최고 명가가 맨유라는 사실을 부정할 수는 없다. 때문에 축구 선수를 꿈꾸는 많은 어린 선수들이 입단을 원하는 팀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잉글랜드 최고 명가에 들어가는 문은 극도로 좁았다. 많은 이들이 맨유 입단에 도전했지만 실패했다. 맨유라는 팀은, 선택된 자들만이 입성할 수 있는 그런 곳이었다. 여기에 맨유 입단 테스트를 무려 '4번'이나 본 선수가 있다. 그리고 4번 연속 떨어진 선수가 있다.
맨유의 높은 문을 체험한 그는 맨유를 포기했고, 다른 길을 찾았다. 지금 그는 무엇을 하고 있을까. 아스널의 핵심 공격수다. 바로 가브리엘 마르티넬리 이야기다.
그는 13세부터 14세, 15세, 16세까지 4년 연속 맨유 입단 테스트에 응했다. 그리고 4년 연속 탈락하는 아픔을 경험했다. 당시 마르티넬리는 브라질 코린치앙스와 이투아누 유스팀에 소속됐을 때다.
이런 시련이 마르티넬리를 더욱 독하게 만들었다. 맨유는 포기했지만, 축구 선수로서의 성공은 포기하지 않았다. 꼭 하나의 길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맨유에 실패한 마르티넬리는 다른 길을 선택했고, 이투아누에서 일단 제대로 자리를 잡자고 판단했다.
계획대로 진행됐다. 그는 2018년에 이투아누 1군으로 올라섰다. 17세의 나이. 이투아누 역대 최연소 1군 데뷔 신기록을 작성했다. 그리고 2019년 인생 최대 기회가 찾아왔다. 맨유의 리그 라이벌이자 EPL을 대표하는 강호, 아스널에 입성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의 나이 18세. EPL에서 어린 선수를 가장 잘 성장시키고, 가장 잘 활용하는 아스널로 간 것은 '신의 한수'였다.
마르티넬리는 아스널에서 무럭무럭 성장했다. 특히 지난 시즌에는 폭발했다. 아스널 돌풍의 주역으로 거듭났다. 리그 15골로 득점 7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도움도 5개나 기록했다. 아스널에 없어서는 안 될 핵심적인 존재로 발전한 것이다.
올 시즌 역시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마르티넬리의 나이 겨우 22세. 지난해부터는 브라질 A대표팀에도 발탁돼 활약하고 있다. 앞으로 마르티넬리가 얼마나 더 성장할지, 엄청난 기대감을 받고 있는 공격수다.
전화위복. 지금의 마르티넬리의 모습은, 맨유에서의 실패로부터 시작된 것이다. 자신에게 맞는 최고의 팀에 안겨 마음껏 비상하고 있다. 마르티넬리의 이야기는 실패를 경험하고 있는 어린 선수들에게 강렬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는 셈이다. 과거 마르티넬리를 지도한 경험이 있는 루이스 안토니오 모라스 감독은 이렇게 말했다
"세상의 모든 것이 생각대로 되지는 않는다. 마르티넬리는 올드 트래포드에 가지 못했다. 몇 차례 시련을 겪었다. 당시 마르티넬리는 화를 냈고, 충격을 받았고, 또 슬퍼하기도 했다. 하지만 중요한 건 마르티넬리가 맨유로 가지 못한 것을 스스로 인정했다는 거다. 그래서 마르티넬리의 분노와 슬픔은 오래가지 않았다. 마르티넬리는 축구를 계속했다. 이전보다 훨씬 더 열심히, 그리고 더 많이 축구를 했다. 마르티넬리는 많은 어린 선수들에게 훌륭한 본보기가 될 것이다."
[최용재의 매일밤 12시]는 깊은 밤, 잠 못 이루는 축구 팬들을 위해 준비한 잔잔한 칼럼입니다. 머리 아프고, 복잡하고, 진지한 내용은 없습니다. 가볍거나, 웃기거나, 감동적이거나, 때로는 정말 아무 의미 없는 잡담까지, 자기 전 편안하게 시간 때울 수 있는 축구 이야기입니다. 매일밤 12시에 찾아갑니다.
[가브리엘 마르티넬리. 사진 =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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