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평道' 사라진 보고서로 3시간 실랑이…野 "위조" 與 "핵심 아냐"
국토교통부(국토부)가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을 둘러싼 의혹을 해소하겠다며 공개했던 보고서의 일부가 누락됐던 것을 두고 여야가 3시간 가까이 실랑이를 벌였다.
야당은 국토부가 예비타당성조사 용역업체와 공모해 고의로 자료를 누락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고발 조치와 감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여당에서는 누락됐던 자료가 재업로드 됐을 뿐 아니라 내용상으로도 고의로 숨길 이유가 전혀 없었고 맞섰다. 또 보고서 누락은 당초 민주당이 제기했던 의혹의 핵심과도 동떨어진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발단은 갑작스레 증인으로 채택된 김수현 경동엔지니어링 상무의 발언이었다. 김 상무는 서울-양평고속도로 종점을 기존 양서면에서 강상면으로 바꾸는 대안을 최초로 제안한 인물이다.
김 상무는 박상혁 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누락됐던 4페이지에 대해 "국토부 홈페이지에 공개하면서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해 삭제했던 기억이 있다"고 했다. 이어 '국토부 직원의 지시를 받았냐'는 장철민 민주당 의원의 말에 "그렇다"고 답했다. 다만 해당 직원이 어느 과 소속인지 등 자세한 전후 사정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
김 상무의 발언에 야당 의원들은 3시간 넘게 이어진 증인 신문 대부분을 여기에 할애했다. 한준호 민주당 의원은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김 상무는 과업수행계획서라는 공문서를 변조했고, 이는 형법상 공문서 변조라 고발 조치가 필요하다"며 "또 변조 과정에서 도로국 공무원과 모의한 것 같은데 (해당 공무원에 대한) 감사도 필요하다. 반드시 찾아 징계해야 한다"고 했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과업 수행과정에서 주로 접촉했던 국토부 직원이 누구냐고 물으며 김 상무를 몰아세우기도 했다. 심 의원은 "도로정책 과장이냐" "누구랑 상의했든 몰랐을 리가 없다" "두 달 반 전 일인데 그것도 기억 못하면 과업 수행할 수 없다" 등 발언을 했다. 이에 대해 김 상무는 "기억이 안 난다"고만 답했다.
이같은 야당의 공세가 계속되자 여당에서 방어에 나섰다. 여당 간사인 김정재 국민의힘 의원은 "지금 양평 고속도로를 두고 얘기하는 핵심은 윤석열 정부가 들어온 뒤에 김건희 여사 일가에 특혜를 주기 위해 (종점을) 바꿨다는 게 핵심"이라며 "지금 배가 산으로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누락됐다는) 4페이지를 읽어보면 오히려 (국토부 입장에서 고의로) 누락시키면 안 되는 것"이라며 "해당 페이지에는 종점부 위치 변경에 따른 교통수요 및 노선 타당성 등을 검토하라는 내용이 있고, 추진 방향도 제시된다"고 했다.
김 상무는 이날 국토부의 요청으로 국회에 나왔으나 국회법이 '증인 채택은 7일 전에 의결하고 통보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어 증인석에 설 수 없었다. 하지만 야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진상규명을 위해 그를 국감장에 세워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면서 간사 협의 끝에 증인으로 채택했다.
야당에서는 우선 용역인 경동엔지니어링이 과업에 착수한 지 불과 열흘 만에 '종점을 변경하겠다'는 취지의 계획서를 낸 데 의문을 제기했다. 이소영 민주당 의원은 "기존에 2년 넘게 검토되고 추진돼온 원안을 불과 열흘 만에 버리고 대안을 제시한 것은 상식적으로 무리하고, 의아하고, 이례적"이라며 "(경동엔지니어링은) 공동용역사인 동해종합기술공사에 상의도 하지 않았다"고 짚었다.
나아가 야당 간사인 최인호 민주당 의원은 해당 보고서 내용에 대해 지적했다. 그는 "열흘 만에 제시된 그 보고서를 보면 기존 예타안에 대해서는 단점만 나와있고, 강상면안(대안)은 장점만 나와 있다"며 "이미 (대안으로) 결론이 나 있는 것이다. 누가 객관적이라고 보겠나"라고 따졌다.
이에 대해 김 상무는 "착수 보고라는 것은 앞으로 어느 정도 규모의 인력을 통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겠다는 수준의 개략적인 틀을 보고하는 것"이라며 "대안 노선을 제출해서 이것으로 하겠다고 하는 결론의 자리가 아니다. 착수보고 이후 기술적인 도로 및 교통 분석이 이뤄진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 짧은 기간에 노선 변경했다는 것은 정말 아니다"라며 "나중에 외부 자문도 있고, 관계기관 협의도 있고, 환경평가와 주민동의, 그리고 기획재정부와의 협의도 해야 한다. 일련의 과정 다 끝나야 노선 확정됐다 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홍기원 민주당 의원은 국토부가 타당성 조사 과정에서 검토했던 '예타보완안'(수청IC설치안)이 고려되지 않는 것에 의문을 품었다.
그는 "예타보완안은 기존 예타안의 (우려사항인) 종점 민원과 강상면을 종점으로 하면 나타날 수 있는 양평 시내 교통 혼잡 문제를 해소할 수 있고, 교량·터널 구조물을 최소화할 수 있는 데다 특혜 의혹도 벗어날 수 있다"며 "압도적으로 유리한 예타보완안을 수청IC(나들목) 근방 교통량이 적다고 예타안과 대안만 비교한건 의도가 눈에 보이는 조치"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 의혹제기 또한 증인으로 나온 이상화 동해종합기술공사 부사장이 "수청IC가 설치되는 위치 자체가 기술적으로 판단했을 때 부적절하다고 판단했고, 또 종점부의 교각이나 터널 간 간격, 터널 확장 등을 고려하면 그쪽(예타보완완) 노선을 선택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고 설명하면서 동력이 빠졌다.
여당은 국토부와 용역사에 종점 변경 관련한 외압이 없었다는 점을 드러내거나 대안 노선의 타당성을 설명하는 데 시간을 할애했다. 박정하 국민의힘 의원은 용역사 임원들에게 '종점 변경 과정에 외압이 있었는지' 물었고 "없었다"는 답을 얻어냈고, 서일준 국민의힘 의원은 용역사 예타안의 민원 및 터널 확장 문제 등을 용역사에서 충분히 설명토록 시간을 확보해줬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고성과 공방은 반복됐다. 이를테면 허영 민주당 의원이 용역사 임원을 상대로 질의하던 중 여당 측에서 "답변 좀 들어달라"고 거들면서 잠시 신문이 멈추는 일이 있었다. 전문가로서 증인에 채택된 이찬우 한국터널학회 부회장이 노선 변경에 의문을 제기하자 여당이 "(이 부회장은) 도로 전문가가 아닌 터널 전문가"라고 공격하기도 했다.
오문영 기자 omy0722@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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