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구 암흑기 바라본 오기노 감독 "이가-오타케 장점, 한국 선수들이 흡수했으면"
(MHN스포츠 청담, 권수연 기자) "일본 남자배구도 국제적으로 많이 안 좋았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지난 11일, 청담 리베라호텔에서 2023-24시즌 도드람 V-리그 남자부 미디어데이가 개최됐다.
OK금융그룹은 석진욱 전 감독이 물러난 뒤, 남자 프로구단 중 두 번째로 외국인 사령탑을 선임하며 눈길을 끌었다. 일본인 사령탑으로 국내 무대에 진출한 오기노 마사지 감독은 직전까지 원클럽맨으로 산토리 선버즈를 이끌었다.
국제무대에서 연일 부진하며 최근 위기를 맞이한 남자 배구에 오기노 감독이 들여올 새로운 바람이 어떤 상승세를 일으킬지 관심이 모이는 추세다.
사전 취재를 위해 만난 자리에서 오기노 감독에게 시즌 준비에 대해 물었다. 그는 "컵대회에서 나왔던 과제들을 중심으로 연습을 해왔다"며 "개인 스킬을 끌어올리는데 중점을 뒀다. 팀 시스템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다양한 시츄에이션을 많이 만들며 연습하고있다. 디그나 페인트 공격, 약한 볼 처리, 수비와 연결되는 토스 부분을 중점적으로 훈련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레오를 8월부터 직접 지도한 오기노 감독은 "문제없이 연습에 잘 참여해주고 있다"며 "아마 (레오가) 어느 포지션을 할지 흥미로울 것이다. 시즌이 길기에 아웃사이드 히터와 아포짓 스파이커 양쪽 모두 잘 쓸 수 있도록 하겠다. 플레이스타일도 지도하면서 바꿔줄 점도 있다"고 답변했다.
본인을 '오기상'이라 자처하며 친근한 사령탑 체제로 나선 오기노 감독은 이번 2023 구미 도드람컵 대회에서 OK금융그룹을 사상 최초로 컵대회 정상에 올려놓으며 첫 국내 데뷔전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당시 신인 선수인 신호진이 개인 최다 득점을 두 번이나 돌파하며 맹활약을 펼쳤다. 컵대회 준결승에서는 31득점을, 결승에서는 34득점을 터뜨리며 인생경기를 만들었다. 신호진의 올 시즌에 대해 묻자 오기노 감독은 "컵대회때는 생각보다 너무 좋았다"며 "시즌이 길기에 아웃사이드 히터로 나설 수도 있고, 공격적인 부분에 대한 걱정은 없다. 다만 서브가 조금 약점이라고 생각하는데, 이 부분에 대해 강화하고 있다. 코스를 기술적으로 공략할 수 있는 선수다"라고 호평했다.
오기노 감독은 이번 국제무대에 나선 한국 남자배구가 고전하는 모습도 지켜봤다.
한국 남자배구는 지난 1966년 방콕 대회에서 은메달을 딴 것을 시작으로 직전 대회인 2018 자카르타 팔렘방 대회까지 연속 14회 입상(금메달 3개, 은메달 7개, 동메달 4개)한 이후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는 기록이 뚝 끊겼다.
세계랭킹 73위 인도와 51위 자카르타에게 발목을 잡히며 진땀을 뺐다. 최종 7위, 역대 최저 성적이다. 남자배구가 아시안게임에서 상을 받지 못한 것은 자그마치 61년만이다.
반면, 일본 남자배구는 아시아 원탑으로 매우 높은 평가를 받는다. 12일 기준으로 일본은 세계랭킹 4위에 올라있다.
그러나 일본 남자배구가 처음부터 황금기였던 것은 아니다. 1980년 대부터 약 20여년 가까운 세월에 걸쳐 암흑기에 시달렸다.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을 끝으로 3회 연속 올림픽 출전에 실패했고, 베이징 올림픽에서는 1차 리그 전패에 그쳤다. 오기노 감독은 선수 시절 해당 암흑기를 직접 겪기도 했다.
오기노 감독은 "일본 남자배구 역시 국제적으로 크게 안 좋았던 시기가 있었다. 또 나 스스로도 이런 안 좋았던 시기를 경험했다"며 미소지었다. 이어 그는 "그러나 한국 배구는 신장, 골격, 파워 면에서 모두 뛰어나고 높이도 더 좋다. 그런데 이걸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팀으로서는 잘 못 뭉치는 경우가 있다. 선수 개개인으로 따지면 일본보다 낫지만, 팀으로 뭉친다면 더 좋아질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현재 우리카드의 일본인 선수 잇세이 오타케와 한국전력의 이가 료헤이가 함께 거론됐다.
그는 "일본에서도 두 선수를 봐왔는데, 좋은 활약을 해줄거라 기대한다"며 "아까 이야기했던 한국 대표팀 부분에 빗대서도 한국 선수들이 (두 선수의) 흡수할 수 있는 부분을 흡수해갔으면 한다. 이가 선수는 서브리시브가 일본에서도 상위권에 드는 선수다. 이가 선수만 콕 집어서 보는 것도 시합의 포인트가 될 수 있다. 또 오타케는 아포짓이 메인이지만 미들블로커도 할 수 있고, 높이가 매우 공격적이기에 한국 리그에서도 좋은 활약이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OK금융그룹은 오는 20일, 안산 상록수체육관에서 한국전력과의 첫 대결로 2023-24시즌 첫 경기에 돌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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