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연의동물권이야기] 행복할 ‘바람’

한 동물원 좁은 실내 공간에 7년을 홀로 갇혀 있던 사자 ‘바람’이. 쇠약해진 바람이는 세간의 주목을 받았고, 다행히 청주동물원으로 옮겨졌다. 이곳에서 바람이는 더 행복한 삶을 살아갈 준비 중이다. 넓은 야외 방사장에서 햇빛과 바람을 쐴 수 있게 됐고, 적응 기간을 거친 후에는 두 사자 ‘도도’, ‘먹보’와 가족이 되어 덜 외롭게 생활할 것이다.

바람이가 좀 더 행복해질 수 있었던 건 기존 동물원의 소유권 포기 등 협조, 바람이가 옮겨질 적절한 장소의 존재 및 관련자들의 노력이 있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 삼박자가 잘 맞아떨어지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아직 동물원에서 고통과 스트레스를 받는 동물이 많음에도 이들이 바람이처럼 행복해지기 어려운 이유다.

외국의 경우, 동물원 동물이 법원 ‘판결’로 풀려나는 경우가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2016년 침팬지 세실리아 사건이다. 세실리아는 약 30년 평생을 아르헨티나의 한 동물원 시멘트 철창에 갇혀 있었고, 위생, 운동, 사회적 활동이 결여된 채 살다가 건강이 극도로 쇠약해졌다. 아르헨티나동물권변호사단체는 세실리아를 동물원에서 풀어 달라는 인신보호영장을 신청했다. 인상적인 점은 멘도사 법원이 인간에 적용되는 위 영장을 발부하면서, 이 침팬지를 ‘고유한 권리를 지닌 법적 주체’라고 판결한 것이다. 세실리아는 동물원에서 풀려나 자연 서식지를 닮은 생크추어리에서 살아가게 되었다.

동물들에게 불필요한 고통을 주지 않을 근본적인 방법은 야생동물을 애초에 가두어 두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부득이 데리고 있어야 한다면 동물 각자의 본성과 습성을 충족하는 환경을 제공해 주어야 한다. 이것이 지켜지려면 동물원법, 야생생물법 등 관련 법상 규제가 강화되어야 하고, 동물원을 생크추어리로 변모시켜 가는 노력도 필요하다. 이러한 노력으로 또 다른 ‘바람’이들이 행복해질 수 있기를 소망한다.

박주연 변호사