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칼럼/김기용]중국 일대일로 10년의 명암

김기용 베이징 특파원 2023. 10. 12. 2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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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크로드는 고대 동양과 서양을 잇는 대표적 통상교역로였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2013년 첫 집권 직후 밝힌 일대일로(一帶一路) 구상이 10년을 맞았다.

중국은 일대일로 선상에 있는 국가들과 단순한 경제 협력을 넘어 경제공동체를 구축하겠다며 10년을 달려왔다.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10년 동안 152개 나라와 32개 국제기구가 해외 경제 영토 확장 프로젝트인 일대일로에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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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新실크로드’ 표방, 中 굴기 실현 전략
저개발국 ‘부채의 함정’에 빠트렸다는 지적도
김기용 베이징 특파원
실크로드는 고대 동양과 서양을 잇는 대표적 통상교역로였다. 단순히 물자만 오간 것이 아니다. 각종 문화와 종교, 기술도 전해진 대(大)통로였다. 여러 북방 민족이 개척한 실크로드는 진시황제 만리장성이나 수양제 대운하같이 특정 인물이나 군주의 명령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인간의 필요와 욕구가 자유롭게 발현돼 조성된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실크로드에 내재된 핵심 가치는 자유일지도 모른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2013년 첫 집권 직후 밝힌 일대일로(一帶一路) 구상이 10년을 맞았다. 일대(一帶)는 중국 서부-중앙아시아-유럽을 육상으로 잇는 것을 의미하고 일로(一路)는 중국 남부-동남아시아-아프리카-유럽을 잇는 해상로다. 중국과 유럽을 연결하는 이 구상을 실크로드에 빗대 ‘21세기 육상·해상 신(新)실크로드’라고도 부른다.

중국은 일대일로 선상에 있는 국가들과 단순한 경제 협력을 넘어 경제공동체를 구축하겠다며 10년을 달려왔다. 신흥경제국이나 개발도상국, 저개발국이 많은 중앙아시아와 아프리카를 집중 공략했다. 경제 발전을 위해 도로와 철도, 항만, 공항 같은 기반시설 건설이 절실한 이 나라들은 중국의 지원이 필요했다. 중국은 큰돈을 빌려주면서 이 나라들에 글로벌 영향력 확대를 위한 거점을 마련했다. 미국과 함께 주요 2개국(G2)으로서 위상도 강화했다. 특히 중국은 미국이나 다른 서방국과는 달리 막대한 지원을 하면서도 이들 국가의 독재정치나 인권 문제 등에 간섭하지 않았다.

일대일로 10주년을 맞은 올해 중국은 대대적인 홍보에 나섰다.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10년 동안 152개 나라와 32개 국제기구가 해외 경제 영토 확장 프로젝트인 일대일로에 참여했다. 아프리카에만 총연장 10만 km가 넘는 고속도로와 1000여 개 교량, 100여 개 항구가 지어졌거나 건설 중이다. 이를 통해 많은 일자리가 창출된 것도 사실이다. 일대일로 관련 중국의 누적 투자액(2022년 기준)은 9620억 달러(약 1400조 원)에 달한다. 중국은 일대일로 10주년을 기념하는 정상 포럼도 17, 18일 수도 베이징에서 개최한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포함해 세계 130개국 대표가 참석할 예정이다. 어마어마한 규모다.

하지만 일대일로가 저개발국을 사실상 중국에 종속되도록 만드는 ‘부채의 덫’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중국이 이 나라들의 경제 발전과 국가 성장을 실질적으로 지원하기보다는 오히려 경제 규모에 비해 과도한 빚을 지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최근 일대일로에 대해 “기본적으로 부채와 올가미 협정”이라고 맹비난했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피치에 따르면 올 4월 현재 벌어진 국가 디폴트(채무불이행) 14건 가운데 9건이 스리랑카와 아르헨티나, 레바논을 비롯해 일대일로 참여 국가에서 발생했다. 미국 글로벌개발센터(CGD)에 따르면 일대일로 참여국 가운데 23개국이 파산 위기에 처해 있다.

21세기 육상·해상 신실크로드를 표방하는 일대일로에 대해 세계의 우려가 커지는 이유다.

인간의 호기심과 욕망에 따라 자유롭게 개척돼 수백 년을 이어온 실크로드는 인류 발전사에서 제 역할을 충분히 다했다. 하지만 새로운 실크로드를 표방하며 21세기 중국에 의해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이 ‘새로운 길’이 인류에게 긍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인지 의문이다. 일대일로가 앞으로 수백 년을 지탱할지는 모르겠지만 10년만 더 지켜보면 알게 될 일이다.

김기용 베이징 특파원 k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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