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시선] 경계 늦추면 적은 반드시 침범한다
철저한 대북 경계체제 확립을
길가에 시신들이 나뒹굴고, 죽음은 거리를 감쌌다. 수천 발의 포격을 뒤따라 1000명의 병력이 장벽을 뚫거나 하늘과 지하로 침투하여 공격을 가했다. 이들의 목표는 군대가 아니라 휴일을 즐기는 국민이었다. 1000명이 넘는 민간인들이 살해당했고, 어린이와 아기들까지 도륙의 대상이 됐다. 하마스의 기습을 받은 이스라엘의 모습이다.
하마스는 과거의 간헐적 로켓 공격과는 달리, 5000여발의 로켓탄을 발사하면서 전광석화처럼 장벽을 넘어 기습을 감행했다. 이는 북한의 남침 공격 전술과 동일하다. 특히 땅굴을 통한 침투나 패러글라이딩처럼 저공 침투 수단을 활용한 국경 돌파는 북한과 판박이이다. 드론을 통한 정밀한 공격은 이미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상식이 되었다. 하마스조차 하는 걸 북한이 못할 리 만무하다.
인구절벽과 병역자원 감소로 우리 군은 감축을 거듭하고 있다. 과거처럼 비무장지대(DMZ) 인근에 10여개의 사단을 나열하는 감시는 더 이상 불가능하다. 그래서 동·서부 양 전선에 과학화 경계 시스템을 구축하여 첨단 장비에 의한 감시로 전환하고 있다. 문제는 우리 과학화 경계 시스템이 이스라엘의 스마트 장벽을 모델로 설계됐다는 점이다. 하마스의 ‘아이언월’ 돌파로 북한은 남침을 위한 전투 실험에 성공한 셈이다.
우리도 진지하게 대응해야 한다. 아무리 첨단 무인시스템이 있어도 그 끝에는 사람이 있다. 무인체계가 무너지면 사람이 즉각 대응해야 한다. 실전에 강하다는 이스라엘군도 잠시의 방심으로 대응 시기를 놓쳐 피해를 키웠다. 우리도 과학화 경계로 전환한다면 기동력과 화력을 모두 갖춘 신속 대응 부대로 뒷받침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아이언돔 신화에서 깨어나야 한다. 이스라엘군의 요격 홍보 영상은 아이언돔만 있으면 철벽 방어가 가능하다는 환상을 심어 줬다. 그러나 원래 아이언돔은 간헐적 테러 공격에 대응하는 수단이다. 이번 전쟁처럼 전시에 수천 발씩 날아오는 포탄을 요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오히려 중요한 것은 공격 원점을 신속히 찾아내어 격파하는 대화력전 능력이다.
우리는 이미 대화력전의 실전 경험이 있다. 2010년 10월 북한의 연평도 포격 시 우리 해병대원들은 K9 자주포로 적 도발 원점을 파괴했다. 그러한 대화력전 능력을 더욱 키워 적의 장사정포와 방사포 원점을 단기간 내에 초토화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북한의 장사정 포병 전력을 수 시간 내에 궤멸시킬 능력을 갖추라는 신원식 국방장관의 지시는 매우 적절하다.
게다가 장사정포가 핵심이 아니다. 북한은 이미 6차 핵실험으로 전략핵 수준의 파괴력을 가졌고, KN-23 등 차세대 단거리탄도탄에 ‘화산-31’ 전술핵탄두를 결합하여 핵전쟁을 일으킬 요량이다. 북핵에 대응하는 한국형 3축체계는 더욱 실효성 높은 한·미 연합의 3축체계로 발전해야 한다. 핵에는 핵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전술핵 재배치도 진지하게 준비해야 한다.
당장의 문제는 우리 대북 감시 능력을 제약하는 9·19 군사합의의 처리이다. 감시소초(GP) 철거와 무인기의 비행 금지로 인하여 우리의 대북 감시는 크게 제약받는다. 특히 곧 실전 배치될 중고도무인기(MUAV)는 북한군의 도발을 입체적으로 탐지할 최적의 자산이지만, 서부 10㎞·동부 15㎞의 비행 지역 제한으로 제 기능을 못 하게 되었다. 작년 12월 북한의 무인기 남침 도발로 이미 9·19는 무력화했다. 가짜 평화 약속에 우리만 얽매여 이스라엘의 비극을 반복할 수는 없다. 눈을 크게 뜨고 적을 감시할 때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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