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이준석, 금쪽이 아니 금쪽 같아…시간은 그의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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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와 정치인의 공통점은 그 무엇보다 자신을 사랑한다는 것이다.
차이점은 예술가는 그걸 내보이거나 추구해도 괜찮지만 정치인은 그래선 안 된다는 것이다.
다른 '쎈 발언들'에 묻혀서 그렇지, 이준석이 가장 언행일치에 애써온 것은 "'기회의 사다리'가 끊기지 않게 하겠다"는 정치적 포부이다.
제22대 국회의원선거를 6개월 앞둔 지금 여의도 바닥에서 아직 동아줄을 잡지 못한 이들이 가장 손잡고 '무빙'하고 싶어 하는 정치인을 꼽자면 단연 이준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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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와 정치인의 공통점은 그 무엇보다 자신을 사랑한다는 것이다. 자기애가 큰 동력이다. 차이점은 예술가는 그걸 내보이거나 추구해도 괜찮지만 정치인은 그래선 안 된다는 것이다. 대놓고 ‘나를 위해’ 정치한다고 내세우는 사람 없다. 그랬다간 골로 가…겠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상식이 작동할 때 말이지, 지금 거대 양당의 실효적 지배자들이 대놓고 보이는 ‘자기애적 퍼포먼스’를 보면 멀미가 날 지경이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의 말은 이 와중에 귀 뒤에 붙이는 멀미약 같다. 요즘 이쪽저쪽 통틀어 맞는 말 하는 이는 이준석뿐이라 해도 될 지경이다. 입바른 소리 잘하던 이들조차 공천을 앞두고 입을 다물거나, 180도 달라진 말을 한다. 이준석은 거리낌이 없어 보인다. 국민의힘 공천을 받을지 못 받을지, 연속 도전했던 서울 노원병 지역구를 고수할 수 있을지 없을지 미지수다. ‘용산’은 이준석을 내치고 싶겠지만 위기에 몰린 당이나 당 사람들은 다른 선택을 할 수도 있다. 역설적으로 이준석의 선택지는 넓다. 그의 시간이 시작됐다.
말을 안 들을 뿐만 아니라 말도 안 하는 자식을 키우며 속 끓이는 부모라면, 어쩌면 자식 진로보다 이준석 진로를 탐구하는 게 실생활(과 노후)에 더 도움이 될 수도 있겠다 싶다. 뒷산 약수터에서 만난 동네 언니도 “그래서 준스기는 신당을 만들라나” 궁금해했다. 이 언니 정치 고관여층은 아니지만 “3개월짜리 당대표” 운운한 대통령의 대선 전 육성을 듣고는 ‘딥 빡침’이 올라왔다며 이준석에게 감정이입하는 중이다. 맞고 다니는 자식 또래를 보는 심정일까. 이렇게 이뤄지는 건가. 이준석의 세대결합론.
이준석은 시련과 고난에도 폭풍성장했다. 지난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천아용인’ 팀의 백업 코치 역할을 하면서, ‘선 넘지 않는’ 리더십과 연대감을 세련되게 내보였다. 정치인 가운데 가장 정확하게 ‘지방 소멸’을 이야기하는 천하람과 따로 또 같이 전남 순천에 머물며 길지 않은 시간이나마 동네 아이들을 가르친 것도 깊은 인상을 남겼다. 다른 ‘쎈 발언들’에 묻혀서 그렇지, 이준석이 가장 언행일치에 애써온 것은 “‘기회의 사다리’가 끊기지 않게 하겠다”는 정치적 포부이다. 정책 공부를 위해 뜻 맞는 이들과 유튜브 ‘여의도 재건축 조합’을 연 것도 주목할 만하다. 그에게 딱지처럼 붙던 혐오정치 꼬리표도 어느덧 희미해졌다. 그는 추격자에서 선도자로 바뀌었다.
과거 자신의 발언을 부연 설명하거나 자기 완결성에 신경 쓰는 모습은 ‘자기애적 습관’일 수 있겠다. 잘나갈 때 그런 태도는 ‘자뻑’과 오만으로 보인다. 못 나갈 때는 미련과 아집으로 보인다. 확실히 사람은 서 있는 자리에 따라 시선이 달라진다. 당사자도, 그를 보는 이들도 그렇다. 유능한 정치인이라면 자기애적 습관조차 정치적 책임감으로 탈바꿈시킬 것이다.
제22대 국회의원선거를 6개월 앞둔 지금 여의도 바닥에서 아직 동아줄을 잡지 못한 이들이 가장 손잡고 ‘무빙’하고 싶어 하는 정치인을 꼽자면 단연 이준석이다. 저 살려고 엉기는 이들의 셈속도 있겠지만 거대 양당에 신물 난 이들의 꿈도 있을 것이다. 국회가 아직 ‘위성정당 방지책’조차 만들지 못한 사실은 ‘요즘 정치’가 상식선에서 작동하지 않는 또 다른 방증이다. 경기 규칙은 오리무중인데 선수들만 제각각 메달을 노리는 형국이다. 이 판을 흔들어버릴 힘이 이준석에게 있을까. 그의 ‘화양연화’는 아직 오지 않았다. 시간은 이준석 편이다.
김소희 칼럼니스트
*정치의 품격: ‘격조 높은’ 정치·정치인 관찰 칼럼입니다. 격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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