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선] 이스라엘 극우 강경 내각

유태영 2023. 10. 12. 2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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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지난해 총선에서 극우파와 손을 잡았다.

7월에는 군인들 호위를 받으며 극우 정착촌민들을 대동하기까지 해 아랍권을 더욱 자극했다.

입법부 우위 구도를 만드는 이른바 '사법 정비'도 네타냐후 총리와 극우파의 이해가 맞아떨어진 결과물이다.

이로 인해 이스라엘 역사상 최대 규모 시위가 올 초부터 내내 이어질 만큼 국론이 분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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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지난해 총선에서 극우파와 손을 잡았다. 안정적 과반 의석 확보를 위해서였다. 1년 전과 달리, 과격한 주장을 펼치는 이타마르 벤그비르 ‘오츠마 예후디트(유대인의 힘)’ 대표까지 끌어안았다. 재집권 의지가 그만큼 강했다.

벤그비르는 팔레스타인인 29명을 살해한 바루흐 골드스타인의 초상화를 집에 걸어 둘 정도로 극단적인 사상·활동과 그에 따른 전과로 군 면제까지 받았던 인물이다. 총선 과정에서는 서안지구의 팔레스타인 자치권 박탈 등을 공약했다. 그런 그를 네타냐후는 국가안보장관으로 발탁했다. 새 내각은 이스라엘 역사상 가장 강경한 보수색을 띤다는 평가를 받았다. 국제법에 반하는 서안지구 유대인 정착촌 확대가 새 정부 주요 정책 과제에 당당히 올랐다.
유태영 국제부 차장
네타냐후 내각의 이런 강경책은 최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야만적인 잔학 행위를 벌이는 구실이 됐다.

하마스는 지난 주말 이스라엘을 습격하며 작전명을 ‘알아크사 홍수’라고 붙였다. 알아크사는 역사적으로 지배세력이 수없이 바뀌며 유대교, 이슬람교, 기독교 공통 성지가 된 예루살렘 구시가지의 ‘성전산’을 가리킨다. 거기에 이슬람 3대 성지 중 하나인 알아크사 모스크(이슬람 사원)가 있다. ‘경내 예배·기도는 무슬림만, 유대인은 성전산 서쪽 벽(통곡의 벽)에서’라는 불문율이 있지만, 이를 두고 수차례 이·팔 갈등이 촉발됐다.

벤그비르 장관은 지난 1월 이곳 방문을 강행해 유대인도 예배를 드릴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아랍권에서는 ‘레드 라인’을 넘었다는 반응이 나왔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도 이 문제가 논의됐다. 이스라엘의 든든한 우방국인 미국의 로버트 우드 주유엔 차석대사조차 “긴장을 악화하거나 양국 간 해결의 실행 가능성을 훼손하는 어떠한 일방적인 행동도 우려된다”며 현상 유지를 당부했다. 벤그비르 장관은 아랑곳하지 않고 두 번 더 이곳을 찾았다. 7월에는 군인들 호위를 받으며 극우 정착촌민들을 대동하기까지 해 아랍권을 더욱 자극했다.

입법부 우위 구도를 만드는 이른바 ‘사법 정비’도 네타냐후 총리와 극우파의 이해가 맞아떨어진 결과물이다. 부패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네타냐후 총리에겐 방탄 목적이, 극우파에겐 정착촌 확대, 비유대인 권리 제한 등 극우 정책을 사법부 제동을 받지 않고 추진하려는 의도가 있었다.

이로 인해 이스라엘 역사상 최대 규모 시위가 올 초부터 내내 이어질 만큼 국론이 분열했다. 안보에도 영향을 줬다. 유출된 미 국방부 기밀 문건 등에 따르면 정보기관 모사드의 고위 인사들은 반정부 시위를 부추기는 등 대거 반기를 들었다. 국방장관은 사법 정비를 공개 반대했다가 경질될 뻔했다. 예비군들의 복무 거부 선언도 잇따랐다. 정보·안보를 책임지는 이들이 적이 아닌 정부와 싸우는 형국이었다.

팔레스타인 말살론에 가까운 극단주의는 이스라엘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극단주의 테러 조직을 자극했다. 안보에 생긴 균열은 인명 피해가 커진 원인이 됐다. 평화, 공존, 안정이 모색될 여지는 사라지고 보복의 악순환이 이어진다. 북한과 대치하는 우리나라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유태영 국제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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